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귀가 닫힌 ‘데프블라인드’(De af-Blind)는 저마다의 우주에 산다. 보고 들을 수 없으니 바깥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타고난 지능에 문제가 없더라도 시청각장애로 인해 언어를 학습하지 못했다면 그의 우주는 세상에서 고립된다.
취재팀은 한 달여간 한국 사회와 단절된 국내 데프블라인드 133명의 존재를 확인해 26명의 당사자를 대전과 원주, 제주 등지에서 직접 만났다. 극소수의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자조 모임이나 복지관 등을 찾았고, 누가 어디에 사는 것 같다는 한마디를 단서 삼아 접촉을 시도했다. 구체적 신원이 파악되면 보호자나 보호기관에 연락했다. 자신의 집이나 장애인 시설 깊숙이 숨어 사는 이들과는 접촉 자체도 쉽지 않았다.
간신히 취재 승낙을 받더라도 인터뷰를 하려면 단단히 준비를 해야 했다. 일반 수어도 하기 어려운 이들과 대화하기 위해서 여러 단계의 통역을 거쳤다. 점자정보단말기 같은 보조기기에 의존해 천천히 소통하기도 했다. 아예 언어를 잃은 이들의 경우 주위 사람들의 증언과 기록을 수집해 삶을 재구성했다.
외국보다 수십년 뒤처진 척박한 분야라 제대로 된 연구나 통계가 드물었다. 정부는 기초적인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보도 이후 정부는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섰고, 국회는 지원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우리의 기사들이 훗날 데프블라인드 문제를 논의할 때 참조할 레퍼런스가 되길 바란다. 조원석 손잡다 대표를 비롯한 당사자 스물여섯 분의 도움이 컸다. 다시금 감사의 인사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