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나온 기자의 사과 관련 질문을 두고 대통령실이 “대통령에 대한 무례”라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태도를 시정해야 한다”고도 말해 언론에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은 19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얼마 전 대통령이 고개 숙여 사과했는데, 끝날 때 기자가 어떤 것을 구체적으로 사과하는지 물었으나 답변 못 하지 않았나. 무엇을 사과한 거냐”는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을 받고 이렇게 말했다.
홍 수석은 “우선 담화문 속에서 자신의 불찰과 국민께 상심 드린 점을 포괄적으로 사과한다는 말씀을 주셨고 고개 숙여 태도로써 사과한 다음,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하면서 구체적인 부분까지 사과하는 내용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윤 의원이 “기자가 질문했을 때 딱 집어서…”라고 재차 물으려 하자 말을 끊고 “그 부산일보 기잔데요”라고 한 뒤 “그 기자가 대통령에 대한 무례라 생각한다”면서 “대통령이 사과했는데 마치 어린아이한테 부모가 하듯이 뭘 잘못했는데? 하는 태도는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7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제 주변의 일로 국민들께 걱정과 염려를 드리기도 했다”며 “죄송하다”고 허리 숙여 사과하면서도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선 충분한 설명 없이 “어찌 됐든 사과드린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에 기자회견 말미 박석호 부산일보 기자가 “두루뭉술하고 포괄적인 사과”라 지적하며 보충설명을 요구했으나, 윤 대통령은 “부산일보 기자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잘못 알려진 것도 굉장히 많은데 (여기서) 사실이 맞네 아니네 다퉈야겠냐”고 역시나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그런데도 홍 수석은 “대통령이 국민에게 하실 말씀은 담화 속에 들어 있었고 기자들과의 대화 속에도 들어 있었다”며 사과가 충분했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기자의 질문과 태도를 문제 삼은 것이다.
박석호 기자는 “언론의 역할과 기자의 사회적 책임을 부정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박 기자는 20일 기자협회보에 “기자가 질문한 것에 대해서 그 태도를 시정하라는 건 앞으로 이런 질문을 하지 말라는,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에게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주는 셈 아니냐”면서 “이제 누가 최고 권력기관인 대통령실에 그런 질문을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홍 수석 발언에 대해 몇몇 기자들도 문제의식을 공유했지만, 대통령실 출입기자단 차원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지켜봐야 한다. 기자단은 윤석열 대통령의 브라질 순방 일정 취재를 마치고 동반 귀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