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허위·기획 주장할거면 인터뷰 내용이 그런지 답 내놔야"

[와이드 인터뷰] '김만배 녹취록' 관련 자택 압수수색 받은 한상진·봉지욱 뉴스타파 기자

‘김만배 음성 파일’ 관련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이 지난 14일 뉴스타파와 JTBC 본사, 그리고 뉴스타파 소속 기자 2명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검사 4명과 수사관 16명 등 20명 규모의 수사팀을 투입해 오전 8시 반부터 오후 4시까지 뉴스타파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날 자택에서 급작스럽게 수사관들과 마주한 한상진·봉지욱 기자도 길게는 9시간가량 신체 및 자택 압수수색을 받았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에서 뉴스타파와 두 기자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만배, 신학림 등과 모의해 윤 대통령을 비방할 목적으로 거짓 정보를 보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 현업·시민단체들은 “선거 보도 한 건으로 검찰이 언론사와 기자들을 군사 작전하듯 압수수색하는 국가가 전 세계 어디에 있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14일, 검찰은 뉴스타파·JTBC 본사와 함께 뉴스타파 소속 한상진(왼쪽)·봉지욱 기자 2명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출근 준비를 하다 급작스럽게 수사관들과 만난 두 기자는 짧게는 6시간, 길게는 9시간가량 신체 및 자택 압수수색을 받으며 휴대폰 등을 압수당했다. 기자협회보는 지난 18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 함께센터 5층 회의실에서 두 기자를 만나 압수수색 당일의 상황, 또 검찰 주장에 대한 생각 등을 물었다.


지난 18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 함께센터 5층 회의실에서 만난 두 기자 역시 “가장 중요한 공인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가 이렇게 가볍게 적용되고 다뤄지는 것이 맞느냐”면서 검찰이 향후 대장동 특검에서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정치 수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 검찰 프레임대로라면 언론은 존재할 필요가 없고 검찰만 있으면 된다”면서 “언론의 역할은 사건 해결 능력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합리적인 의혹을 던져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두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지난 14일 검찰이 뉴스타파와 두 기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그날 어떤 상황이었나.
[한상진] “오전 8시20~25분쯤 검찰이 저희 집 초인종을 눌렀다. 출근 준비하느라 막 샤워를 시작한 때였는데, 일단 변호사에게 연락이 가야 하니 회사에 전화를 하고 문을 열어줬다. 검찰 쪽에선 변호사가 없어도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고 했지만 전 그렇게 압수수색을 받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변호사 입회하에 압수수색을 받겠다, 기다려달라고 얘기를 했고 다행히 기다려줘서 길게는 1시간 반 정도 거실에 다 같이 앉아 있다가 변호사가 오자마자 압수수색이 시작됐다.

영장을 보니 신체 압수수색 또 휴대폰, 컴퓨터, 태블릿, 외장하드 등 전자장비에 대한 압수수색이 있더라. 일단 제 몸을 수사관이 훑었고, 6명의 검찰 관계자가 집 곳곳을 싹 뒤졌다. 쓰다 버린 휴대폰, 노트북부터 시작해 USB 등을 수거하고 거실에 펴놓은 후 자기들 장비에 넣어 정보를 추출했다. 제가 5~6년 전까지 썼던 노트북도 그 중 하나였는데 잠금 번호를 기억하지 못하니까 아예 뜯어서 하드만 빼가지고 정보를 추출했다. 다만 이 사건과 관련된 건 아무것도 나온 게 없어서 결국 압수물품으로 가져간 건 제 휴대폰 하나였다. 나머지는 문서 한 장 못 갖고 갔다. 압수수색이 끝나니 오후 2시 정도더라.”

