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114억 쓴 국회의원 연구단체, 보고서는 표절’
끝없는 추락이었다. 반 년 만에 파업을 끝내고 나간 취재 현장. 하지만 추락은 끝나지 않았다. KBS를 향한 불신이 그랬고, 날 선 질타가 그랬다. 조롱은 외면으로, 외면은 다시 무관심이 됐다. 운동화 끈을 질끈 묶고, 다시 펜을 쥔 지금이 더 사무치게 아픈 이유다. 자리를 옮긴 탐사보도부에서의 첫 취재는 그래서 더 무겁고, 어려웠다. 국회의원 연구단체와 관련된 자료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는 데만 두 달이 걸렸다. 국회 회의실 전체를 꽉 채운 수만 쪽의 자료를 복사하고, 받아오는 일도 녹록지 않았다.방대한 자료 속에서 취재와 보도
‘일제 강제징용’ 재판거래 의혹 추적보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이후 가장 널리 회자되는 말 중에 하나가 “판사는 미뤄 조진다”는 소설가 정을병의 문구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소송처럼 이 말에 아귀가 맞아떨어지는 사례도 드물다.이 소송은 2012년 대법원이 피해자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한 뒤 고등법원이 피해자 승소 판결, 2013년 대법원으로 올라왔지만 5년 동안 계류됐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외교부의 민원을 반영하는 대신 판사들의 해외공관 파견을 늘리는 식으로 재판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관련 보고를 받고…
이데일리, 통계청장 교체에 대한 청와대 해명과 다른 내용 발굴… 동아, 일제 강제징용 소송 당사자 등 다각적 취재
여름 휴가철이었지만 취재현장의 열기가 여전함을 다시 확인했다. 제336회 이달의 기자상에도 취재보도 부문 12건을 비롯해 각 부문별로 많은 작품이 응모했다. 기자상 심사위원회는 엄정한 심사를 거쳐 동아일보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손배소 재판거래 의혹 추적보도’ 등 6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취재보도1부문의 동아일보 보도는 의혹 수준이던 재판거래를 사실로 확인시키는 내용이었다. 상고법원 추진과정에서 대법원이 이미 확정된 판결을 정권 입맛에 맞게 포장해서 청와대를 설득하려던 사실은 많이 알려졌다. 동아일보는 사법부가 외교부 민원
‘정부가 등 돌린 장애인운동선수’ 보도
최근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경기지사(공단)가 연이은 ‘입장 뒤바꾸기’를 하며 경기도 내 장애인운동선수의 마음에 상처를 입혔다.지난 2016년 공단은 장애인운동선수 고용을 촉진하고자 경기도장애인체육회(체육회), 전국장애인체육진흥회(진흥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기업-장애인운동선수 간 고용 매칭 사업을 진행했다. 장애인운동선수는 기업에 고용되고, 법적으로 장애인 근로자를 채용해야 하는 기업은 장애인운동선수를 채용해 법적 기준을 채우는 이른바 ‘상생사업’이 시작된 셈이다. 그 결과 도내에 약 80명의 장애인운동선수가 기업에 취직했고 사업은 순탄
‘노동orz: 우리 시대 노동자의 초상’ 보도
“노동현장에직접들어가보자.” 운을뗀건작년12월이었습니다.팀원들이한마음을모을수있었던것은‘노동’과‘인권’의현장을헤매다가도‘우리는그노동의민낯을정말알고있을까?’의문을떨칠수없었기때문입니다. 일선 기자들이 가닿을수있는최선은당사자와접촉해그들의이야기를전달하는것뿐이었습니다.그래서한겨레24시팀은노동현장의최전선에직접뛰어들기로했습니다.2009년한겨레21의연속보도‘노동OTL’이후10년만입니다.화장품제조공장,콜센터,프랜차이즈, 플랫폼 배달업체,게임업체에차례로투입됐습니다.구직부터퇴사까지두달가까이현장에서지내면서고질적인문제인‘야간노동’,‘감정노동’,기술발전과함께
‘BMW 주행 중 차량화재’ 연속보도
