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에 “국가 망신”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4일자 사설 <국민 당혹시킨 계엄 선포, 윤 대통령은 어떻게 책임질 건가>에서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상황도 아니고, 그럴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한 것도 아니다”라며 “세계 10위권 민주국가로 국가 망신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일갈했다.
조선은 “민주당과 야권이 192석을 차지한 상황에서 곧바로 해제될 게 뻔한 계엄령을 대통령이 선포”하고 “여당인 국민의힘 대표까지 계엄을 국민과 막겠다고 했다”면서 “어이없는 사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실제 국회는 계엄 선포 2시간30여분만인 이날 오전 1시 본회의를 열고 재석 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야당 의원은 물론 여당 의원들도 표를 보탰다.
조선은 또 “계엄을 선포하려면 국무회의를 통해야 하는데 이날 국무회의가 열리지 않았을 가능성도 높다”며 “계엄 선포의 법적 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은 “윤 대통령이 담화에서 밝힌 자유 헌정질서 수호는 최근 민주당의 입법 권력을 통한 행정 권력 무력화를 염두에 둔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모든 일에는 합당한 선이 있다. 민주당이 폭주한다고 해서 윤 대통령이 심야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도를 심각하게 넘은 조치”라고 거듭 비판했다.
한편 계엄과 관련해 조선일보가 지난 9월 냈던 성명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조선은 9월4일 <국민을 바보로 아는 ‘계엄령 괴담’>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윤석열 정부가 계엄령을 준비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펴고 있다”면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는 괴담을 근거도 없이 막무가내로 주장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조선은 당시 사설에서 “지금 세상에서 정부가 계엄령을 발동하면 군에서 이에 따를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도 거의 동시에 정부가 무너질 것이다”라며 “그런 자해행위를 할 정부가 어디에 있겠나”라고 했다.
그러나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은 느닷없이 긴급 담화를 열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3개월 전에 쓰인 조선일보의 해당 사설은 조선닷컴 기준 많이 본 뉴스 상위권으로 ‘끌올’(끌어 올리다)됐다. ‘성지순례왔다’는 댓글도 이어지고 있다.
조선일보는 결국 <‘계엄 준비설’ 제기…김민석이 맞았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어 “정치권에서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주도해온 ‘계엄령’ 주장은 지금까지 괴담으로 치부됐었지만, 3일 현실이 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은 “김 최고위원은 잇따라 계엄령 의혹을 제기했지만 당시에는 명확한 증거를 대지 못해 음모론으로 치부됐었다”면서 “근거로 든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 충암고 후배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방첩사령부를 방문해 역시 충암고 후배인 여인형 방첩사령관과 영관 장교 2명 등과 식사 모임을 가졌다는 것 정도”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어 “김 최고위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9월 계엄법, 국가배상법 개정이 담긴 ‘서울의 봄 4법’ 발의를 통해 계엄 선포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며 “김건희 여사 ‘사법 리스크’ 등으로 현 정부가 궁지에 내몰린다면 정권 교체를 막기 위해 계엄령을 발동할 위험이 있으니 이를 사전에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