[봉지욱] “저는 오전 8시20분쯤 초등학교 6학년인 큰애를 학교에 데려다 주려고 나왔는데, 엘리베이터를 타려 하니 수사관이 다가오더라. 검찰에서 나왔다고 해서 알겠다, 일단 애를 학교에 데려다줘야 하니 같이 가자고 했다. 그런데 안 된다면서 부인에게 부탁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에 들어가려 했는데 현관문을 잡으면서 들어가지 말라고 했다. 영장을 제시하지도 않은 상태였는데 문도 못 닫게 제지를 해서 결국 신발장 쪽에서 변호사님과 통화를 했다. 그 사이 수사관이 집에 들어왔고, 밖에서 기다리던 5명의 검찰 관계자들도 그제야 영장을 갖고 올라와 집 안 식탁에서 영장을 열람했다.

압수수색 과정에선 불법으로 볼 만한 지점이 몇 번 있었다. 실리콘 골무 같은 걸로 지문 부분을 눌러 제 삼성 갤럭시폰을 열고 내용을 열람했는데, 단순 열람이 아니라 수사관이 화면을 사진으로 찍어 어딘가로 계속 보냈다. 특히 뉴스타파 직원들이 향후 대응이나 나갈 기사에 대해 얘기하는 텔레그램 단체방을 몇 시간 동안 들여다보면서 그 내용을 어딘가로 보냈는데, 이 부분은 나중에 재판에서 문제제기를 하려고 한다. 저는 압수수색을 오후 5시 반까지 9시간 동안 당했다. 포렌식을 하다가 안 되니 수사관 2명을 추가로 투입하고, 그래도 안 되니 2시간 걸려 인천국제공항에 있다는 포렌식 장비를 가져오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도 포렌식이 안 돼 결국 휴대폰을 가져갔고, 그것 말고도 약 13년 전에 출고된 갤럭시 S1, 또 그쯤 나온 아이폰 4까지 총 3대를 가져갔다.

한편 압수수색 과정에서 일부 수사관들은 ‘개인적으로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는 투로 말을 하기도 했다. 자기들도 이해가 안 간다, 그런데 어쩔 수 있겠냐, 법원 가서는 잘 될 거다 이런 얘기를 했다. 대통령실의 수사 가이드라인에 수사관들조차 불만을 갖고 있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기자협회보는 지난 18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 함께센터 5층 회의실에서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를 만나 압수수색 당일의 상황, 또 검찰 주장에 대한 생각 등을 물었다.


-압수수색 영장에 따르면 검찰이 뉴스타파와 두 기자에 적용한 혐의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이다. 이에 대한 생각은.
[한상진] “일단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보도 당시엔 대선 후보였고 지금은 대통령, 즉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공인인데 그런 사람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가 이렇게 가볍게 적용되고 다뤄진다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능한 것인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 전무후무한 일인 것 같다. 몇몇 언론사에서 문제제기도 했지만 명예훼손죄는 ‘반의사 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다. 그런데 대통령실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말하지 않는다. 이 사안이 정말 본인의 명예를 훼손해서 언론사에 대한 강제 수사를 할 만큼의 사안인지 국민적 판단을 받아봐야 하는데 말을 안 한다. 저는 그것도 굉장히 문제라고 생각한다.”

[봉지욱] “지금 대장동 특검이 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이 됐고 12월에 의결이 되면 빠르면 3~4월쯤 출범을 하게 된다. 그런데 특검에서 부산저축은행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서면 조사라도 이뤄질 수 있지 않나. 그 조사를 방지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닌가 생각한다. 왜냐하면 검찰은 당시 수사 기록이 있는지도 없는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수사 무마는 없었다, 이렇게 결론을 내려버렸다. 근거가 없는데도 이런 결론을 내린 이유는 이번 수사가 향후 특검에서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한 ‘정치 수사’의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뉴스타파가 가장 날 서게 비판한 게 검찰이었다. 죄수와 검사 시리즈, 또 검찰 특수 활동비 문제 등을 날 서게 비판했는데 불만들이 누적돼 신학림과 김만배 돈거래를 고리로 들어와 본 것 같다. 하지만 그 연관성을 자기들이 입증을 해야 될 텐데 제가 볼 때는 그런 사실 자체가 없기 때문에 안 될 것이다. 입증이 어려운 것을 알면서도 수사를 해야만 하는 검사들의 고충도 저는 있다고 생각한다.”

