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를 비롯한 9개 언론현업단체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군을 동원해 민주 헌정질서를 중단하고 국민 기본권과 언론자유를 짓밟은 헌법 위반이자, 내란죄로 다스려야 할 중범죄”라며 윤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4일 한국기자협회와 방송기자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한국방송촬영인연합회·한국사진기자협회·한국영상기자협회·한국편집기자협회·한국PD연합회 등 9개 언론현업단체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전날 밤 계엄 선포 직후 150분여 만에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된 국회 등 급박하게 돌아간 현장을 최일선에서 취재했던 언론인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오늘 이 시간부터 윤석열은 더 이상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 아니다. 우리 언론인들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해 변함없이 국민의 곁에 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박종현 한국기자협회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언론인 여러분 간밤에 너무 고생하셨다. 죄송하게도 앞으로도 더 고생을 하셔야 할 것 같다”고 말문을 연 뒤 “계엄령을 선포하는 내용과 형식 어느 하나도 국민 눈높이 수준에 미치지 못했고, 난도질을 했다. 윤석열의 잘못된 괴물 짓거리 150분이었다”고 비판했다.
박 회장은 “앞으로는 이 시간이 15일이 될지 150일이 될지, 그가 해온 행태로 봤을 땐 짧게 끝나지 않을 수 있다”며 “그 즉흥성으로 말미암아 전혀 예상치 못하는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변곡점을 맞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두 눈 부릅뜨고 (언론인들이) 우리 사회와 국민의 편에서 함께 노력해 주셔야 될 것 같다. 저희도 긴장의 끈 놓지 않고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어제 저 무도한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가 성공했더라면 여기 계신 언론인들, 이 앞에 서 있는 언론단체 대표들 다른 데서 만나야 했을지도 모른다. 밤새 안녕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하루”라고 말을 꺼냈다. 이어 그는 “서울 상공을 휘감았던 무장헬기의 굉음을 들으면서 80년 광주를 떠올렸고, 말 안 들으면 처단하겠다는 계엄 포고령을 보고 전두환 정권의 악랄했던 언론 통제를 떠올렸다”며 “언론에도 촉구한다. 더 이상 계엄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말아 달라. 계엄을 참칭한 내란 목적의 쿠데타였다”고 말했다.
또 윤 위원장은 “여기 있는 언론단체들이 권력의 퇴진, 대통령의 구속을 요구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제 언론인들 똘똘 뭉쳐서 윤석열을 끌어내리고 내란죄로 감옥에 갇히는 모습을 볼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성호 방송기자연합회 회장은 “계엄이 해제된 1일 차이자 윤석열을 자리에서 몰아내야 할 1일차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을 지칭하며 “언론계, 방송계에는 윤석열이 내려보낸 계엄군이 이미 주둔해 검열하고 감시해 왔다”고 지적했다.
박성호 회장은 “우리는 윤석열 체제 사임, 윤석열 체제 퇴진, 윤석열 체제 붕괴를 온 국민이 이제 봐야 할 상황에 왔다”며 “우리가 할 일은 펜과 마이크로 국민들의 아우성을 담아 윤석열과 그 일당에게 전해야 한다”고 했다.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 회장은 “어젯밤 계엄령 선포 방송을 보고 깜짝 놀라서 대통령실 출입 기자에게 전화했더니 전혀 사실을 알지 못하고 본인도 당황하고 있었다”고 전하며 “포고령 내용의 주 골자는 정당과 정치 활동을 금지시키고 모든 언론과 출판은 통제한다는 내용이었는데 바로 전 국민이 ‘입틀막’하라는 이야기, 입틀막 계엄을 하겠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이 무도함에 정말 치를 떨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한민국이 다시 발전할 수 있는 그 전기를 마련하는 데 힘을 쏟아야 될 것이고, 그 현장에서 우리 모든 언론인 방송인들이 현장을 기록하고 세상에 알리고 역사로 전하는 그 힘을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김승준 한국기술인연합회장은 “어제 그 시각 여의도에 있었다. 가족이 보고 싶었다”며 “오늘 아침 가족들과 같이 눈을 뜨고 기자회견장으로 오는, 이렇게 정상적인 그 일이 굉장히 고맙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 계엄 선포와 함께 이루어진 언론 탄압은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며 “저희 방송기술인은 공정보도와 국민의 알 권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 어떠한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방송계의 본질을 수호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공동 기자회견문 전문.
[공동회견문]내란수괴 윤석열의 즉각 퇴진과 구속 수사를 촉구한다.
계엄군의 군홧발과 총구가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유린하고, 수도 서울 상공에 진입한 무장 헬기의 소음에 국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모든 정치활동과 집회, 파업을 금지하고 언론 출판을 계엄사가 통제한다는 포고령에는 어기는 자는 처단한다는 살벌한 협박도 빠지지 않았다.
21세기 대명천지 역사의 유물인 줄 알았던 계엄과 독재의 망령이, 그것도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국가수반인 대통령에 의해 되살아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핵심 참모들과 내각, 집권 여당 지도부조차 모르게 이뤄진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는 지난 반세기 넘게 온 국민이 피로 쓴 민주주의와 언론자유의 역사적 성취와 6공화국 헌법 정신 자체를 송두리째 파괴하는 반민주, 반역사, 반자유의 폭거였다.
야당의 예산삭감과 국무위원 탄핵 등을 계엄 선포 배경으로 둘러댔으나 어느 하나도 헌법이 규정한 계엄 선포 사유가 될 수 없음은 너무나 명백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군을 동원해 민주 헌정질서를 중단하고 국민 기본권과 언론자유를 짓밟은 헌법 위반이자, 헌정질서 파괴이며, 내란죄로 다스려야 할 중범죄다.
국회의 계엄 철회 의결로 6시간 만에 수포가 된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 시도는 한 편의 블랙코미디로 치부하기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치른 대가가 너무 크다. 아시아 민주주의 선진국 대한민국의 퇴행을 국제사회에 드러냈고, 자유와 창의 속에 문화의 힘으로 세계를 주름잡던 대한민국의 위상과 국격은 바닥까지 추락했다. 무엇보다 국방의 의무를 위해 군 복무 중인 군인들로 하여금 다시 형제 부모들에게 총구를 겨누는 반인륜의 범죄에 가담하도록 한 자는 더 이상 국군 통수권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난 2년 반 동안 수도 없는 언론탄압과 방송장악, 비판 언론에 대한 입막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언론인들은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자이기에 윤석열에게 대통령의 칭호를 붙여왔다. 하지만 오늘 이 시간부터 윤석열은 더 이상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 아니다. 그에게 맡긴 우리의 주권은 즉시 회수돼야 한다.
위헌적, 위법적 계엄 선포로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파괴하고 국민 주권을 유린한 내란수괴 윤석열은 즉각 퇴진하고 오라를 받아라. 이제 윤석열은 대통령직에서 내려와 만인 앞에 평등한 법의 심판을 받아라. 윤석열에게 동조해 내란에 가담한 김용현 국방장관 등 공범들도 모두 구속수사하라.
우리 현업 언론인들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해 변함없이 국민의 곁에 설 것이다.
2024년 12월 4일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방송촬영인연합회, 한국사진기자협회, 한국편집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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