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아아아!!!” 4일 오전 11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시작된 지 22분이 흐르고,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결정문 낭독을 마치며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선고한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밝혔다. 이 시각 서울 종로구 헌재 인근 안국역 6번 출구와 열린송현녹지광장 도로에 자리한 ‘파면 촉구’ 집회 참석자들은 크게 환호했다. 함께 부둥켜 앉고 눈물을 흘렸다. “우리가 이겼다!” “주권자가 승리했다!”
이른 오전 안국역 사이 길에 집결한 ‘탄핵 찬성’ 시민들은 “윤석열 즉각파면” “내란수괴 즉각파면” “새봄에는 새나라로” “탄핵열차 빠꾸없다” “멸굥 윤석열 박멸”이라고 적힌 플래카드, 현수막을 들고 탄핵 인용을 촉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8대0 파면, 만장일치 파면”, “파면해!”라고 구호를 외치면서도 낯빛에선 긴장감과 우려가 묻어났다.
선고가 시작되자 모두 다 숨을 죽이고, 기도하듯 손을 모은 채 MBC 뉴스가 틀어진 중계 영상을 바라보며 헌법재판관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결정문이 낭독되던 중간 중간 “피청구인은 대의민주주의, 권력 분립 원칙을 위반했다” “포고령을 발령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침해했다” 등의 내용이 나오자 시민들을 박수와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드디어 윤 대통령의 파면이 확정되자 최고조에 이르렀던 긴장이 일순간 풀리며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온 모양새였다. 감격하며 울음을 터트리는 시민들도 있었다. 파면 주문 즉시 밴드 데이식스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노래가 틀어졌다.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됐다”며 시민들은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친구, 동료, 가족들과 얼싸 안았다.
친구와 함께 집회를 찾았다는 김원석씨(40·서울 도봉구)는 선고결과에 대해 “탄핵 선고 전까지 정신적으로 힘들었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며 “선고 주문이 박근혜 때보다 업그레이드가 됐더라. ‘야, 멋있네’ 싶었고, 기분이 너무 좋아 펄쩍펄쩍 뛰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연한 결과라고 본다. 탄핵 쟁점 5가지 중 하나라고 걸리면 파면인 건데, 결정문 낭독 시작부터 5분 정도 들으니 딱 파면감이구나 알 거 같더라. 이렇게 결정할거면 빨리 하지 왜 그동안 이렇게 뜸을 들였나 싶다”고 덧붙였다.
같은 시각 서올 종로구 광화문역 6번 출구 인근에 모인 ‘탄핵 반대’ 집회 참석자들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이게 말이 되냐”, “X발 X새끼”라고 하거나 주변 사람에게 “찍지마 왜 여기 사람을 (사진을) 찍고 그래”라며 분풀이를 하는 이가 보였다. 배치된 경찰에게 “공산당인지 자유민주주의인지 너희가 판단해!”라며 고성도 쳤다. 대다수는 바람과 다른 결과에 선고 후 10여분이 지나고도 자리를 못 떠난 채 망연자실 앉아있었다.
이날 오전 9시30분 쯤부터 서서히 사람이 모여 선고가 시작될 쯤엔 120여명이 이곳에 모였다. ‘탄반’ 집회 주 집결장소가 대통령 관저가 있는 한남동이 되면서 상대적으로 소수가 자리했다. 마련된 좌석에서 한남동 집회중계를 보며 이들은 “선관위 서버 까”, “윤석열 대통령 우리가 지킨다”, “반국가세력을 척결하라”, “탄핵무효, 탄핵기각, 탄핵각하, 즉각 복귀” 등을 외쳤다. 영상에선 “대통령 복귀를 확신한다”, “대통령 돌아오면 계엄 한번 더 해야되는 거 아니냐”, “JTBC, MBC 오래 보면 머리 상한다” 등 발언이 나왔다.
현재 광화문 일대의 탄핵 찬반 집회는 광화문광장과 인사동 거리, 안국역 등을 경계로 분리돼 있다. ‘탄찬’ 쪽인 비상행동 등은 이날 안국역 6번 출구부터 사직파출소까지 일대에 자리했다. ‘탄반’ 측 집회는 광화문역, 종각역, 종로3가역 근처에서 진행 중이거나 예정돼 있다. 앞서 경찰은 선고일 전국에 갑호비상 발령, 헌재 반경 150m 구간 진공상태 유지 방침, 찬반 단체 간 사전 차단선 구축 등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날 선고가 임박한 오전 10시50분쯤부터 집회 장소 주변에 경찰 병력이 확연히 증강 배치되기도 했다.
선고 순간 양 진영의 모습을 담거나 현장 중계를 하기 위해 움직이는 사진기자, 취재·영상기자들의 모습이 다수 확인됐다. 선고에 대한 시민 반응 등을 담기 위해 사람들이 군집한 중심부에서 벗어나 취재 중인 기자들도 있었다. 종로 일대의 양측 집회 장소들은 곧장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수 있는 거리는 아니다. 하지만 해당 장소로 가기 위한 동선이 겹치는 만큼 폭력 사태를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다. 4일 낮 12시 현재까지, 해당 지역에서 우려할 만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지만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사건사고에 대비해 언론사들도 촉각을 곤두세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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