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정 2부작
3·1운동 및 상해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올해, 취재진은 밀정이란 주제로 특별 기획을 준비했다. 이미 알려진 친일파를 다루는 것보다 영화 ‘밀정’으로 친숙할 뿐 아니라 은밀히 암약하는 밀정의 속성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언론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았고, 관련 논문이 몇 편 없을 정도로 학계 연구가 진행되지 않은 새로운 분야라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일본 방위성, 국회도서관 등 관련 기관을 수없이 방문해 자료를 모았다. 예상보다 밀정의 흔적을 찾기는 어려웠다. 문서에 보면 대부분 밀정 이름이 나와 있지 않거나 가명을 사용했
납 기준치 초과 수도계량기 대량 유통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로 먹는 물 안전이 화두였던 지난 6월, 수도계량기 업체에서 근무했다는 한 제보자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납 함량이 납품기준을 초과한 수도계량기가 수자원 공사에 납품돼 아무렇지 않게 시중에 공급되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각 가정에 공급되는 수돗물이 통과하는 수도계량기입니다.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면 당연히 납품 과정에서 걸러졌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검증이 필요했습니다. 취재 과정은 기다림의 연속이었습니다. 수자원 공사를 설득해 업체에서 납품된 수도계량기 표본을 확보했고 직접 시험 기관에 재질 검사를
2000억 하수관 사업, 8년 만에 드러난 진실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 억센 손을 가진 그는 곧잘 흥분했고, 두서없이 말을 쏟아냈다. 그가 내려놓은 두꺼운 서류를 앞에 두고, 의심과 확신, 주장과 사실들이 한꺼번에 뒤엉킨 채 귀를 때렸다. 하루아침에 GRP관과 레진관을 구별해내고, 하수관을 묻는 각종 공법을 깨쳐야 하는 신입 기자는 연신 시계만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버거울 만했다. 처음에 그는 선배 기자에게 중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겠냐고 물었다고 한다. 5년간의 취재가 시작됐다. 도면과 다른 공법을 쓰고, 새 관로가 있어야 할 자리에 기존 관로를 그대로 썼다는 정황이 쏟아졌다.
경향 ‘전자법정 입찰비리’ 수사·재판 이끌어
제347회 ‘이달의 기자상’(2019년 7월) 심사에는 모두 10개 부문에 60편이 출품된 가운데, 심사위원회는 엄정한 심사과정을 거쳐 경향신문의 전자법정 입찰비리 등 총 5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출품작들은 대부분 우리 사회의 현안이나 구조적 비리 가운데 스며든 부정부패나 잘못된 권력 남용, 왜곡된 사회시스템의 현장을 현장기자들의 치열한 취재와 고발정신으로 담아낸 수작들이었고, 그중 5편이 치열한 경합을 뚫고 최종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취재보도 1부문에서는 경향신문의 1293억5175만원 전자법정 입찰비리가 선정됐다. 법원행정처
1293억5175만원 전자법정 입찰비리
1293억5175만원 규모의 대법원 전자법정 입찰비리는 경향신문이 지난해 시작한 탐사보도로 드러났습니다. 법원행정처가 이곳 출신 업자와 짜고 17만원짜리 영상·음향 장비를 225만원에 사들이는 등 비리를 저지르면서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내용입니다.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 1심 판결은 언론 보도로 수사가 시작됐다고 밝혔고, 지난 1월 서울중앙지검이 제출한 증거목록 가장 앞에도 경향신문 기사들이 있습니다. 이 사건으로 대법원 공무원 등 15명이 지난 6월 1심에서 징역 10년 등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 책임자인 법원행
유엔 안보리, 일 대북제재 품목 북 반입 여러차례 지적
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한국이 대북제재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으며 군사용으로 활용될 수 있는 물품이 한국을 통해 북한에 반입됐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일본의 주장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취재를 시작했습니다.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은 매년 북한의 제재 위반 사례와 회원국의 제재 이행 동향을 안보리에 보고합니다. 보고서가 나오면 언론들은 북한의 제재 위반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는데 거꾸로 한국과 일본의 제재 이행 여부를 검증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재 위반은 북한에 금지 품목을
한 여름의 연쇄살인, 폭염
기획 마감이 임박했던 7월10일, 혼자 김치볶음밥을 먹으며 떠올렸다. 폭염으로 사망한 사람의 이야기를 제대로 다루겠다 다짐하고 ‘아 이건 진짜 대박 아이템’이라며 혼자 흥분에 떨었던 기억을. 생각해보면 늘 그런 식이다. 때가 되면 뇌는 강력한 호르몬 세례를 받은 듯 온갖 환각을 연출한다. 기사는 복잡하고 잔인한 세상에 길을 밝혀줄 것이며, 나는 그래도 꽤 괜찮은 기자임이 증명되고, 아픈 사람도 조금은 줄어들 거라는 기대가 정신을 지배한다. 첫 삽도 뜨지 않았는데, 수상 소감의 단어를 고르면서 들떴고, 욕심나는 동료들에게 다단계 사기
‘한보’ 일가 해외도피·재산은닉 추적
채널A 법조팀이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의 4남 정한근 씨의 송환 소식을 보도한 다음 날, 정 씨는 인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IMF 위기의 발단이 된 ‘한보 사태’의 장본인인 정 회장의 모습은 없었다. 채널A 법조팀은 유골함에 담겨 돌아온 정 회장의 사망 진위 여부와 이들 부자의 도피 생활을 추적해 나가기로 했다. 국내 취재팀은 정 씨 일가의 도피를 도운 조력자들을, 해외 취재팀은 에콰도르 현지에서 부자가 남긴 흔적들을 쫓았다. 20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도착한 에콰도르에선 밤낮없는 취재가 이어졌다. 에콰도르 과야킬 시내를 누비며…
경찰 수사체계 바꾼 고유정 부실수사
“형이 어떻게 된 걸까요?”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제주 전남편 살해사건’ 피해자 남동생을 처음 만난 건 고유정이 긴급체포 되고 제주로 압송되기 직전이다. 그때 남동생의 얼굴을 잊지 못한다. 충혈된 눈, 상기된 표정, 그리고 일말의 희망…. ‘고유정 사건’을 최초 보도한 후 그의 얼굴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시신을 찾을 수 없다는 좌절감, 특히 실종신고 이후 경찰이 기민하게 대응했다면 시신 유기와 추가 훼손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파고든 이유다. 취재는 녹록지 않았다. 경찰이 기자의 질문에 제대로 답
KBS ‘北목선 정박’ 현장취재 중요성 일깨워… 조선 ‘교육부 교과서 수정 개입’ 묻힐 뻔한 진실 발굴…
제346회 ‘이달의 기자상’(2019년 6월)에는 교육부의 초등학교 교과서 수정 개입에 관한 조선일보 보도 등 모두 6건이 선정됐고 심층성 등 내용 면에서는 훌륭한 작품이 많았다. 특종 보도를 놓고 경쟁하는 ‘취재보도1부문’에는 모두 12편이 제출됐으며, 최종적으로 KBS의 ‘북한 목선의 삼척항 정박’ 보도와 조선일보의 ‘교육부, 교과서 고치려 도장 도둑 날인’ 보도 등 2편이 심사를 통과했다. KBS 보도는 새삼 현장 취재의 중요성을 상기시켰다는 데서 호평을 받았다. KBS는 “해상 경계작전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국방부의 발표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