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매년 연말이면 그해의 주요 사건과 이슈에 주목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라는 취지로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심을 갖자는 다짐의 의미일 겁니다.
지난 기사를 뒤적여보니 4년 전 제주에서 현장실습생인 고 이민호군이 숨졌을 때도, 16년 전 광주에서 그런 일이 있었을 때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19살 홍정운군이 지난해 10월6일 차디찬 바닷속에서 숨진 사건은 그래서 더 아픕니다. 잊지 말자던 일을 어느새 잊어버리고 기억하지 못해서 다시 되풀이된 것 같아 죄스러워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
광주일보의 기획물은 그런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홍군 한 명의 사고가 아니라 수년간 반복되어온 사회 구조적 문제로 기업, 정부, 학교가 해결하지 못한 책임을 어린 학생들이 떠안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취재하며 만난 현장실습 현장에서 숨진 학생들의 유가족, 노무사, 노동인권전문가, 직업교육에 헌신한 교사들의 말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교육’이자 동시에 ‘노동’인 현장실습제도만 바로 세워도 교육과 일자리로 인해 고통받아온 우리 사회의 많은 청년 문제가 해결된다고 했습니다.
지난달 23일 교육부가 ‘안전한 직업계고 현장실습을 위한 10대 중점과제’를 내놨습니다. 과거에도 정부는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대책을 발표했지만, 취업률과 현장의 요구를 반영하겠다며 갈팡질팡했습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점을 다시 한번 인식하고 무엇보다 학생의 안전이 최우선시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다시 한번 홍군의 희생을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