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이 목적을 집어삼키면 안 되는 이유
지난 1월26일 개봉한 변성현 감독의 킹메이커는 달걀 도둑을 잡을 방법을 고민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어느 날 새벽, 남자는 동네 사람이 자신의 닭이 낳은 달걀을 훔치는 장면을 목격한다. 하지만 범인이 이장의 친척이라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마을에서 가장 현명한 서창대(이선균)를 찾아간다. 서창대는 서랍 안에서 빨간 실을 꺼내들고는 실을 닭의 다리에 묶고, 범인의 닭장에 몰래 닭을 가져다 두라고 말한다. 그 다음 우리 집 닭에 모두 빨간 실을 묶어 놨으니, 닭을 훔쳐갔는지 확인해보자고 하라는 것이다. 다리에 실을 묶은 닭
위기의 쇼트트랙 '환골탈태' 마지막 기회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편파 판정과 도핑 파문으로 시끄러웠다. 올림픽의 근간인 공정성을 흔드는 사건이 속출한 것이다. 그중 쇼트트랙은 정식 종목 지위를 흔들 만한 편파 판정이 나와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쇼트트랙은 역사적으로 한국이 강세였지만, 여러 이변과 흥미로운 스토리로 동계올림픽 인기 종목 중 하나가 됐다. 하지만 빙상 종목 중 유일하게 몸싸움이 자주 벌어지다 보니 판정 이슈도 잦다. 그렇다고 이번 올림픽처럼 도를 넘은 편파 판정 논란은 전례가 없다. 개최국 중국은 쇼트트랙 첫째 날 혼성계주와 둘째 날 남자 1000m 종목
북한 군사력에 대한 '과도한 숭배'를 멈춰야
북한의 새로운 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다.연초부터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비롯해 다양한 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하자 국내 전문가들은 앞다퉈 북한 미사일의 우수성을 강조하며 한국 방어망의 부실함을 부각하고 있다.이스칸데르, 에이태킴스에 이어 극초음속 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최근 북한이 선보이는 미사일에 대한 요격불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미사일 방어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급기야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고층방어에 사용되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까지 거론되고 있다.북한은 항상 미사일을 발사한 이튿날 언론매
사라지고 있는 도시공원
정부와 대부분 지자체들이 20여년 동안 직무를 유기하면서 다수 시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사례가 있다. 예산 부족 핑계를 대왔던 지자체 중 일부는 도리어 이 사례를 난개발을 용인할 기회로 삼고 있다.일부 공무원이나 몇몇 지자체만이 아닌 정부와 다수 지자체가 집단적 직무 유기에 가까운 행태를 보인 이 사례는 바로 도시공원 일몰제를 통해 사라지고 있는 도시숲의 이야기다. 도시공원 일몰제는 도시계획시설상 도시공원으로 지정된 개인 소유의 땅에 지자체가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에서 해제하는 제도다.…
'1달러=1200원' 시대
1997년 12월23일. 한국이 외환위기 폭풍에 빨려들어가던 시점에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1962원에 마감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가 역대 최저 수준이라는 의미다. 1990~1998년에 달러당 600~800원선을 오가던 환율이 외환위기와 맞물려 2~3배가량 폭등한 것이다. 하지만 외환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은 차츰 안정을 되찾았다. 외환위기를 계기 삼아 한국 정부와 가계가 외환방파제를 튼실하게 구축한 결과다. 1997년 12월 말 207억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말 4631
언론사의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저도 기자 준비했었는데. 그러셨어요? 아아... 지상파 3사 중 한 곳의 방송작가와 나눈 대화다.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30대 여자 언론계 종사자. 그는 보도 프로그램 원고를 쓰고 나는 주간지 기사를 쓴다. 누군가를 섭외하고 또 취재한다. 발제에 골머리를 앓는다.그런데 내가 발딛고 선 땅은 그가 선 땅과 전혀 다르다. 나는 정당한 이유 없이는 해고될 수 없다. 그는 몇 년 넘게 일하다가도 언제든지 말 한마디로 계약이 종료될 수 있다. 나는 4대보험과 연차휴가를 적용받지만, 그는 고용보험 외에는 별다른 안전망이 없다. 나는 근로기준법
삼프로와 씨리얼
저 후보가 저렇게 달변이었어? 다소 고루한 경제 정책 이야기가 1시간 30분 동안 이어지는데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세간의 화제인 유튜브 채널 삼프로TV 대선 특집 말이다. 지난 연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대선 후보 5명이 잇따라 출연한 영상은 누적 조회수 1000만을 훌쩍 넘길 정도다.각 후보의 매력도 빛났다. 멋 모르던 시절 주식을 시작해 겪은 온갖 시행착오를 풀어놓는 후보에게서 인간미가 느껴졌다. 공직의 길을 걷느라 주식을 해본 적 없다는 후보에게서는 우직함을 엿봤다. 전문 사회자
삼프로TV란 무엇인가
밥을 먹다가 언론인을 긴장시키고 싶은가. 그렇다면 삼프로TV는 무엇인가라고 물어라. 아마 함께 밥을 먹던 언론인은 수저질을 멈추고 언론의 위기, 또 언론의 역할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한참을 떠들어 댈 것이다. 보도 관행이라든가, 자극적인 걸 좋아하는 시청자의 입맛이라던가, 그것도 아니면 변화된 미디어 환경을 이야기하며 명확한 답이 없는 현실에 자조적인 한숨을 디저트처럼 곁들이면 목적 달성에 성공한 것이다.언론에게 선거는 대목이나 다름없다. 선거철이 되면 후보만큼 잰걸음을 재촉해야 한다. 정책이 실종됐다거나 따옴표 저널리즘이라는 비판은
"라니냐가 또 온다" 2년째 추운 겨울?
지난가을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 사이트를 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분명 지난겨울(2020년 12월~2021년 2월)도 라니냐였던 것 같은데 또 라니냐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분명 중립상태로 돌아갔는데, 2년 연속 라니냐가 찾아온 적이 있었나?라니냐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수온이 평소보다 낮아지는 현상이다. 적도 부근 무역풍이 강해지는 것이 원인으로, 이 시기 남미 페루 부근 바다에는 차가운 물이 용승하며 표층 수온을 끌어내린다. 페루 근처 해역은 평소 한류가 지배적인 곳이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무렵 갑자기 난류
파워 오브 도그의 모호함에 대하여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3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수상 후보를 예측하는 움직임도 바빠졌다. 버라이어티 등 미국 연예매체가 아카데미 작품상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는 작품은 제인 캠피온 감독의 파워 오브 도그다. 1967년 발매된 토머스 새비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올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은사자상(감독상)을 수상하며 오스카 레이스의 청신호를 밝혔다.영화는 1925년 미국 몬태나주의 한 농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농장을 운영하는 필(베네딕트 컴버배치)은 동생 조지(제시 플레먼스)가 과부인 로즈(커스틴 던스트)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