-‘김만배 음성 파일’을 보도하게 된 경위를 자세히 설명해 달라. 김만배와 신학림 간 금전 거래 사실은 알았나.
[한상진] “돈 거래는 당연히 몰랐다. 알았다면 제 성격상 그게 아무리 중요한 기사여도 썼을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신학림 선배하고 싸웠을 거다. 지금도 기억나는데 2022년 3월4일 밤이었다. 뉴스타파 저널리즘스쿨 교육생 면접을 보는 날이었는데, 면접 들어가기 전 신학림 선배와 전화 통화를 했다. 워낙 두서없이 말을 하는 사람이라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서 그만 말하고 주요 내용을 좀 풀어서 나에게 줘라, 얘기를 하고 면접에 들어갔다. 그날 면접이 오후 6시부터 시작해 밤 10시가 넘어 끝났는데, 10~20분 쯤 후에 5층 복층 안쪽에 신학림 선배가 주로 쓰는 회의실(프로젝트룸)로 올라갔다. 김용진 대표와 제가 같이 갔는데, 그 사이 본인이 녹취록을 다 풀어놨더라. 그걸 주는데 읽으면서 ‘헉’ 했다. 그리고 너무 화가 났다. 이걸 지금 주면 어떻게 하냐고, 벽인지 소파인지에 녹취록을 집어던지면서 제가 막 성질을 내고 욕도 했던 것 같다.

제 첫 질문은 녹음한 날짜가 6개월 전인데 왜 이제야 주냐는 거였다. 신학림 선배가 한 얘기는 이랬다. 사적인 대화였고 보도할 생각은 없었는데 2월 TV 토론회에서 윤석열 후보가 말한 내용이 김만배에게 수개월 전 들었던 내용과 전혀 달랐다는 거다.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사건의 진실이 덮이겠다, 또 내가 아는 김만배는 그렇게 나쁜 놈이 아닌데 억울해지겠다, 이런 얘길 했던 것 같다. 한편으론 이게 사적인 대화니까 당사자 동의가 있어야 공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김만배에게 접견 신청도 하고 편지도 보냈다고 한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접견이 안 되니까 노력하다 안 돼서 이렇게 준다고 하더라. 저는 그런 것까지 나와 상의를 했어야 한다고 뭐라 했지만 하여튼 그 얘기를 오래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일단 녹취록 자체엔 보도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랑 김용진 대표가 꼼꼼히 내용을 살폈다. 당시 대장동 관련 사건의 핵심은 두 가지였다. 첫째 이재명 성남시가 김만배 일당에게 특혜를 준 사실이 있느냐, 둘째 대장동 사건의 시작점이었던 부산저축은행 대출과 관련해 대검 중수부에 수사 무마가 있었느냐. 공교롭게도 이 두 쟁점에 대한 김만배 본인의 육성이 녹취록에 모두 들어 있었다. 녹취록과 녹음 파일을 확인한 뒤 두 가지만 충족되면 보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만약 어느 하나라도 충족이 안 되면 보도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첫째, 그날이 금요일 밤이었는데 일요일 밤까지 보도해야 했다. 아무리 특종이어도 대선 이틀 전에 보도하는 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둘째 이 녹취록에 여러 등장인물들이 있는데 이 사람들에게 입장을 묻겠다, 거기서 보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의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만약 아무한테도 피드백을 못 받으면 보도를 못한다, 이렇게 원칙을 세웠다.

