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2021년 청소년 트렌스젠더 보고서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전하려 했을 때 가장 어려웠던 건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었다. 막막하던 와중에 처음 연락을 준 사람이 바로 수민(가명)씨였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며 메일을 보내온 그를 반갑게 만나러 간 날 우리는 그가 가족과 학교 어느 곳에서도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오랜 시간 묵묵히 삶의 무게와 어려움에 대해 토로한 수민씨는 저와 같은 트랜스젠더 청소년을 위해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수민씨를 시작으로 여러 청소년들을 만났고 4개월 뒤 본격적으로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수민씨
[이달의 기자상] 2030 지구의 미래 글래스고를 가다
한국에서 기후변화 기사는 비중이 크지 않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눈앞에 보이지만 온실가스 하면 여전히 뜬구름처럼 느껴져서일 겁니다. 기후변화 문제가 단순히 환경 영역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국제정치과학경제산업 등 여러 영역에 걸친 복잡한 이슈라 더 어렵게 느껴집니다. 기자로서 기후위기 문제를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늘 고민했습니다. 깊이있는 기사를 쉽게 쓰고 싶었습니다. 이런 고민을 이어가다 2021년 초 올해의 기후변화 주요 뉴스를 예상해 봤습니다. 11월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
[이달의 기자상] 탐사보고서 기록 - 3D프린터와 암
한여름 납골당에서 시작했던 취재는 한겨울 산자락에서 끝났습니다. 처음 취재에 나섰던 건 같은 학교에서 같은 3D프린터 업무를 한 선생님 두 분이 같은 희귀암에 걸렸다는 제보였습니다.3D프린터와 암의 연관성을 확인하기가 쉽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갈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추가 피해자 찾기, 실험, 해외 인터뷰, 정부 매뉴얼 초안 확보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었습니다. 하지만 추가 피해자들이 있었고, 선생님들이 쓴 제품에선 1군 발암 물질이 나왔습니다. 해외에선 수년 전부터 경고가 있었고 정부 매뉴얼 초안에
SBS '잇단 경찰 부실대응' 보도, 문제 파고들어 후속책 이끌어낸 점 높이 평가
제375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서는 총 9개 부문 62편의 출품작 중 5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이번 달에는 최종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인 작품이 다른 달에 비해 많지 않았다. 다만 일부 출품작은 신선한 접근 방식이나 좋은 메시지를 보여주었다.취재보도1부문에서는 8편의 출품작 중 SBS의 잇단 경찰 부실 대응 사건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과 신변보호 여성 피살 사건의 안타까운 내막을 전하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경찰의 부실 대응 문제를 끝까지 파고들어 후속 대책까지 이끌어 낸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기
[이달의 기자상] 잇단 경찰 부실대응 사건
상을 받아 기뻐야 마땅한데, 카메라 앞에 마주 앉았던 두 피해가족 분들의 눈빛과 표정이 떠올라 송구한 마음만 듭니다. 믿어주셔서 목소리를 전할 수 있었고, 이렇게 상도 타게 됐다고 연락드려볼 엄두는 도무지 낼 수 없습니다. 그분들이 겪고 계실 연말은 어떨지 감히 상상도 되지 않습니다. 미처 다 전하지 못한 가족분들의 목소리로 취재후기를 대신하고 싶습니다.2021년 11월15일 층간소음 흉기난동 경찰 부실대응 사건 피해가족: 사건의 절반 이상은 경찰이 키운 것 같단 생각을 해요. 항상 이런 식으로 그냥 넘어가 버리면 늘 이렇게 할 거
[이달의 기자상] 절반의 한국
지방 소멸은 너무 뻔한 주제 아닌가? 절반의 한국은 지난해 6월 말 신설된 기획취재부서 스포트라이트부의 첫 기획이었습니다. 주제를 두고 회사 안팎에선 많이 나온 얘기 아니냐는 반응들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기획팀은 수도권 부동산 가격 폭등을 비롯해 일자리와 산업, 교육의료 불평등 등 한국 사회 전반 문제들이 불균형 발전과 이어져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이를테면 서울 집값이 오른다고 계속 집을 짓는 게 해법일까, 땅은 한정적인데 사람이 몰려서는 아닐까. 그렇다면 왜 서울로 몰려드는가. 국토 면적의 12.1%에 불과한 수도권이 경
[이달의 기자상] 학생노동자 '꿈'사다리 흔들리지 않도록…
언론은 매년 연말이면 그해의 주요 사건과 이슈에 주목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라는 취지로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심을 갖자는 다짐의 의미일 겁니다.지난 기사를 뒤적여보니 4년 전 제주에서 현장실습생인 고 이민호군이 숨졌을 때도, 16년 전 광주에서 그런 일이 있었을 때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19살 홍정운군이 지난해 10월6일 차디찬 바닷속에서 숨진 사건은 그래서 더 아픕니다. 잊지 말자던 일을 어느새 잊어버리고 기억하지 못해서 다시 되풀이된 것 같아 죄스러워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광주일보의 기획물은 그런 고민
[이달의 기자상] 강원도교육청 예산 낭비 논란
이달의 기자상이라는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강원도교육청 예산 낭비 논란은 한 제보 전화에서 시작됐다. 비슷한 이름으로 예산이 계속 내려와 일선 학교에서 소화하기 버겁다는 내용이었다. 마침 강원도교육청이 교육부 예산을 대거 확보해 홍보에 열을 올리던 시기였다. 교육 당국과 일선 학교 현장의 간극이 무엇인지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했다.취재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무엇보다 폐쇄적인 교육계 특성상 학교 내부의 일을 쉽게 알려주려 하지 않았다. 이들을 일일이 설득하고 익명을 보장받은 뒤에야 교육청에서 내려보낸 공문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이달의 기자상] 납북귀환어부 간첩조작 사건
납북귀환어부 간첩조작사건은 전후부터 1980년대까지 동서해안의 우리 해역에서 조업 중인 어민들이 해상경계선을 넘어 남하한 북한의 경비정에 납북돼 고초를 겪고 돌아왔으나 우리 정부의 공권력에 의해 고문폭력에 시달리며 간첩으로 조작된 일이다.매일 생계의 터전인 거친 바다로 내몰렸던 어민들은 현대사의 비극인 남북대립에 휘말려 2차3차에 걸친 피해를 입었다. 전국의 피해자는 3600여명, 강원도 동해안의 경우 1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재심 등을 통해 명예를 회복한 경우는 46명에 불과하다.어민들은 납북과 끔찍한 국가폭력의 피해
[이달의 기자상] JTBC '대장동 핵심 당사자 연속 인터뷰', 게이트 실체 추적
제374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은 총 7편이다. 취재보도1부문에서 대장동 특혜 개발 실체 추적 및 핵심 당사자 연속 인터뷰(JTBC 정치부 박창규이윤석고승혁정해성하혜빈 기자), 화천대유 100억원 둘러싼 수상한 자금 추적기(CBS 사회부 홍영선윤준호김구연김태헌서민선 기자), 관광객 안내한다더니잠수작업하다 숨진 고3실습생(경향신문 전국사회부 강현석 기자) 세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JTBC의 대장동 특혜 개발 추적 보도는 대장동 게이트의 실체 추적을 선도한 보도라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 정영학 녹취록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