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선포로 헌법을 위반한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됐다. 헌법재판소는 윤 대통령이 국회와 갈등을 넘어서려 계엄을 선포한 그 자체가 국민주권주의와 민주주의를 부정한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했다. 계엄 해제를 막기 위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등의 탄핵소추 사유도 모두 인정됐다.
헌재는 4일 오전 11시22분 재판관 8명의 만장일치로 윤 대통령에게 파면을 선고했다. 지난해 12월3일 밤 비상계엄 선포로 국정이 혼란에 빠진 지 122일, 국회에서 탄핵 소추안이 통과한 지 111일, 2월25일 탄핵 심판 변론을 마친 지 38일 만이다. 탄핵이 선고된 순간 헌재 대심판정 안에서는 박수 소리가 들렸다.
윤 대통령은 “2시간짜리 내란이 있느냐”거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헌법 위반의 중대성을 축소하려 했지만 헌재는 일축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대행은 “법 위반 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친 부정적 영향과 파급 효과가 중대하다”며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말했다.
헌재가 윤 대통령의 헌법 위반이 중대하다고 판단한 핵심적인 이유는 계엄의 선포 목적이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의 전횡을 막기 위한 ‘경고성·호소형 계엄’이라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바로 이 주장이 위헌적이라고 봤다. 전시나 극도의 혼란 상황에서만 써야 할 국가긴급권을 야당과의 갈등을 해소할 수단으로 발동한 것은 민주정치를 부정한 헌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헌재는 국회가 고위공무원들의 탄핵안을 남발하거나 일방적으로 입법을 추진하고 예산안을 통과하는 등 정부와 대화하지 않고 권한 행사를 자제하지 않은 잘못은 있다고 인정했다. 문 대행은 “피청구인은 야당의 전횡으로 국정이 마비됐고 국익이 현저히 저해돼 가고 있다고 인식해 어떻게든 이를 타개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곧이어 “국회 사이에서 발생한 대립은 일방의 책임이 아니고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해소돼야 할 정치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취임 2년 뒤 총선에서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부정선거가 의심돼 계엄을 선포했다는 등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문 대행은 이때 국회와 윤 대통령 양측을 번갈아 보며 선고 요지를 설명했다.
문 대행은 또 “국가긴급권 남용의 역사를 재현해 국민을 충격에 빠뜨리고 사회, 경제, 정치, 외교 전분야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계엄이 금방 끝난 것은 “시민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수행 덕분”이었다며 윤 대통령의 잘못이 줄어드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도 했다. 문 대행은 중간중간 시계를 봤고 주문을 앞두고도 시각을 확인했다. 선고까지는 22분이 걸렸다.
헌재는 국회의 다섯 가지 탄핵 소추 사유를 모두 받아들였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된 국회의원 체포 지시를 사실로 판단했다. 윤 대통령 측은 곽종근 전 육군 특전사령관과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증언에 신빙성이 없다고 흔들었지만 이들의 증언을 인정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직접 6차례나 전화해 체포를 지시했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계엄 선포 전 열린 국무위원 회의에서 계엄사령관 임명과 부서가 없어 국무회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국회에 계엄 선포를 통고하지도 않아 계엄법을 위반한 사실도 인정됐다. 이외 정치 활동을 금지한 계엄포고령 선포로 권력 분립을 위반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으로 영장주의를 위반한 점, 법조인 체포 시도로 사법 독립을 침해한 점 등이 모두 인정됐다.
선고일 지정이 미뤄지며 ‘5대3’ 교착설과 함께 우려된 각하 의견은 없었다. 김복형, 조한창 재판관은 내란에 관여한 장성과 경찰 수뇌부의 형사재판에서 쓰인 피의자신문조서를 헌법재판소에서 넘겨받아 사용하는 등의 일이 또 있을 때 앞으로 증거능력 인정에 좀 더 엄격해야 한다는 보충의견만 제시했다.
국회의 탄핵 소추 사유에 내란죄가 철회된 점도 문제 되지 않았다. 기본적 사실관계는 유지하면 적용할 법조를 바꾸는 것은 허용된다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법리가 다시 확인됐다. 탄핵 소추 사유에 내란죄가 없었다면 국회에서 의결정족수를 넘기지 못했을 것이라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은 가정적 주장일 뿐 객관적 근거가 없어 인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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