다만 제가 대장동 사건에 대해선 지식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그날 밤을 새서 공부를 했고, 제 나름대로 질문을 짰다. 문제는 조우형과 박길배 전화번호를 모른다는 거였다. 박영수 특검 측 전화번호는 갖고 있었고 윤석열 후보야 캠프 공보실이 있으니 거기로 질의서를 보내면 되는데, 두 사람 번호를 모르니 오전 내내 구하러 다녔다. 오후가 되어서야 박길배, 조우형 전화번호가 확인됐고, 전화를 걸었는데 아무도 받지 않아 문자로 질의 내용을 보냈다. 그리고 방송 원고 초안을 쓰기 시작했다. 저녁이 다 되도록 아무도 답이 없어서 보도를 못하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오후 5시36분, 박영수 측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조우형을 소개받아 변호를 한 건 인정하면서 다른 것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사건 기사를 제가 한두 번 써본 것도 아니고 특히 박영수는 대검 중수부장까지 지낸 사람이라 ‘기억나지 않는다’와 ‘아니다’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알 것이다. 저는 문자를 받는 순간 어떤 느낌이 들었냐면 박영수가 ‘괴롭구나’, ‘당황했구나’였다.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답변을 내놨다는 느낌을 받았고 이건 사실상 시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바로 김용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기자협회보는 지난 18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 함께센터 5층 회의실에서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를 만나 압수수색 당일의 상황, 또 검찰 주장에 대한 생각 등을 물었다.


-보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부에서 격론이 있었다며.
[한상진] “3월6일 편집회의에 내용을 보고했고 여러 의견이 나왔다. 보도하면 안 된다는 의견은 없었고 오해를 살 수 있으니 전문을 공개하자 같은 말들이었다. 하지만 너무 사적인 내용이 많아 자칫 엉뚱한 사람이 피해를 볼 수 있겠다 싶어 일단 전체 공개는 미루기로 했다. 보도가 결정된 뒤에는 당장 촬영과 편집 같은 기술적인 문제를 처리해야 했다. 일요일이라는 점이 문제였다. 편집팀에서 급하게 인력이 차출되고 가족들과 놀러간 기자도 서둘러 복귀하고 촬영팀장이 사무실로 급히 나오고 그랬다. 그렇게 모인 시간이 오후 2~3시쯤이었다. 그때부턴 신학림 선배 인터뷰하고 정신없이 편집이 진행됐다. 서둘렀는데도 밤 9시가 넘어서야 제작이 끝났다.

제가 이렇게 장황하게 말씀을 드리는 건 저희가 이 보도를 결정하고 준비해서 내는 과정에 문제가 전혀 없었다는 점을 말하고 싶어서다. 오히려 지금 돌이켜보면 우리 조직이 굉장히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렸다는 생각이 든다.”

-대선 이후 보도를 한다는 경우의 수는 없었나.
[한상진] “그런 생각은 안 했다. 대선 이후 보도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편집회의 멤버 중 한 명은 대선 후보 검증이기 때문에 투표 시작 1시간 전에라도 뭔가 기사 가치가 있고, 의미 있는 단서가 포착이 된다면 보도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을 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 특별수사팀 관계자들이 지난 14일 뉴스타파와 JTBC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이날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와 직원들이 서울 중구 뉴스타파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검찰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봉 기자는 뉴스타파보다 앞선 2월에 정영학 녹취록, 또 남욱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근거로 비슷한 내용을 보도했다. 다만 조우형씨의 입장을 누락·왜곡했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이에 대한 생각을 말해 달라.
[봉지욱] “당시 고양시 풍동에 조우형이 운영하는 부산저축은행 차명 사업장이 있을 거라는 의혹이 있었다. 이건 대장동과 별개의 사건이고 조우형이 대장동 자금책이라 자금을 추적하면 이 사건의 진실이 나오겠다고 생각했다. 또 2021년 10월6일부터 경향신문을 통해 수사 무마 의혹이 보도되고 있었는데 저는 그게 되게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다른 기자에게 조우형을 찾아보라 했고 법인 등기부등본을 통해 조우형의 집을 특정해서 10월26일 조우형을 만나게 됐다. 당시 100분 정도 얘기를 하면서 몰래카메라 촬영과 녹음을 했는데 처음엔 조우형씨 얘기가 굉장히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인상도 그렇고 직접 A4 용지에 전체적인 대장동 사업 구조를 적으면서 적극적으로 설명하더라.

