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사 고소 사건, 갈등 중계에 갇힌 언론

[이슈 인사이드 | 노동] 전혜원 시사IN 기자

전혜원 시사IN 기자

유명 웹툰작가의 아들인 초등학교 2학년 A군이 같은반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렸다. 제 나이보다 한 해 늦게 입학한 A군은 자폐성 장애가 있다. A군은 이 일로 비장애인 학생들과 수업을 같이 듣는 ‘통합학급’에서 분리되어, 장애 아이 등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반인 ‘특수학급’에서만 수업을 듣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A군의 부모는 아이가 불안해하며 등교를 거부하자 아이 가방에 녹음기를 넣었고, 특수교사가 수업 중 A군에게 한 말을 인지한 뒤 해당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모두 지난해 9월 벌어진 일이다.


검찰은 해당 특수교사를 지난해 12월 기소했다. 교사를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신고 중에서 실제로 기소되는 비율은 약 1.5%로 추정된다. 무혐의 처분되는 수많은 교사 대상 아동학대 신고와 달리 이 사건의 경우 적어도 수사기관이 아동학대 혐의를 의심하고 있고, 재판이 진행 중이며, 2013년에 태어난 미성년 장애 아동이 관련되어 있다. 보도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7월26일 매일경제 보도로 사건이 알려진 이후, 우리 언론은 어땠는가. 뉴스1은 A군이 전학을 갔다는 한 인터넷 카페 글을 기사화하며 <“본능에 충실한 주호민 아들, 서울 ○○초 온다”…전학 소식에 누리꾼 ‘시끌’>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매일경제는 A군과 같은 특수반 학부모들이 “아동학대는 없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라고 전했다. 언론들은 특수교사 측 변호사를 통해 입수한, A군 학부모가 특수교사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공개했다.


장애아동 학대 여부가 문제되는 사건에서 재판 한쪽 당사자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전해도 좋은가? 같은 특수반 학부모들은 특수교사의 A군에 대한 아동학대 여부를 단정할 수 있는 주체인가? 아동학대 신고 이전, 혹은 수사개시 이전에 교육청 등의 중재로 회복적 갈등 해결은 불가능했나? 학급 정원(6명)을 초과하는 상태로 특수학급에 A군을 분리한 게 특수교사의 부담을 가중한 건 아닐까? 애초에 A군이 바지를 내리는 행동은 왜 일어났는가? (장애 학생의 도전행동은 여러 이유로 일어난다. 성적 의도도 있을 수 있지만 화장실에 가고 싶거나 옷이 불편해서일 수도 있다.)
물론 녹음기를 아이 가방에 넣은 학부모를 비판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장애아동이나 그 학부모를 단두대에 올리지 않고도 특수교사 직군의 어려움을 말할 수 있다. 장애아이 부모가 녹음기를 들려보낼 만큼 학교를 불신하는 구조적 원인을 드러낼 수도 있다. 해당 도전행동이 비장애 학생과 함께 수업을 듣는 통합학급에서 일어난 점을 고려할 때, 문제 해결의 열쇠는 어쩌면 통합학급 교사를 포함한 학교 내외의 구성원들이 특수교사의 부담을 나누어 지는 것일 수 있다.


오늘도 수많은 장애아동과 그 부모가 일반학교 특수학급에서도, 통합학급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특수학교도 부족해 발을 동동 구른다. 이번 사건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를 취재한 언론은 손에 꼽는다. 장애 학생 당사자의 목소리는 더더욱 들리지 않는다.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은 ‘장애인을 언론에 노출할 경우 반드시 당사자의 입장을 고려’하며 ‘장애인에 대한 제도와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항상 노력한다’고 적는다. 언론은 갈등의 선정적 중계를 넘어 회복과 치유를 말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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