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하찮은 글쟁이…늘 기자처럼 세상을 관찰하고 기록해왔다"
인터뷰 장소인 3호선 정발산역 근처 카페에 들어서 서성대다 알바생에게 물었다. 매일 오후에 들러 커피 마시는 노신사분을 뵙기로 했는데. 주로 어디에 앉으세요? 익히 안다는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아, 에스프레소 드시는 분요~ 저쪽이요. 그렇게 물었던 이유는 문학평론가 김병익 선생이 매일 오후에 혼자 커피를 마시며 회상에 젖는 자리에서 감히 그 기분을 느끼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가방에서 인터뷰 자료를 주섬주섬 꺼내놓고 창문 밖 풍경을 보려는데 선생이 환하게 오셨다.김병익 선생은 글쓰기로 한평생을 살아왔다. 기자가 돼서 기사를 쓰고 평
4년 만에 존엄사 재조명… "서울신문에 오리지널리티 있죠"
지난해 8월, 신융아 기자는 메일 한 통을 받았다. 췌장암 말기 환자였는데 간까지 전이돼서 상태가 나빠져 스위스에서 조력사망을 준비하고 있다며, 가족 대신 동행해 줄 수 있느냐고 묻는 내용이었다. 2019년 신 기자가 쓴 존엄한 죽음을 말하다 기사를 보고 연락을 취한 것 같았다. 4년 전 신 기자가 속했던 서울신문 탐사기획부는 스위스에서 조력사망한 한국인의 이야기를 처음 보도하며 그간 금기시됐던 존엄사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 올린 바 있다. 메일을 받고 고민하던 신 기자는 당시 함께 했던 부장을 찾아갔다. 때마침 기획취재부가 생겼고
"단독의숲, 좋은 기사 모방·분석할 레퍼런스 됐으면"
단독의숲이란 사이트(https://dan doc.kr)가 있다. 지난 3월 말 론칭한 뉴스앱은 그 이름대로 국내외 언론의 단독과 탐사 기사만 한 데 모아 제공한다. 사이트를 통해 뉴스 제목과 첫 문단을 간략히 보여주고, 클릭하면 해당 매체로 연결해 전문을 볼 수 있게 했다. 방대한 뉴스의 숲에서 훌륭한 나무만 선별해 정원을 꾸린 누군가는 어떤 생각이었을까. 기획과 개발을 직접 하고 현재 5~6개월째 운영도 맡고 있는 이창수 전 세계일보 기자에게 지난 13일 전화를 통해 물었다. 좋은 기사를 많이 보고 찬찬히 읽고, 분석과 모방을 시
"왜 스쿨존서 끊임없이 생명이 위협받아야 하나요"
이 세상에서 저를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엄마, 아빠도 아닌 언니였어요. 가족들도 다 너를 제일 사랑하는 건 백진솔이다 인정할 정도였죠. 백솔빈 경남도민일보 기자와 언니 백진솔씨의 관계는 애틋했다. 한 살 터울로 자라 언니 동생보단 친구처럼 지냈던 사이. 백 기자에게 언니 백씨는 언제나 천사 같은 사람이었고, 둘은 서로를 분신처럼 생각했다. 언니 오른팔에 커다란 점이 있는데 제 오른쪽 다리에도 똑같은 점이 있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분신이다, 그렇게 얘기하며 자랐죠. 그렇게 소중했던 언니가 지난달 19일 사고를 당했다. 퇴근길, 부산…
체육과학과 출신 '레알 운동권'… "축구 하는 날은 설레는 맘으로 출근"
풋살대회 초대 우승과 대회 첫 MVP란 더블 행운은 심현영 뉴스1 디지털뉴스룸 기자에게 돌아갔다. 중앙일보와의 4강전에서 이번 대회 첫 골을 넣은 심 기자는 결승전에서 넣은 두 번째 골이 그대로 결승골이 되면서 대회 최우수선수에 뽑혔다. 수상 직후 심 기자는 저희 팀이 골고루 골도 넣고 골고루 활약했기 때문에 MVP는 정말 예상을 못 했다면서 머리가 하얀 상태라고 얼떨떨해했다. 작은 키에 다부진 모습의 심 기자는 MBC와의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부터 눈에 띄는 존재감을 보였다. 공을 능숙하게 다루면서 빠른 발로 상대 진영을 종횡무진으
우울증·공황장애 고백… "미워하지 않고 받아들였죠"