그래서 제가 ‘오늘 대표님 얘기 들으니 별로 쓸 게 없네요’ 이런 얘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은 조우형을 만나기 전 차명 사업장에서 조우형과 함께 일했던 직원을 사전 취재한 상태였고, 그분에게 조우형과 대화를 나눴다고 했더니 ‘또 속으셨네’ 이런 말을 했다. 조우형이 거짓말에 능수능란한 사람이라는 취지의 얘기였다. 그래서 조우형의 얘기를 검증하는 게 필요했고 측근들을 찾아 취재하는 데 시간이 걸리게 됐다. 결정적으론 2022년 1월 중 정영학 녹취록과 남욱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입수했다. 그런데 정영학 녹취록에서 조우형이 천화동인 6호를 실소유하고 있다는 발언들이 나오더라. 저를 만났을 땐 절대 아니라고 부인을 했기 때문에 저는 조우형이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남욱의 피의자 신문조서, 또 정영학 녹취록에선 2011년 사건 외에도 2013년 남욱과 조우형 관련 수사가 무마되는 상황들이 나왔다. 얘들이 박영수, 김만배 등 고위 전관들을 통해 여러 수사를 무마했다는 정황을 확인한 것이고, 또 조우형 녹취록을 토대로 남욱의 진술 역시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다만 조우형이 한 말 중 수사 무마는 없었다, 박영수를 선임하지 않았다 이런 내용은 자기 방어를 위한 거짓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다. 측근들의 증언을 통해서도 확인을 한 상황이었는데, 다만 기사에는 그래도 넣어줘야 해 한 줄을 쓴 것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 특별수사팀 관계자들이 지난 14일 뉴스타파와 JTBC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이날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수색을 진행 중인 서울 마포구 JTBC 사옥 모습.


-지난 6일 JTBC는 봉 기자가 조우형씨를 만났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왜곡된 보도를 했다며 사과했다. 이에 대한 생각은.
[봉지욱] “애초에 윤석열 주임 검사를 물어보러 조우형을 만난 게 아니었다. 100분 만났을 때도 윤석열 관련 얘기는 아예 한 게 없다. 질문도 답변도 없는 상황인데 그 내용을 안 넣었다고 사과 방송을 했으니, 사과 방송이 허위인 셈이다. 당시 윤석열 주임검사 커피는 기사 작성의 목적이 아니었고, 여러 정황상 이 사람이 박영수를 선임한 후 관련 수사에서 빠져나갔다는 게 너무나 명백했다. 실제로 4년 후에 처벌도 받았다. 그렇기에 이 부분에 대한 남욱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그 판단은 물론 저 혼자가 아니라 당시 전체 편집회의를 통해 결정된 것이다. 당시 문장 하나, 단어 하나까지 수정이 될 정도로 보도국장, 부국장이 적극적으로 개입했던 기사였는데, 그걸 이제 와서 개인 탓으로 돌리고 자기들을 속였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선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한상진] “아마 2011년 대검 중수부 수사 무마 문제는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 대상은 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드리고 싶은 말씀은, 검찰이 뉴스타파 보도 내용을 허위·기획 인터뷰라고 주장할 거면 실제 그 인터뷰가 담고 있는 내용이 정말 허위인지, 기획됐던 것인지 먼저 답을 내놔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 검찰은 ‘뉴스타파가 수사 무마 의혹을 제기했던 부분이 당시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얘기하고, ‘그렇기에 수사 무마라는 것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저는 이런 생각이 든다. 수사 대상인지 아닌지는 누가 정하는가. 그것 역시 본인들이 정하는 것 아닌가?

