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전 벌이는 4대그룹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 그룹은 끊임없이 경쟁했다. 삼성과 현대는 재계 1, 2위를 놓고 산업화 이후 팽팽한 긴장 관계를 유지했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는 협업보다는 경쟁갈등이 많았다.이건희 삼성 선대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선대 때보다 더 치열하게 맞붙었다. 양측의 갈등은 1995년 최고조에 달했다. 삼성이 그해 삼성자동차를 세우면서 현대차가 장악한 자동차 사업에 진출한 영향이다. 삼성자동차가 프랑스 르노닛산에 매각된 뒤에도 앙금은 해소되지 않았다.양측은 2014년 한국전력의…
성덕대왕신종보다 토우를 사랑한 여자
약 1㎝. 엄지손톱만한 크기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지난달 개막한 고대 토우(土偶흙으로 만든 사람이나 동물 상) 장식 토기 특별전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의 가장 마지막을 장식한 유물은 아주 작은 흙덩이 조각 1점이다. 고개를 내밀어 들여다봐야만 형체가 보인다. 천을 덮은 시신 곁에 머물며 망자의 마지막을 지키는 한 사람. 죽음의 순간을 지키는 사람 토우란 이름의 이 유물은 1926년 경북 경주시 황남동 유적에서 조각난 채로 출토된 셀 수 없이 많은 토우와 토기 파편들 중 하나다.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았던 조그마한 토우에 돋보기를 들
팅커벨이 필요한 웬디
손흥민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말끝이 흐리다. 축구를 너무 좋아해서 축구 게임만 하는 아이다. 하지만 11살 나이에 너무 일찍 현실을 알아버렸다. 자신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아니, 손흥민처럼 한국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김웬디군은 경기도 안산 매화초등학교 6학년 씨름 선수다. 학교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씨름을 시작했고 지난 2년 간 7차례 대회에 나가 4차례 우승했다. 이기는 재미가 쌓이며 점점 씨름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씨름부가 있는 중학교 진학도 생각했다. 그런데 벽이 있었다. 콩고 민주
왜 유럽처럼 협력하지 못하냐는 말에 대하여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미국 방문을 앞두고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유럽 국가들이 독일과 화해하고 협력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2차 대전 피해국인 프랑스 같은 국가들도 독일과 잘 지내고 있으니 한일 관계도 과거를 넘어 미래를 향해 협력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독일과 비교해 피해국들과의 화해에 극히 소극적인 일본의 문제가 그동안은 주로 지적돼왔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왜 유럽처럼 협력하지 못하느냐며 일본이 아닌 한국의 태도를 지적했던 것처럼 보인다.하지만 독일이 만약 전후의 일본처럼 행동했더라면 윤 대통령이 말하
소를 잃어야 외양간 고치는 의원님들
21대 국회의 전체 의안 가결률은 29.6%에 그친다. 하지만 이보다 더 눈여겨봐야 할 수치는 공직자의 재산신고 의무와 밀접하게 관련 있는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가결률이다.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올라온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15일 기준으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법률안 57건 중 고작 3건(5.3%)만이 국회에서 가결됐다.시민단체와 언론 그리고 학계에서는 그간 줄기차게 공직자윤리법의 구멍을 지적하며 목소리를 내어왔지만 생각보다 개정 법률안의 통과 비율은 미미한 수준이다.가결될 만큼 법률안의 수준이 낮아서일까
건설노조 보도는 저널리즘의 임무를 해내고 있는가
누군가 좋은 질문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고민하다 이렇게 답한 적이 있다. 첫째, 반대편을 실제로 아프게 하는 질문이 좋은 질문이다. 상대에게 1도 타격감이 없는 질문은 대체로, 상대방을 단순히 사악하거나 탐욕스럽거나 멍청한 존재로 상정한다. 이러면 사실 질문하고 말고 할 것도 없다. 애초에 궁금한 게 없을 테니까.둘째, 아무도 불편하지 않은 질문도 좋은 질문이 아니지만, 반대편만 아프게 하는 질문도 좋은 질문은 아니다. 우리편도 불편한 질문이 좋은 질문이다. 어떤 문제가 오래 해결되지 않고 심지어 격렬한 갈등을 수반하고 있다
여성 기자에 더 많은 운동장을
나는 내가 공 차는 것을 싫어하는 줄 알았다. 어제 연습경기 이후 땀내 나는 상태로 같이 점심을 먹으면서 동료들과 슈팅 연습을 좀 더 열심히 해야 하네 어쩌네 얘기하면서 알게 됐다. 어, 나 공 차는 거 좋아하네? 그냥 내가 주인공이 아니어서 싫었던 것일 뿐. 12개 팀 여기자님들 다 다치지 마시고 무사히 끝냅시다. (김남영 중앙일보 풋살팀 주장 페이스북)요즘 소셜미디어에서 여성기자들이 초록빛 인조잔디 위를 뛰어다니는 모습이 곧잘 눈에 띈다. 6일 열리는 제1회 한국기자협회 여성회원 풋살대회를 준비하는 이들이 올리는 훈련 사진들이다
산림청의 아전인수식 보도자료
임도(林道) 있어야 산불 막는다, 임도만 있었어도, 최전방 소방수 임도지난달 15일 산림청이 산불 진화를 위해 임도 확충이 필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10배 가까이 산불진화임도를 늘릴 것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뒤 언론이 쏟아낸 기사 제목들이다. 해당 보도자료에서 산림청은 지난달 8일 경남 합천, 같은달 11일 경남 하동 지리산국립공원에서 각각 발생한 산불을 비교하면서 임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산림청이 임도 설치를 강변한 근거는 합천 산불은 임도가 잘 갖춰져 있었기 때문에 밤샘 작업을 하면서 신속한 진화가 가능했던 반면, 지리산국립공원
'삼성전자 쏠림'의 명암
한국은행 조사국은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 브레인 집단이다. 100여명이 몸담은 조사국의 20%가량은 외국에서 공부한 경제학 석박사 출신이다. 조사국 보고서는 통화정책을 비롯한 여러 경제정책의 근거로 활용된다.요즘 한은 조사국은 삼성전자 분석 역량 높이기에 몰두하고 있다. 관련 보고서데이터를 수집하고 관계자들과의 접촉도 늘리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반도체 업황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 삼성전자와 비공식으로 접촉했다는 이야기도 돈다.주요 경제부처들도 삼성전자를 핵심 변수로 놓고 정책을 설계한다. 삼성전자 등의 고용설비투자를 북돋는 정
역사의 공백 채워줄 종가의 문헌들
만약 예전처럼 민간의 곳간을 가혹하게 침탈해 소란스럽게 하는 자가 있다면, 경이 적발하여 보고하도록 하라.임진왜란이 벌어지던 1593년 3월17일, 선조가 도체찰사(都體察使조선시대 전시 최고 군직)였던 서애 류성룡(1542~1607)에게 내린 유지(有旨)에 남긴 기록이다. 군사들은 식량이 없다는 이유로 전장에서 도망치고, 백성들은 곡식을 거둬간다는 이유로 원통함을 호소하던 상황. 선조는 이 유지에서 조정의 본의는 본래 이와 같지 않다며 근래 관원들이 이러한 조정의 뜻은 생각하지 않고 낱알 한 톨까지 가혹하게 거둬들여 여론이 들끓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