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일보 김원진·곽안나 기자는 지난 3일 대전을 찾았다. ‘2023 지역신문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지난 4~6월 ‘<신혼N컷>, 당신의 신혼 감성에서 답을 찾습니다’ 기획을 진행했고 우수 사례 중 하나로 발표를 했다. 시상식 전 인터뷰에선 “집에 가서 맥주나 먹어야지” “성심당이나 사가려고”란 대화가 오갔다. 그리고 약 5시간 후 시상식. 뒤늦게 합류한 김칭우 논설위원까지, 경제부 이전 멤버 셋은 ‘대상’이 적힌 피켓을 들고 박수를 받았다. 김 위원은 7일 본보와 통화에서 “깜짝 놀랐다. 쓸데없는 짓이 아니고 지역신문에서도 새 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인정받은 것 같아 큰 힘이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획은 ‘인생네컷’에서 제목을 빌려왔다. 신혼이 ‘인천’과 맞물릴 때 마주하는 순간들을 여섯 커플 이야기로 드러냈다. 뽀얗고 화사하지만은 않은, 현실 버전 ‘인천의 허니문’이다. 집 근처에 치킨집밖에 없는 부족한 행복주택 인프라 여건, 임대주택 부족으로 김포로 이사하게 만드는 소극적 신혼주거 정책, 외곽 신도심 쏠림으로 육아 인프라가 모자란 원도심, 서울 출퇴근으로 밤 9시에 저녁을 먹는 삶 등이 그렇게 담겼다. 여기 구상부터 염두에 둔 ‘전달 방식의 차별화’가 더해졌다. 기획은 구어체에 가까운 ‘분석기사’와 더불어 인스타툰 작가들과 협업한 ‘웹툰’, 신혼의 고민과 인천의 삶을 디테일하게 보여주는 ‘웹소설’을 함께 선보였다.
김원진 기자는 “지난해 신혼 감소세가 전국 17개 시도 중 인천과 경기에서 가장 낮았고 원인은 서울 집값 폭등이었다. 이미 많은 신혼 기획이 선행돼 읽히기 위한 고민은 필수였고, 우리가 모르던 젊은 독자층을 사로잡는 데 기존 문법은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웹툰을 미끼상품처럼 쓰고, 기사와 소설로 넘어갈 수 있게 하자 했다”고 설명했다. 큰 틀에서 웹툰, 분석기사, 웹소설 포맷을 각각 초·중·고급 코스로 배치한 모양새. 인천일보 사이트에서 모든 콘텐츠를 볼 수 있지만 분석기사는 지면, 웹소설은 카카오 플랫폼을 추가 유통경로로 잡았다. 웹툰은 수백부터 수만까지 팔로워를 보유한 참여 작가들이 각자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콘텐츠를 노출해주는 데까지가 협업이었다.
통상보다 몇 배의 품이 요구됐다. 기본은 취재와 인터뷰. 스무 커플을 만나 핵심 키워드를 잡았고, 여섯 커플을 정해 두 기자가 절반씩 나눠 각각 세 차례 이상 만났다. “밥과 술을 대접하며 얘길 나눴고 세 번째엔 집에도 갔다. 점심엔 얘기가 안 나와서 밤에 술을 많이 먹었다.”(김원진) 이 인터뷰를 200자 원고지 50~80매 분량 소설 포맷으로 정리한 게 웹소설이다. 이는 인스타툰 협업작가들의 제작을 위한 시놉시스도 됐다. 앞서 수십 명 작가를 리스트업 해 무작정 DM을 보내 5명을 정하는 과정도 있었다. 공익적인 취지, 신혼경험의 공감대를 토대로 통상보다 적은 작가료로 협업이 성사됐다.
곽안나 기자는 “웹소설을 쓰는데 처음에 너무 안 써져서 막막했다. ‘진짜 별 걸 다 한다’ 싶었고 지치기도 했는데 두세 편 넘어가면서는 재미도 느꼈다”며 “예민한 부분이 많아 걱정했는데 인천이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기사란 데 동의해주시면서 본인들 얘길 편히 말씀 주셔서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택, 청년, 육아 등 제각각 정책이 연결성 없이 따로 노는데 여러 가지가 묶여있는 신혼문제를 들여다보면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인생 대부분을 인천에서 살아온, 직업이 기자인 ‘인천사람’들이라 이번 기획은 가능했다. 현재 김 기자와 곽 기자 모두 인천 계양구에 살고, 결혼 만 3년차이며, 아이를 키운다. ‘인천으로 오는 게 아니라 서울을 떠난 것’이란 지역 특수성을 오래 봐왔다. 현재는 각각 정치부, 문화부에서 일하지만 2013년, 2015년 인천일보 입사 후 ‘청년문제’ 등 다수 기획을 함께 해온 터 ‘협업’과 ‘콘텐츠화’의 경험치가 있었고, 당시 경제부장이던 김 위원은 편집부, 디지털 부서와 커뮤니케이션 등 사내·외 ‘고공전’으로 기자들을 지원했다. 회사는 웹툰 작가료 200여만원, 즉 “만화에 수 백만원을 지불”해주는, 지역신문에서 드문 결단을 해줬고 이는 새 시도를 해보란 시그널이 된 측면도 있다.
두 기자는 “시민 편집위에선 ‘신혼N컷’이 뭔지 모르겠고, 인천일보 독자를 고려 안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새겨들을 말이지만 이것만으론 슬펐을 텐데 인스타그램에선 남편과 아내가 ‘이거봐, 우리 얘기야’라며 서로 댓글, 해시태그를 다는 일이 꽤 많아 기뻤고, 기획취지와 맞는 방향이었구나 판단했다. 이 중 1~2% 젊은 독자들만이라도 인천일보에 곁을 내주는 계기가 됐길 바란다”고 했다. 김 위원은 “새 시도를 하며 동기나 데스크들을 강압적으로 끌고 간 것도 있는데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며 “인천시가 타깃화된 정책을 펴는 데 반영되길 기대한다. 지발위 등의 지원이 해외출장 외에 특화된 기획의 데이터 분석비용에도 이뤄지면 지역신문 변화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제언도 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