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납골당에서 시작했던 취재는 한겨울 산자락에서 끝났습니다. 처음 취재에 나섰던 건 같은 학교에서 같은 3D프린터 업무를 한 선생님 두 분이 같은 희귀암에 걸렸다는 제보였습니다.
3D프린터와 암의 연관성을 확인하기가 쉽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갈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추가 피해자 찾기, 실험, 해외 인터뷰, 정부 매뉴얼 초안 확보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었습니다. 하지만 추가 피해자들이 있었고, 선생님들이 쓴 제품에선 1군 발암 물질이 나왔습니다. 해외에선 수년 전부터 경고가 있었고 정부 매뉴얼 초안에 있던 경고 문구들은 정작 학교 현장본엔 빠져 있었습니다. 긴 시간 회사의 배려, 그리고 기획탐사팀과 영상기획팀이 단어 그대로 팀플레이한 덕에 낼 수 있었던 성과였습니다. 돌아가신 서울 선생님의 유족들, 그리고 암에 걸린 선생님들은 늘 다른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안전을 걱정하셨습니다. 본인들의 피해를 강조하기보다 더는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매번 당부하셨습니다. 절절한 마음 덕에 더 힘을 내서 취재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보도는 나갔지만, 과정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선생님들의 공무상 재해 신청은 심사 중이고, 법은 그대로이며, 학교와 산업 현장이 얼마나 바뀌는지도 두고 봐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최근 열린 정부와 시민단체의 첫 토론회에서는 기존에 있었던 대책들만 되풀이됐습니다. 구체적인 대책이 더 나와서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기획탐사팀은 프로그램 이름 그대로, 앞으로도 늘 잘 ‘기록’해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