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며 저널리즘의 미래를 묻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기자협회 337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서울신문의 <간병 살인 154인의 고백>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 사회 가족 간병의 암울한 현실을 직시하고 사회적 해법을 찾아보려는 이 기사는 단순한 기사 이상의 가치를 담고 있다. 취재팀은 수천 건의 재판 기록을 일일이 뒤지고 그 기록을 통해 비극의 그림자를 쫓고 직접 가해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은 뒤에 그들의 사연 하나하나를 돌에 비문을 새기듯 한 자 한 자 새기고 있다. 그들의 기사는 노트북 자판에 친 것이지만 그 집요함과 정교함과 치밀함은 돌에 글을 새기던 정성에 비하는 것이 과하지 않다. 취재팀은 방대한 자료 분석과 정교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국내에서 사실상 최초로 ‘간병 살인’ 관련 통계를 만들어냈다. 스토리와 분석과 구성이 적절하게 어우러졌을 뿐만 아니라 자료 가운데 덜어낼 것은 적절히 덜어내는 절제의 미까지 갖췄다. 사전 심사에서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 전원이 이 작품을 수상작 후보로 추천했는데 이는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나 근래에 보기 드문 역작에 대한 당연한 대우라고 할 것이다.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들은 “다 좋은데 이런 점이 보완되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의례적인 사족조차 붙이지 않았다. 심사위원들이 내놓은 촌평을 적어 심사 현장의 분위기를 전달하고자 한다.
“기획이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동료들에게 서울신문 기사를 보여주고 배우라고 하고 싶다” “깜짝 놀랄만한 기록이다. 기획의 힘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너무나 적나라하고 사실적이다” “단순 기사 이상의 학술적인 가치가 있다” “기사에 기자들의 땀이 배어 있다. 지금까지 비슷한 기획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탁월하다. 후속 기사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온라인 속보 경쟁 속에서 저널리즘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는데, 이 기획 기사를 보고 모처럼 가슴이 뛰었다”
동아일보의 <새로 쓰는 우리 예절 신예기(新禮記)> 연재는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장기 연재물을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간 기획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달라지는 시대에 맞춰 예절도 새롭게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을 제대로 포착했다. 31편의 대작 연재에 앞서 알차게 준비를 한 흔적이 눈에 띄었고 방대한 연재 내용은 향후 유사한 논의가 있을 경우 유용한 참고 자료로 삼을 만하다. 가족 간의 호칭 문제, 명절 예법 등 일상 생활에서 부딪히기 쉬운 실질적 문제를 앞세워 설득력과 재미를 더했다. 문화 관련 기획 기사를 찾기 힘든 요즘 동아일보의 기사는 두고두고 읽을 수 있는 가치가 있다는 데 심사위원들은 대체로 의견을 같이 했다
택배 기사로 일하던 대학생의 비극적인 죽음을 다룬 대전CBS의 <택배 ‘대학생 감전사’ 무엇이 청년을 숨지게 했나 & 현장 기록> 기사는 사건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큰 사회적 반향을 몰고 온 취재팀의 근성이 높이 평가 받아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발생을 단독으로 챙긴 것은 물론 큰 흐름을 놓치지 않고 사건을 사회적 의제로 이끌어가는 힘이 대단했다. CBS의 계속되는 문제 제기가 없었더라면 이번 택배 청년의 비극은 지방에서 일어난 단순 사건 사고에 그쳤을지도 모른다.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고 여론의 힘으로 제도적 개선을 이끌어내는 것이 언론의 한 역할이라면 CBS 보도는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낸 보도였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