2011년 대검 중수부 수사 결과 발표문을 보면, 부산저축은행을 포함한 저축은행 사건과 관련해 어쨌든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자기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수사를 다하겠다고 본인들이 써 놨다. 그리고 실제로 대장동 대출에서도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그런데 지금은 ‘대장동 대출이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얘기를 한다. 그리고 자기들이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얘기했던 그 사건이 불과 몇 년 후에 똑같은 혐의로 처벌을 받는 상황이 벌어진 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안 한다. 사과도 유감 표명도 없다. 바보 같아서 수사를 못한 것인지, 수사할 의지가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수사를 못할 내외부적인 상황이 있었던 것인지, 그걸 먼저 얘기하면 이해라도 되겠는데 아무 말도 없다.

결국 수사 대상인지 아닌지도 검찰 마음속에 있고 허위 인터뷰다, 기획 인터뷰다 하는 것도 자기들 심증이다.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서 언론사를 상대로, 기자 개인을 상대로 강제 수사에 들어간다. 이건 파시즘이다. 공산주의, 전체주의니 같은 복잡한 얘기 쓸 것도 없다. 모든 정의는 다 내 마음속에 있고 내가 생각하는 게 정의라는, 얼토당토 않는 주장이 바로 파시즘이다.”

[봉지욱] “검찰이 자꾸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하니까 왜 수사 대상이었는지에 대한 증거를 저희가 계속 보도하고 있다. 일단 밝힌 게 조우형을 지금 자꾸 단순한 대출 브로커로 폄하하는데, 조우형은 2021년 11월24일 검찰 조사에서 스스로 부산저축은행 차명 사업장을 운영한 사람이라고 실토를 한다. 명백한 수사 대상이었다는 걸 실토한 셈이고 그러면 정말로 차명 사업장 운영을 했느냐, 그걸 저희가 4곳을 특정해 보도를 했다. 이렇게까지 나왔는데도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계속 부인을 하고 있는 거다.

저는 당시 조우형을 봐줌으로써 누굴 수사하지 않았는지까지 보면 단순히 대장동 뿐 아니라 정관계에 훨씬 더 많은 로비가 있었다고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조우형이 당시 로비 자금의 배달책이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금 제대로 수사해보지도 않고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끝냈지만 저희는 명백한 수사 대상이라는 점, 그리고 그 증거가 무엇인지 하나씩 계속 공개를 할 예정이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조우형이라는 사람의 실체는 과연 어떤지 낱낱이 공개하려 한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 특별수사팀 관계자들이 지난 14일 뉴스타파와 JTBC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뉴스타파 본사 앞에서 뉴스타파 직원들과 검찰 관계자들이 대치하고 있는 모습.


-언론사는 수사기관이 아니기에 어느 정도 검증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어느 선까지 검증의 책임이 있다고 보나.
[한상진] “저는 지금 검찰이 갖고 있는 이런 프레임대로라면 언론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그냥 검찰만 있으면 된다. 저희가 지난해 3월6일 보도했던 기사는 누구의 전언이 아니었다.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핵심 당사자인 김만배씨의 육성 증언이었다. 물론 지금 검찰이 얘기하는 것처럼 김만배가 진짜 고도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허위·기획 인터뷰를 했을 수 있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이 사건 핵심에 있는 당사자의 육성 증언이 나왔다. 저는 대한민국 기자들한테 물어보고 싶다. 이 녹음 파일을 손에 쥐었는데 보도 안 할 기자가 있을까?

안 한다면 저는 기자 자격이 없다고 본다. 설사 최대한의 검증을 거쳐 보도했음에도, 그럼에도 이 내용이 나중에 상당 부분 허위로 밝혀진다 하더라도 보도를 해야 되는 거다. 허위로 밝혀진다면 그게 왜 허위인지, 또 취재를 해서 기사를 쓰면 된다. 언론의 가장 큰 역할은 사건 해결 능력이 아니고 우리 사회에 합리적인 의혹을 던져주는 거라고 저는 생각한다. 그에 대한 판단은 국민들이 하는 것이다. 언론의 그런 기능을 부정할 거면 검찰은 앞장서서 언론사를 다 없애는 길로 가는 게 맞다. 언론이 있을 필요가 뭐가 있나.

