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지역 찾아다니며 강원도를 새삼 알아갑니다"

[인터뷰] '다시쓰는 폐광지역 리포트' 김정호 강원도민일보 기자

“지역 기자인데, 지역사회에 대해 잘 모르는 부분이 많더군요. 정선, 태백, 영월, 삼척 등 폐광지역을 찾아다니면서 폐광으로 쇠락해가는 지역 현실을 새삼 알아가고 있습니다.”


김정호 강원도민일보 기자는 올해 1월부터 ‘다시쓰는 폐광지역 리포트’라는 이름의 기획을 연재하고 있다. 사라져가는 강원도 탄광산업의 과거와 현재를 되짚고 폐광지역의 회생방안을 모색해보자는 의도다. 산업화 과정에서 국가경제 성장을 이끈 강원도 탄광산업은 곧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대한석탄공사는 내년 6월 태백 장성광업소, 2025년 말 삼척 도계광업소 폐광을 추진하고 있다. 두 곳이 폐광하면 강원도 탄광은 민간이 운영하는 삼척 경동탄광만 남는다.

김정호 기자(사진 왼쪽에서 세번째)는 지난 4월 광산진폐권익연대가 주관한 제8회 진폐재해자의 날 행사에서 진폐 재해의 현실을 조명한 공로로 감사패를 받았다.


“남은 탄광 3곳이 문을 닫으면 강원도 탄광산업은 사라지게 됩니다. 한때 산업역군이라는 자부심을 품고 살았던 광부들은 지금은 진폐증이나 만성폐쇄성 질환 등으로 고통받고 있고, 1980년 사북항쟁 등 아픈 역사도 있죠. 석탄산업합리화정책으로 휘청이는 지역경제는 현재진행형입니다. 회사에서 그런 이야기를 담는 기획을 제안했고, 제가 맡아 진행하게 됐습니다.”


지난 19일까지 29회가 실린 기획연재물에는 진폐 재해로 고통받는 광부들, 폐광 이후 먹고 살기 위해 고향을 떠난 광부와 그들 가족 이야기, 사북항쟁 피해자, 폐광지역 주민의 목소리가 펼쳐졌다. 그는 사북항쟁 피해자 가운데 신경씨와 윤병천씨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사북항쟁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계엄군에 끌려가 고문을 당한 두 사람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가 사북항쟁 관련 내용을 심층 취재해 12차례 연속 연재한 이유다.


“정선군 사북일대 탄광에서 근무한 광부들을 만나보니 사북항쟁에 직접 참여한 분들이 있었습니다. 옥고를 치르거나 고문 피해를 겪은 분들도 많았죠. 사북항쟁 특별법은 별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피해 생존자들은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사북항쟁을 재조명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이 기획의 영향으로 제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6월 ‘사북항쟁 집단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조사개시를 결정했다고 한다. 그는 “기획이 시작된 이후 사북항쟁 재심 재판 관련한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사북항쟁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진실화해위 조사개시 결정이 내려졌고, 지난 7월에는 사북항쟁 피해자 4명이 43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북항쟁을 취재하면서 배우거나 느낀 점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군부독재 시대에 발생한 강원도의 아픈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은 아무런 사과와 피해 구제도 받지 못했어요. 사북항쟁을 재조명함으로써 특별법 제정과 검찰의 직권재심 청구를 다시 한번 촉구하는 기회가 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 기자는 재작년 4월에 입사한 3년차 기자다. 사회부에서 보건, 농업을 담당하는데, 기획을 위해 주말에 따로 시간을 내 폐광지역을 찾아다닌다. 광산진폐권익연대나 사북항쟁동지회, 고한사북남면신동지역살리기공동추진위원회 등 관련 단체 도움을 받지만 최대한 현장 목소리를 담으려 애쓴다. “주변에서 기획을 잘 보고 있다는 얘기를 해줘 힘이 납니다. 인터뷰를 진행한 피해자나 유가족이 자신들의 입장을 잘 대변해줬다고 연락을 해올 때 가장 뿌듯하죠.” 연말까지 기획을 끌고 나갈 계획이라는 그에게 어떤 기자로 남고 싶은지 물었다. “지금보다 더 지역사회에 관심을 기울이고, 지역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조명하고 싶어요. 더불어 제 기사를 통해 강원도민뿐 아니라 많은 독자가 강원도의 과거와 현실에 대해 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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