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잊어가며 살아가는데 왜 찾아와서 상처를 후벼 팝니까.” 간병살인 당사자와 유족들의 마음을 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온 취재진을 내쫓기 위해 옷을 벗어버리는 취재원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취재를 멈출 수 없었습니다. 언론에 간간이 발생기사로만 노출되던 간병살인의 실태가 생각보다 심각했기 때문입니다. 판결문과 보건복지부 산하 심리부검센터에 남아 있는 기록, 언론 보도 전수 검색 등을 통해 간병 살인 케이스를 분석한 결과 2006년 이후 간병살인 가해자가 총 154명, 희생자 213명이란 데이터가 도출됐습니다. 가족의 목을 조르고 수면제를 건넨 이들은, 한때 가족에게 헌신적이었지만 끝 모를 간병의 터널 속에서 무너져 내린 평범한 이웃들이었습니다.
무작정 주소지로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고 간곡하게 요청하는 일을 석 달여간 반복했습니다. 마침내 10여명의 마음을 열 수 있었습니다. 뇌졸중 어머니와 암에 걸린 아내, 장애를 지닌 딸까지 3대를 간병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취재원이 담담하게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았을 때, 눈물을 흘린 것은 당사자가 아닌 취재진이었습니다.
다행히 취재를 하며 느꼈던 감정과 문제의식이 독자들에게 잘 전달된 것 같습니다. 연재기간 많은 독자들이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간병의 어려움과 고통에 공감하거나, 스토리텔링 기사에 등장한 간병살인 당사자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다면서 연락처를 묻는 분들이 특히 많았습니다. 정부와 정치권, 학계 등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간병 가족들의 고통을 사회가 함께 나누어 질 수 있는 범정부적 대책이 하루빨리 마련되길 바랍니다. 저희는 계속해서 그 과정에 촉각을 기울이겠습니다.
이번 기획을 가능하게 해 준 취재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취재 과정에서 많은 가르침을 주신 유영규 탐사기획부 부장과 충분히 취재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 박찬구 편집국장 및 회사에 감사 인사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