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현장에 직접 들어가 보자.”
운을 뗀 건 작년 12월이었습니다. 팀원들이 한마음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노동’과 ‘인권’의 현장을 헤매다가도 ‘우리는 그 노동의 민낯을 정말 알고 있을까?’ 의문을 떨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일선 기자들이 가닿을 수 있는 최선은 당사자와 접촉해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래서 <한겨레> 24시팀은 노동 현장의 최전선에 직접 뛰어들기로 했습니다. 2009년 <한겨레21>의 연속보도 ‘노동OTL’ 이후 10년 만입니다.
화장품 제조공장, 콜센터, 프랜차이즈, 플랫폼 배달업체, 게임업체에 차례로 투입됐습니다. 구직부터 퇴사까지 두 달 가까이 현장에서 지내면서 고질적인 문제인 ‘야간노동’, ‘감정노동’, 기술 발전과 함께 새롭게 떠오르는 문제인 ‘플랫폼 노동’, ‘감시노동’, 제도 사각지대에 있는 ‘초단시간 노동’ 문제를 차례로 짚었습니다. 배달일을 하다 두 차례 사고를 당해 병원신세를 져야 했고, 약속과 달리 야간에는 1명만 투입하겠다는 사측의 경영 방침 변화로 다니던 공장을 그만두고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기도 했습니다. 돌발상황이 거듭 발생했지만, 덕분에 통계 수치나 전언으로는 담아낼 수 없었던 생생한 1인칭 시점의 경험이 기사에 담겼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두 달이란 시간은 ‘낯설게 바라보기’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노동의 의미와 모순을 모두 담아내는 데 아쉬움을 남긴 기간이었다 생각합니다. 현장의 경험을 기사로 옮기던 밤, 이 문장들이 ‘홀로 뜨거운 문장들’은 아닐지 고민하던 순간이 기억에 선명합니다. 기사가 나가고 난 뒤 ‘취직 전 알바하던 때가 생각나 메일 보내본다’, ‘공고 교사인데, 배달 일하는 제자들이 많아 가슴이 아팠다’, ‘야간출근하는 길에 읽다 가슴이 멍해졌다’는, 현장 노동자이자 독자였던 이들의 메일이 어느 때보다 큰 힘이 됐습니다.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은 분들이 많습니다. 일터에서 만난 동료들이 기꺼이 날 것 그대로의 ‘사는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일을 마친 뒤 취재 목적을 알렸을 때 놀라다가도 두 손 맞잡고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그들의 따스함이 잊히질 않습니다.
이번 기획은 일선 업무에서 잠시 손을 뗄 수 있도록 빈자리를 메꿔준, 기획에 참여하지 않은 24시팀 동료들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웹툰을 그려준 이재임 작가의 공도 컸습니다. 분량이 긴 체험형 르포기사의 특성상 독자들의 진입장벽이 높다는 단점을 극복하고자 기사를 웹툰으로 재가공했습니다. 이 작가는 기사를 만화화해 독자들과의 접점을 넓히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