‘초보운전’ 딱지를 아직도 붙이고 다닐 정도로 운전 경력이 짧은 저는 고속도로 같은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운전하는 게 여전히 익숙하지 않습니다. 문득 내 실수로 혹은 남의 실수로 발생하는 교통사고를 상상해보곤 공포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만약 고속도로를 시속 100km 이상 빠르게 달리던 차가 갑자기 속도가 떨어지더니 보닛에선 연기가 난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게다가 힘겹게 갓길에 정차를 했더니 불길까지 치솟는 다면요. ‘BMW 차량 주행 중 화재’를 취재하다 문득 이런 상상을 해봤더니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습니다.그런데 피해자들이 보내…
촛불집회 당시 기무사 ‘계엄령 문건’ 단독보도
JTBC는 올 초부터 ‘탄핵 국면과 촛불 집회’ 당시 ‘군의 병력 출동 검토 의혹’에 대한 취재를 시작했다. 국방부와 국회를 두루 알아보는 과정에서, 취재원으로부터 군 조직이 ‘촛불집회 당시 군 병력 출동 관련 문건’을 작성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이를 토대로 추가 취재한 결과, 당시 국회 국방위 여당 간사인 이철희 의원실이 매우 의미 있는 자료를 확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따라 JTBC는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17년 2월 한민구 전 국방장관 지시로 국방부가 병력 출동 관련 문건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보도
JTBC, 기무사 보안 무색케한 단독 문건… SBS의 BMW 화재 보도, 사회 큰 반향 일으켜
7월 폭염에도 불구하고 각 언론사의 특종경쟁이 뜨거웠다. 제335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취재보도 부문에 13건을 비롯해 각 부문별로 많은 작품이 응모했다. 치열하고 엄정한 심사 끝에 4편이 최종 수상작의 관문을 통과했다. 취재보도 부문에 선정된 JTBC의 ‘촛불집회 당시 기무사 계엄령 문건 단독 입수 보도’는 심사위원 대부분이 ‘수작’으로 평가했다. 특히 국방부에서도 보안이 철저하기로 이름난 기무사령부라는 취재대상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문건을 입수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또 보도내용의 중요성과 현재 계속되는 정치, 사회적 파장 등을 고
‘예멘 난민 입국’ 최초·연속 보도
지난 4월 말이었다. 잊어버릴 만하면 연락을 하며 소주잔을 기울였던 중학교 동창생이 하는 말이 생뚱맞았다. 동창생은 모 항공사 직원으로 제주국제공항 카운터에서 근무한다. “예멘이라는 나라 알고 있냐?…중동에 있는 것 같은데…얘네들이 요즘 80명씩 들어온다…뭐, 예멘사람들이 제주에 온다고?…출입국 쪽에선 골치가 아픈 것 닮아.”예멘을 검색해보니 내전을 치르고 있다는 기사가 떴지만 감(感)이 잡히지 않았다. 간신히 난민 신청을 목적으로 입국하는 사실을 알아냈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물
‘군 병원 불법 의료 실태’ 단독 보도
어머니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부를 때는 국가의 아들, 아플 때는 당신의 아들입니까?” 사단 의무대와 군 병원을 떠돌다 숨진 고 홍정기 일병. 2년이 지났지만, 아들을 먼저 보낸 충격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같은 아픔이 반복되지 않게 해 달라.” 어머니의 바람은 간단했다. 그것을 조금이나마 이루기 위해 SBS ‘끝까지 판다’ 팀이 집중한 것은 ‘군내 무면허 진료’였다. 홍 일병이 세상을 떠난 것은 결국 군내 전문 의료 인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단 의무대에서 혈액 검사만이라도 제대할 수 있었더라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