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미씽, 사라진 당신을 찾아서
한여름 더위를 식혀줄 장맛비가 억수로 쏟아진 그 날도 휴대폰에서는 실종 경보 문자가 울렸습니다. 도심을 정처 없이 헤매고 계실 꽃무늬 바지 차림의 91세 할머니가 걱정됐습니다. 매일 40명의 치매 노인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 중 매년 100명은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합니다. 고령화 시대, 내년이면 치매 인구 100만명. 치매 실종은 나의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우리는 무관심했습니다.장기 실종된 치매 어르신 가족들 사연을 듣기 위해 전국을 누볐습니다. 경찰 협조를 받지 못하는 경우 직접 찾아 나섰습니다. 치매 노인
[이달의 기자상] 외평기금 20조 끌어다 '세수 펑크' 메운다
연합인포맥스가 올해도 경제 보도 부문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습니다. 연합인포맥스는 올해 화두 가운데 하나인 세수 결손을 어떠한 방식으로 메울지에 대해 정밀하게 취재했습니다. 그 결과, 소위 외환 방파제로 불리는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에서 20조원을 끌어다 쓰고, 21년 만에 원화 외평채 발행을 재개하는 가운데 내년에도 외평기금에서 20조원가량을 충당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사실 수상작은 연합인포맥스의 핵심 역량인 외환채권의 전문성이 잘 발현된 기사라 감회가 남다릅니다. 그만큼 채권외환시장에 누구보다 가까이 있었기에 특이한 조짐을
[이달의 기자상] 임원만을 위한 노인회
난방비가 부족해요. 한마디가 취재의 시작이었습니다. 경로당에 지원되는 보조금은 노인회비로 들어가 단체 운영비로, 노인회장의 활동비로 쓰이고 있었습니다.우리만 그러는 게 아니고 전국적으로 다 하고 있는 관행이라는 노인회장의 말에 문득 분노했습니다. 보조금의 성격상 그렇게 쓰여도 큰 문제는 아니라는 공무원의 말에 잠시 말을 아낀 뒤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누구도 문제인 줄 몰라 관행화된 겁니다. 그사이 경로당 노인들만 영문도 모른 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경로당은 먹을 걸 주고 따뜻함과 시원함을 보장하는 단순한 공간은 아닙니다. 제가 어릴
[이달의 기자상] 8000 원혼 우키시마호의 비극
조금만 더 일찍 오시지. 그이가 참 좋아했을 텐데. 올 5월 광주를 찾았을 때 한귀분(86)씨는 반가움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듯했습니다. 그이는 우키시마호 생존자 고 장영도(90)씨. 안타깝게도 취재진이 방문하기 넉 달 전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평생을 어머니, 누이의 유해를 찾고 사건의 진상을 밝히려 했지만, 결국 간절한 바람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습니다. 우리가 조금만 서둘렀다면, 더 편안하게 눈을 감지 않으셨을까. 마음 한편에 죄책감이 들었습니다.우키시마호 역사는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었습니다. 강제징용에 끌려간 수많은 한
[이달의 기자상] SSG 2군 '야구배트 폭행' 파문
여기 2군 경기인데, SSG 선수들이 많이 안 왔네요. 시작은 주말에 걸려 온 제보 전화 한 통이었습니다. KBO 홈페이지 내 퓨처스리그에 들어가 특이점을 확인했습니다. 7월8일 SSG 내야수 이거연 선수와 김건웅 선수, 7월9일엔 최상민 선수가 엔트리에서 빠졌습니다. 3명 모두 2군 주력 선수들이었습니다. 특별한 부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지난 2010년부터 SSG 야구단을 취재했습니다. 그래서 진실에 다가가기는 다소 수월했던 것 같습니다. 2군 선수단 내 집단 가혹 행위가 있었고, A 선수는 후배를 배트로 폭행했다. SSG
MBC '두 초임교사의 죽음' 보도, 교권 침해 이슈화에 큰 기여
제396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10개 부문에 69편이 출품됐다. 이중 6개 부문에서 8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가장 응모작이 많았던 부문은 취재보도 1부문으로, 사회적 파장이 큰 보도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중 선정된 MBC 두 초임교사의 죽음 보도는 2년 전 경기도 한 초등학교에서 6개월 간격으로 사망한 두 초임교사 사건을 깊이있게 파고들며 입증이 쉽지 않은 교사들의 업무성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 문제를 드러내고 교권 침해 문제를 이슈화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MBC 윤 대통령 해병대 수사 개입 의혹 기사 역
[이달의 기자상] 두 초임교사의 죽음
교권 : (명사) 교사로서 지니는 권위나 권력. 교권이 추락했다고들 합니다. 추락할 만큼 높은 곳에 있었는지 묻기에 앞서, 그런 권위와 권력이 존재는 했었을까요?타인의 삶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 죽음을 되짚어가는 건 더 어렵습니다. 꿈꿔왔던 교단에서 죽음을 결심했을 두 초임교사의 고통을,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기자의 일은 동시대를 기록으로 남기는 겁니다. 단순 추락사로 묻혀있던 두 선생님의 죽음을 드러내고 기록했습니다. 가치 판단을 배제하고, 팩트만을 담담하게 기록하려 했습니다.동시대의 분노는 뜨거웠습니다. 일부
[이달의 기자상] 집단 마약 현장 경찰관 추락사
경찰관이 추락사했기에 이 사건은 뉴스가 될 수 있었다. KBS가 용산 아파트서 집단 마약 투약 의심경찰관 추락사 기사를 단독 보도한 이후 나온 반응 중 하나입니다.경찰의 내부 통제 실패를 규명하는 과정은 지난했습니다. 경찰은 동료 직원의 마약투약 정황이 드러날 수 있다는 생각에 취재 협조를 꺼렸고,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들과 입주민 대부분은 취재를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발로 뛰면서 퍼즐 조각을 모았고, 경찰관을 포함한 사건 일행이 주말마다 마약 파티를 벌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취재진
[이달의 기자상] 윤 대통령 '해병대 수사 개입 의혹'
우선 채 상병의 명복을 빕니다. 대통령 수사 개입 의혹을 방송한 지난 8월27일 스트레이트 엔딩곡은 박효신의 숨이었습니다. 채 상병이 가장 좋아했던 가수가 박효신이었기 때문입니다. 전북 남원에서 만난 채 상병 어머니는 너무 소중한 아들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젊은 해병의 어이없는 죽음에 대해 대통령이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그 지시를 충실히 따랐던 수사단장이 항명 수괴로 몰렸습니다. 가장 이상한 건 이종섭 국방장관이었습니다. 자기 손으로 결재한 수사 보고서를 바로 다음 날 재검토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증거가…
[이달의 기자상] 한체대 체조부 계약금 강제송금
4년 전 쇼트트랙 조재범 코치 성폭행 사건 이후 인권위가 체육계 인권침해에 대해 직권조사를 벌였습니다. 당시 고질적인 체육계 문제로 △폐쇄성 △2차 피해 우려 △절대적인 지도자 영향력 등이 지적됐습니다. 4년 전에 드러난 문제는 적어도 한체대 체조부에선 세월이 무색할 만큼 판박이처럼 남아 있었습니다. 선수들은 지도자의 힘이 절대적이다, 보복당할까 두렵다 말했습니다. 우려하는 선수들을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10년이 넘도록 이뤄진 일인 만큼 피해자도 많았습니다. 주저하는 이들에게 수차례 전화하고, 지역을 돌며 수십 명을 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