김지수 전 연합뉴스 기자의 백팩 안에는 비닐봉지 두 개와 진정제, 물통이 들어있다. 2012년 여름,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진단받고 지금까지 꼭 가지고 다니는 것들이다. 가방 정리를 할 때마다 비닐봉지를 한 번씩 불어본다. 구겨지거나 탄력이 떨어지면 새것으로 바꾸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퇴사하기 전까진 공황증세는 주로 퇴근길에 나타났다. 공황이 오면 지하철 승강장이든, 길바닥이든 주저앉는다. 비닐봉지를 입에 대고 호흡에 집중한다.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지, 그 시간은 외로웠다고 그는 전했다. 중증 우울증으로 입원 네 번,…
'탈포털' 미지의 세상으로… H랩 우주선의 세 파일럿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려면 탐사선이 필요하다. 미지의 환경에 가장 먼저 뛰어들어 무리의 안착을 이끄는 역할이다. 최근 한국일보에선 디지털 탐사선을 자처하는 H랩(Lab)이 탄생했다. 이들의 임무는 종이신문 너머 디지털 세상에서 새로운 기술과 독자 그리고 성장 가능성 찾기다. 이륙 2개월째, H랩 탐사선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비행사로 나선 김유진‧박지윤‧손성원 기자에게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의 여정을 물었다.H랩은 한국일보가 지난해 12월 미디어전략부 산하에 신설한 디지털 실험조직이다. 지난 1년여간 마음 돌봄 콘텐츠 터치유를 연재
"그림 그리려고 기사 쓰나봐요"… 오늘도 산으로 간다
윤성중 월간 山(산) 기자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단연 화제의 인물이었다. 기사마다 독특한 삽화들이 여러 장 첨부되는데,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이 윤성중 기자 본인이었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그림 그리기 위해 기사 쓰는 기자, 저작권 논쟁 피할 수 있는 참기자 등으로 그를 부르며 뜨거운 관심과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그가 언제부터, 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았다.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지난 15일, 월간 산 사무실이 있는 서울 마포구에서 윤 기자를 만났다. 이날은 마침 월간 산의 마감 주간이었다. 월간 산은
오리고 붙이고 칠하고… 사진으로 '일사정리'
지난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만난 장승윤 동아일보 사진부 차장은 백팩에 2절 화판가방, 비닐 재질 장바구니까지 빈손이 없는 채였다. 바리바리 싸들고 온 짐에서 A0부터 A2까지 사이즈의 종이판이 수십 장 나온다. 두께감 있는 판엔 잘린 신문조각들이 덕지덕지 붙었다. 다양한 인물과 건물, 무기 사진, 로고와 타이포 같은 이미지, 기사제목과 본문이 오려져 매번 어떤 구도와 질서에 따라 배치된다. 색종이와 수채유채 물감을 덧칠하고, 마른오징어나 마스크 같은 오브제를 올리기도 하는 콜라주 기법이다. 사진기자가 웬 예술작품을 들고
"두루미 따라가다… DMZ 경계 500㎞나 걸었네요"
그를 DMZ의 영혼 깊숙한 곳으로 이끈 것은 두루미였다. 철원평야에서 처음 두루미와 눈이 마주친 전율을 잊을 수 없다. 한없이 시리고 맑은 철원의 하늘을 아름다운 날갯짓으로 날아오르던 천상의 새 두루미에 홀려 지난 15년간 DMZ 일원을 걷고 또 걸었다. 박경만 전 한겨레 선임기자 이야기다.그가 최근 두루미의 땅, DMZ를 걷다를 펴냈다. 우리나라 서쪽 끝 백령도 두무진에서 시작해 연평도, 인천강화 앞바다의 작은 섬들, 한강하구, 임진강, 한탄강, 강원도 고성 화진포에 이르는 500km를 걸으며 만난 DMZ의 역사와 생태, 사람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