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운전’ 딱지를 아직도 붙이고 다닐 정도로 운전 경력이 짧은 저는 고속도로 같은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운전하는 게 여전히 익숙하지 않습니다. 문득 내 실수로 혹은 남의 실수로 발생하는 교통사고를 상상해보곤 공포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만약 고속도로를 시속 100km 이상 빠르게 달리던 차가 갑자기 속도가 떨어지더니 보닛에선 연기가 난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게다가 힘겹게 갓길에 정차를 했더니 불길까지 치솟는 다면요. ‘BMW 차량 주행 중 화재’를 취재하다 문득 이런 상상을 해봤더니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습니다.
그런데 피해자들이 보내 준 블랙박스와 휴대전화 영상에는 이런 생사를 다투는 다급함이 찍혀 있었습니다. 내 아이 혹은 연인, 부부끼리 BMW를 탔던 피해자들은 “내 가족이 타는 차에 이런 결함이 있었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민다”고 말했습니다. 당한 사람 입장에서는 나와 내 가족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갈 뻔한 끔찍한 기억인 겁니다.
관련 통계가 없어 수작업으로 계산한 ‘BMW 차량 화재’ 통계를 들이밀고 이런 이야기를 ‘BMW코리아’에 전달했더니 “대다수 화재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불법개조 사례도 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한 마디로 ‘잘 모르겠지만, 운전자 잘못 때문에 불이 난 사례는 있다’는 겁니다.
7월15일 첫 보도가 나간 다음날 국토부는 ‘자체조사(사실상 강제조사)’ 명령을 내렸습니다. 며칠 뒤 BMW는 ‘자체리콜’을 결정했습니다. 국토부는 뒤늦은 대응이 아니라 우연히 날짜가 겹친 것이고, BMW는 ‘EGR 모듈’이 문제라는 화재원인 결과가 하필이면 그 때쯤 나왔다고 합니다.
7월15일 보도에도 썼지만, 실상은 BMW가 작년 말부터 주행 중 불이 난 520d 9대를 대상으로 ‘기술 분석’에 들어갔었다는 겁니다. ‘기술 분석’은 차량 제조사가 기술적 결함을 인지했을 때 시행하는 것으로 ‘기술 분석 자료’는 관련법에 따라 국토부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합니다. BMW는 이런 사실에 대해 반년 넘게 입도 뻥긋 하지 않았고, 취재를 시작하자 ‘불법 개조’를 들먹였습니다. BMW가 ‘쉬쉬’하고, 국토부가 ‘뒷짐’을 지고 있는 사이 운전자 20여 명은 고속도로 한복판에 불난 차를 세워두고 갓길에서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습니다.
차량 화재, 특히 주행 중 차량화재는 운전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이제라도 BMW의 투명한 정보공개와 국토부의 철저한 원인 조사가 이뤄지길 기대해 봅니다. 이번에 상을 받은 건 지난 3월3일 관련 내용을 이미 보도했던 배정훈 기자의 도움이 컸습니다. 영광을 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