헌법재판소가 4일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파면을 선고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5가지 소추 사유를 모두 인정했다.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 이익이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훨씬 압도한다고도 했다. 5일 대다수 신문사들은 과감한 1면을 선보이거나 사설을 1면 톱으로 배치하며 헌정 사상 두 번째 대통령 파면이란 사건을 조명했다. 신문 전반에선 ‘시민’, ‘민주주의’, ‘상식’, ‘정상화’, ‘통합’, ‘정치 복원(혁신)’ 등의 키워드가 핵심이었다.
이날 토요일자 신문을 낸 9대 종합일간지 중 경향신문은 가장 과감한 1면 편집을 선보인 쪽이었다. 상·하단의 제호, 지면 배치 소개를 제외하면 <끝내, 시민이 이겼다 다시, 민주주의로>란 제목이 전부였다. 한겨레와 한국일보도 각각 <윤석열 파면…민주주의 지켰다>, <‘8:0’ 대통령 윤석열 파면 헌법이 명한다 민주·협치·통합>이란 제목과 더불어 헌재의 인용 선고 요지 전문을 통째 1면에 싣는 결정을 했다. 중앙일보는 주말판 중앙선데이 1면에 스트레이트 기사 하나만 놓고 <윤 대통령 파면 이제는 정치혁신>이란 제목을 강조했다.
사설을 1면에 배치한 신문사도 상당수였다. 국민일보는 윤 대통령이 물러나는 사진을 배경으로 1면에 <헌재 결정 승복으로…‘통합의 길’ 나아갈 때>란 사설만 놨다. 동아일보는 <尹 파면…법치와 민주주의 상식의 확인이다>란 사설을 1면 머리기사로 실었다. 조선일보는 <“국가 긴급권 남용” 윤석열 대통령 파면>이란 제목을 단 기사와 ‘트럼프 관세 조치’, ‘조기 대선’ 관련 뉴스 등을 놓으며 통상 지면 편집과 가장 차이가 적은 쪽이었다.
파면 선고 후 사설에서 신문사들은 ‘민주주의 수호’와 이를 지킨 ‘시민들의 역할’,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로서 ‘통합’, ‘정치 개혁’ 등을 주문하고 나섰다. 이날 1면 또는 오피니언면 상단 사설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경향신문 <윤석열 파면, 무혈 시민혁명이 이뤄졌다>(15면)
국민일보 <헌재 결정 승복으로…‘통합의 길’ 나아갈 때>(1면)
동아일보 <尹 파면…법치와 민주주의 상식의 확인이다>(1면)
조선일보 <차분했던 국민, 이제 나라 정상화와 위기 극복으로>(27면)
중앙일보(중앙선데이) <또 다시 헌정사 비극…정치 개혁 출발점 만들자>(30면)
한겨레 <헌법 지킨 시민의 승리,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2면)
한국일보 <다시 세운 민주주의…국가 정상화 첫 걸음으로>(19면)
내용은 큰 틀에선 헌재 선고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한 메시지라 요약할 수 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헌재의 결론에 대해 “우리 국민이 모두 알고 있는 상식과 가치를 거듭 확인시켜 줬다. 아무리 국가원수이자 최고지도자라도 헌법과 법률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중략) 자명한 원칙조차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가치 전도의 시간”이었다며 “그만큼 헌재 재판관 8인의 일치된 결론이 무겁고 의미있다”고 평했다.
이어 동아일보는 상당 세월이 흐른 뒤 이뤄진 과거 군부 쿠데타에 대한 단죄와 비교하며 “우리 민주화의 역사가 만들어낸 헌법 질서, 나아가 축적된 국민 의식이 낳은 결과”라며 “한국 민주주의는 이렇게 또 한고비를 넘겼다”고도 썼다.