당시 상황으로 좀 돌아가면 3월6일에 어쨌든 대선을 3일 앞두고 녹음 파일을 보도했다. 저희들은 왜 고민이 없었겠나. 심지어 사전투표가 이미 끝난 상황이었다. 저희 내부적으로는 두 가지 생각도 있었다. 첫째는 우리가 보도를 안 할 경우 나중에 이런 자료가 있었는데 뉴스타파가 보도를 안 했다는 게 알려지면 그게 훨씬 더 문제가 되지 않겠나? 언론이 정치적 판단, 정무적 판단을 했다는 비판을 받지 않을까, 그런 고민이 있었고 둘째는 이게 전언 증거가 아닌 당사자 육성 증언이었다는 거다. 지금까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당사자의 육성 증언이 나온 셈인데, 물론 취재기자가 이 내용을 명명백백하게 다 가려 보도하면 좋았겠지만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건 보도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판단이었다.”

[봉지욱] “저 같은 경우는 그때 충분히 취재와 검증을 했다고 생각을 한다. 기자는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한정된 자료 안에서 최대한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이고, 파편적인 사실 몇 개가 허위라고 해서 전체적인 진실의 맥락이 없는 것도 아니다. 지금 검찰은 고의적이고 악의적으로 비방을 했다고 하지만 고의적이고 악의적인지에 대해선 자기들이 입증을 해야 될 것이다. 뻔히 알면서도 완벽한 기획이다, 악의적인 비방이다 이렇게 단정해버리는 건 언론사에게 권력 비판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살아있는 권력을 비판하면 앞으로 다 악의적인 비방으로 볼 것이라는 경고를 하는 셈이다.”

-정치권에선 야당과의 유착 의혹까지 제기하며 이 사건을 게이트 급으로 키우려는 것 같다. 이에 대한 생각은.
[한상진] “국기문란, 사형 같은 말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그 사람들이 하는 말에 같이 말을 섞을 생각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을 것 같다. 그냥 떠드는 얘기다. 중요한 건 뭐냐면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의 문제다. 정치인은 우리 사회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걸 하라고 어느 사회에서든 정치라는 영역이 존재하는 거다. 그런데 지금 이 사람들은 갈등을 조정하고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지금 아주 파편화된, 지엽적인 문제를 가지고 우리 언론이 전부 엉망진창인 것처럼 얘기를 한다. 한마디로 안타깝다.

물론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저런 말을 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좀 차분하게 정신을 차리고 이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봤으면 한다. 이건 진보 보수의 문제도 아니고 여야의 문제도 아니다. 우리 사회가 설사 내일 당장 전쟁이 벌어지더라도 무조건 지켜야 될 원칙과 사회 정의, 또 상식의 문제다. 그런 상식에 반하는 주장을 정치인들이 아무렇게나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아주 개탄스럽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 특별수사팀 관계자들이 지난 14일 뉴스타파와 JTBC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이날 한국기자협회 등 11개 언론 현업·시민단체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을 규탄하는 모습.


-관련한 언론 보도가 넘쳐나고 있다. 특히 검찰 발 보도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한상진] “라디오에서도 그런 표현을 썼는데, 역병이 도는 것 같다. 짧지 않은 시간 기자생활을 했는데 이런 언론 환경은 듣도 보도 못했고 경험해 보지도 못했다. 사실 예전에도 검찰과 밀착된 기자들이 많았고, 저도 마찬가지였다. 검사들 쳐다보고 기사 쓴 게 하루 이틀 얘기도 아니고 특히나 민주화 이후엔 더욱 그랬다. 그런데 지금 같은 상황은 없었던 것 같다. 제가 이걸 단적으로 느낀 게 뭐냐면 신학림씨에 대한 압수수색이 벌어진 날 저한테 전화가 많이 왔다. 하루 이틀 정도 많이 왔는데 어느 순간 전화가 뚝 끊기더라. 그러다가 며칠 후 검찰에서 브리핑이 있었던 모양이다. 저는 출입기자가 아니니 몰랐는데 갑자기 저한테 전화가 막 쏟아져 들어오는 거다.

