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
10월11일 첫 보도가 나간 후 두 주 만에 정부 대책이 발표됐습니다. 그리고 한 달여가 지난 지금 국회에서 야심차게 발의됐던 ‘유치원 3법’은 여야를 막론하고 반대가 없을 거라는 당초 반응과 달리 여전히 국회에 막혀 있습니다. 취재 중 만난 한 보좌관이 저에게 한 말이 떠오릅니다. “한유총은 세상에서 로비를 가장 잘하는 집단이다. 원하는 것이 이뤄질 때까지 찾아온다.” 보도가 국민적 공분을 산 이후 이 말은 ‘옛말’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아직도 갈 길이 먼 듯합니다. 2012년 누리과정지원금이 지급된 이후 이런저런 비리가 있다는
사회 잘못된 관행·부조리 감시하며 ‘정의로운 분노’ 일으킨 보도 돋보여
이달의 기자상 선정 결과 10월에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부조리를 감시함으로써 ‘정의로운 분노’를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은 11편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취재보도 부문에 출품된 MBC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는 유치원 비리 명단과 해법을 제시한 용기 있는 보도였다. 입체적으로 비리 유치원을 전수 공개하고 탄탄한 기획으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타 언론사가 추종보도에 주저할 정도로 법적으로 민감한 사안이었으나, 심사위원들은 공익을 위해 정면 돌파하고 뚝심 있게 끌어간 부분을 높이 평가했다.중앙일보의 서울교통공사 등 공기업…
대학생 택배 알바 감전사… 열악한 환경 보도
고강도 노동 ‘1위 직군’ 택배 물류센터. 택배 물류센터의 노동강도는 이미 유명하다. 그런데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이 돌연 감전을 당했다는 이야기는 선뜻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열흘 뒤 20대 꽃다운 청년은 세상을 떠났다. 청년은 그저 운이 나빴던 것일까. 단순 사고로 보기엔 현장이 너무 열악했다. 사고가 난 물류센터에서 일했던 십여 명의 전·현직 노동자를 접촉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위험하고 살인적인 택배 물류센터의 작업 현장을 지적했다. “우리 아들이 아니어도 누군가 당했을 사고”라던 유족의 말이…
‘새로 쓰는 우리예절-신예기’ 시리즈
지난 2월, ‘새로 쓰는 우리예절-신(新)예기(禮記)’ 시리즈 첫 기획회의를 위해 10여명의 남녀기자가 편집국 회의실에 모였다. 창간 98주년을 앞두고 ‘왜 우리사회의 남녀, 노소, 계층은 갈수록 단절돼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까’, ‘일상 속에서 서로의 사정을 공감하고 배려할 수는 없을까’, ‘사회변화와 맞지 않는 오랜 예법의 대안은 무엇일까’ 등을 고민하다 나온 아이디어가 신예기였다.우리의 결혼, 제사, 장례 문화에서부터 어색한 친인척 호칭, 노인을 대하는 예절, SNS 예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슈가 논의됐다. 모두의 삶과 맞닿아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기획보도
“애써 잊어가며 살아가는데 왜 찾아와서 상처를 후벼 팝니까.” 간병살인 당사자와 유족들의 마음을 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온 취재진을 내쫓기 위해 옷을 벗어버리는 취재원도 있었습니다.그럼에도 취재를 멈출 수 없었습니다. 언론에 간간이 발생기사로만 노출되던 간병살인의 실태가 생각보다 심각했기 때문입니다. 판결문과 보건복지부 산하 심리부검센터에 남아 있는 기록, 언론 보도 전수 검색 등을 통해 간병 살인 케이스를 분석한 결과 2006년 이후 간병살인 가해자가 총 154명, 희생자 213명이란 데이터가 도출됐습니다.
“서울신문 간병살인 보도는 기사 이상의 학술적 가치”
가야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며 저널리즘의 미래를 묻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기자협회 337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서울신문의 간병 살인 154인의 고백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 사회 가족 간병의 암울한 현실을 직시하고 사회적 해법을 찾아보려는 이 기사는 단순한 기사 이상의 가치를 담고 있다. 취재팀은 수천 건의 재판 기록을 일일이 뒤지고 그 기록을 통해 비극의 그림자를 쫓고 직접 가해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은 뒤에 그들의 사연 하나하나를 돌에 비문을 새기듯 한 자 한 자 새기고 있다. 그들의 기사는 노트북
2018 부산 공공케어 보고서
“어린이집·대학교는 국공립이 최고인데, 공공병원은 왜 늘 형편없어야 할까?”이번 기획보도를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공공의료의 필요성을 이해시키는 일이었다. 공공병원 비중이 90%에 달하는 OECD 평균과 달리 민간병원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에서 공공병원은 ‘저소득·소외계층을 위한 병원’이란 편견이 오래도록 자리 잡고 있다.양질의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남녀노소 전 계층의 건강을 두루 살피는 촘촘한 공공보건의료망. 오지 않은 미래, 가져보지 못한 꿈일 뿐,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6개월을 달려왔다.현장에서
‘울산 가짜 해녀 어업보상금 비리’ 단독보도
시작은 울산의 한 조그만 어촌에서 일어난 주민들 간의 다툼이었다. 제보자가 동네에 비리가 많은데 기자에게 하소연하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취재를 위해 찾아간 곳은 마을에서도 한참이나 멀리 떨어진 찻집이었다. 마을 노인 여럿이 앉아서 불평을 쏟아 냈다. 두서가 없고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되지 않았지만 정리해 보니 마을 어촌계에 비리가 많다는 내용이었다. 가짜 해녀에서부터 어촌계장의 전횡, 마을 주민들 간의 돈 갈취, 해마다 정부에서 내려오는 전복 종패 금액 빼돌리기, 마을 공금 유용 등 조그만 어촌 마을이 비리 백화점을 방불케 했다.…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기획보도
우리가 진짜를 알고 있을까. 이 질문에서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어사그)가 시작됐습니다. 몇 달씩 게이트를 쫓고, 권력자에게 거친 질문을 던지고, 한 줄의 팩트 확인에도 수많은 시간을 쏟는 법조 기자들이 미처 묻지 못한 질문 말입니다. 사건수로 전체의 1%도 안 되는 게이트 연루 인사들 말고 주변 시민들은 어떻게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을까.질문은 이렇게 확인됐습니다. 사건수에 비해 판사수가 턱 없이 적어 민사·행정 사건의 70%를 ‘덤핑 재판’하는 실태, 법정구속까지 시켰지만 정작 판결문엔 혐의 중 무죄 부분 이유만 잔뜩이고 유죄
황수경 전 통계청장 교체 논란… 단독 인터뷰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특별한 이유 없이 경질됐습니다. “조직 활력을 위한 인사”, “통상적인 인사”라는 청와대 설명이 납득되지 않았습니다. 통계 신뢰성 문제 때문에 교체됐다는 다른 언론사 보도를 봐도 경질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통계청 안팎에선 갑작스런 이례적인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황 전 청장을 만나 직접 듣고 싶었습니다. 황 전 청장은 ‘눈물의 퇴임식’을 끝낸 뒤 만나 짧게 몇 마디를 했습니다. 메시지는 강렬했습니다. 현장 취재진은 이데일리뿐이었습니다. 그는 ‘가계동향조사 소득 통계 신뢰도 문제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