경향신문은 파면 선고에 대해 “전 국민이 목격한 그 밤의 진실을 헌법의 언어로 쉽고 명료하게 풀어낸 지극히 합당한 결론이요, 헌정질서 수호의 최후 보루라는 헌재 소임에 충실한 상식적 귀결”이라며 “역사의 고비고비마다 나라를 일으켜 세운 평범한 시민들이 또다시, 기어이 승리한 것”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파면 결정문은 대다수 국민의 주권적 의지를 헌법의 문법에 맞춰 추인한 문서로 볼 수 있다”며 “윤석열 파면으로 내란 극복 1막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중략) 이제는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더욱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힘과 지혜를 모을 때”라고 덧붙였다.
한겨레도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이를 살려낸 것은 언제나 시민이었다”고 했지만 향후 해결해야할 문제에 대해 사설에 비중이 조금 더 실렸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독단과 광기의 통치자 윤석열 파면은 끝이 아니라 국가 정상화로 가는 새로운 시작”이라며 “사회분열과 갈등부터 수습해야” 하고, “합리적 보수를 다시 세우는 일도 절실”하며 “포용과 통합을 추구하되, 내란 세력 청산은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파면은 정치 개혁의 기회를 열어줬다. 계엄은 윤석열 개인의 폭주였지만,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이 더욱 커졌다”며 “조기 대선은 내란 청산과 정치 개혁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설계하고 비전을 겨루는 장이 되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헌재 결정문에 대해 “어느 것 하나 흠결을 찾거나 반론을 제기하기 힘든 명쾌한 결론이었다”고 평가했다. 한국일보는 파면 선고 후 윤 전 대통령이 짤막한 입장만 내놓은 것을 지적하며 “더 이상의 분열을 막기 위해서는 윤 전 대통령이 무조건 승복의 뜻을 밝히고 지지자들에게 일상으로 돌아갈 것을 호소해야 한다. 그것이 자신을 대통령으로 뽑아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책무이자 애국”이라고 적었다. 헌재 결정문에서 국회가 언급된 부분을 거론하며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도 승리에만 도취해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소위 보수 매체에선 개헌에 대한 요구를 필두로 정지 개혁이 제안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이것은 누가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라 한국 정치의 비정상과 비극의 한 단면이다. 좋아할 일이 아니다”라며 “정당 지도부와 주요 대선 주자들도 지지층을 설득해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더 이상의 갈등 조장과 선동은 안 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지금의 대통령제로는 더 이상 나라가 원만하게 운영되기 힘들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분명하게 드러났다”며 개헌의 방법을 제시하고 “개헌이 된다면 후진적 정치를 바꾸고 우리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적기도 했다.
중앙일보도 “38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이 몸집이 커진 대한민국에 더는 맞지 않는 현행 헌법을 고치지 않으면 지금 같은 정치 비극이 반복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며 “권력 분산과 중대선거구제를 핵심으로 하는 개헌은 한시라도 미룰 수 없는 초미의 국가적 과제가 됐다. 모든 유력 대선 주자들이 이미 개헌에 찬성의 뜻을 밝힌 가운데 홀로 침묵해 온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참여가 특히 절실하다”고 적시했다.
당장 ‘조기 대선’이란 사안이 목전에 왔지만 계엄, 탄핵 국면은 물론 향후 우리 사회‧국민에게 계속 영향을 미칠 가장 큰 우리의 문제는 ‘분열’이다. 대선으로 제대로 짚어보지 못하고 넘어갈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 우려도 된다.
국민일보는 사설에서 “지난 몇 달 우리가 맞닥뜨린 최악의 상황은 비상계엄도, 탄핵소추도 아니었다. 수습하는 과정에서 갈라진 국론, 극단적 대립이 위기의 본질”이라며 “한국 사회가 지금 갈구하는 시대 정신은 자명하다. 갈등을 치유하고, 대립을 해소하고, 분열을 넘어서는 국민 통합을 이뤄야 다시 뭐라도 해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사회적 합의에 빈번이 실패해 정치 연금 노동 의료 등 숱한 개혁 과제를 미루고 쌓아둔 채 지냈다. 재도약을 위해선 생각의 차이를 좁혀 결실을 만들어내는 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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