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올해 9월까지 방송사 등을 상대로 39건의 소송을 진행하며 소송비용만 4억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는 소송비용이 증가하자 부족한 소송비용을 기획조정관 내 일반수용비에서 9500만원, 운영지원과 유류비 2200만원 및 타 사업에서 6200만원 등을 전용해 총 1억5700만원을 초과 집행하기도 했다.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예산결산심사 소위원회는 내년도 방통위 예산에서 기획조정관, 운영지원과 기본 경비 35% 삭감을 결정했다. 소위원장인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2024년 방통위는 소송에 대응하다 끝난 한해였다. 소송비용으로 4억원의 예산을 사용하다 바닥나자 기름 값까지 끌어 전용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집행정지에 대한 착수금일 뿐 본안 소송 아직 집행되지 않아 소송 비용 늘어날 전망이다. 소송비 전용이 벌어진 운영지원과 기본경비, 기획조정관 기본 경비 등 35%를 삭감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국회에 제출한 2025년 예산안에서 소송비용을 부담하는 기획조정관 일반수용비 내역 중 ‘소송관련 등 수수료’를 1000만원 증액한 3억2600만원으로 편성한 바 있다.
20일 국회 과방위의 예산안 예비심사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방통위가 진행하고 있는 소송 39건 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법정제재를 받은 방송사들이 방통위의 과징금 부과 등 제재처분에 불복해 낸 소송이 33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가장 많은 소송비용을 지출한 사건은 YTN 최다액출자자변경 관련 언론노조 YTN지부와 YTN 우리사주조합이 제기한 승인처분취소 소송으로, 1억7600만원이 쓰였다.
김건오 과방위 수석전문위원은 해당 보고서에서 “2024년 과방위 국감에서 방통위가 소위 2인 체제 방통위에서 과도한 제재처분을 남발하여 국가 예산을 낭비하고, 2024년 예산도 과도하게 전용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따라서 방통위는 과도한 제재처분을 남발하여 불필요한 소송비용이 증가되었다는 지적이 있었다는 점, 2025년 소송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2024년 9월 기준 부족한 소송비용을 초과 집행한 점 등을 고려해 소송비용 관련 예산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1일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방통위 예산 심사 관련 입장문을 내어 “방통위의 운영에 필요 최소한의 기본 경비를 30% 정도 삭감한 건 선뜻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며 “특히 소송비용을 전혀 책정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걱정스럽다. 방통위가 소송비용 때문에 분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는 현실이 될 수도 있겠다. 국내외 빅테크나 대형 플랫폼 사업자와의 분쟁은 피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예결위 논의 과정에서 기본 경비 등 방통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데 꼭 필요한 예산을 충분히 반영하여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