근데 기자들이 하는 질문이 똑같았다. 박길배가 봐줬다는 문장과 윤석열이 봐줬다는 문장을 섞어서 마치 윤석열이 봐주고 통했다, 이렇게 문장을 만들어놨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거였다. 황당했다. 검찰이 하는 말을 기자들이 아무 생각 없이 딜리버리해서 저에게 던지는 것 같았다. 검찰이 주장하는 내용을 곱씹어보고 확인하고 질문하는 기자가 없었다. 검찰 주장에 대한 저의 입장을 묻는 질문뿐이었다.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계속 얘기하지만 윤석열이 커피를 타줬든 박길배가 커피를 타줬든 직원이 커피를 타줬든, 아니면 콜라를 마셨든 우유를 마셨든 아무것도 못 마시고 나왔든 그 무엇도 중요한 게 아니다. 작년 3월6일 저희 보도를 본 사람은 누구나 알 수 있다. 김만배는 윤석열을 보고 박영수를 대장동 브로커 조우형에게 붙였다. 윤석열이 주임 검사고 사건 수사팀에 있으니까, 혈관을 아니까 박영수를 붙였다고 본인이 그렇게 얘기를 한다. 커피 얘기는 들어가서 벌어진 그냥 에피소드 같은 거다. 그런데 에피소드가 지금 본질을 뒤엎고 있다. 여기에 대해 대한민국 언론들이 아무 문제도 없이 주어가 바뀌었다, 편집됐다, 조작이다 이런 식으로 나간다는 게 말이 되나? 기자들이 이렇게 취재하고 기사를 쓰니 검찰이 기자 알기를 우습게 아는 거다.”

[봉지욱] “검찰 발 보도는 너무 알기 쉽다. 동사만 보면 된다. 알려졌다, 전해졌다, ~라는 것이다. 그게 기사에 몇 번은 들어갈 수 있겠지만 거의 모든 기사의 동사가 전언으로 도배돼 있으면 분명히 검찰 발 기사다. 검찰 발 전언보도는 실체적 진실을 가리기 위해 검찰이 내용의 일부분만 흘리는 것이다. 하지만 단독이나 특종에 눈이 먼 기자들이 이를 보도하고 또 한국기자협회는 그런 보도에 상을 준다. 검찰이 저렇게 해도 언론이 안 받으면 되는데, 기자 스스로 검찰의 개가 돼서 먹이를 물고 오고, 그 물고 온 놈을 칭찬해 주는 게 또 기자협회다. 저는 좋은 기사, 특종 기사의 기준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뉴스타파가 이번 보도 경위 등과 관련,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한다고 했는데 얼마나 진행이 됐는지 궁금하다.
[봉지욱] “현재 진상조사위 구성 마무리 단계다. 위원들이 모두 선임되면 앞으로 그분들이 객관적인 진상을 밝힐 것이다.”

[한상진] “가능한 빠른 시일 내 진상조사위를 꾸려 조사에 들어갈 거다. 조금만 지켜봐 주시면 좋을 것 같다. 어쨌든 저희는 국민들께 한 약속이 있기 때문에 진상조사 결과를 가감 없이 공개할 거다.”

-봉 기자는 조우형씨 녹취록 추가로 공개한다고 했는데 언제 공개할 계획인가.
[봉지욱] “그냥 공개하면 도대체 이 사람의 말이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사전에 선행 보도를 좀 하려 한다. 조우형이 저랑 만났을 때뿐만 아니라 검찰에 한 말 중에도 엄청난 거짓말이 많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짚고 이후에 공개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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