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깔아준 다주택 꽃길

[제358회 이달의 기자상] 박세원 국민일보 이슈&탐사1팀 기자 / 경제보도부문

박세원 국민일보 기자 정부가 애를 쓰는데 집값은 왜 안 잡힐까. 취재는 이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서 시작됐다. 정부 부동산 대책을 질타하는 목소리 중에는 민간임대주택사업 인센티브 제도가 원흉이라고 꾸준히 지적해온 학계와 시민단체가 있었다. 이들의 주장을 들었을 땐 다주택자를 경계하는 정부가 다주택자나 다름없는 민간임대사업자에게 막대한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를 왜 유지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정부 의도대로 이들이 전월세 안정화를 도왔는지, 혹은 다주택 꽃길만을 깔아줬는지 증명할 데이터를 찾기도 힘들었다. 임대주택사업자 규모를 파악해 이들의 영향력을 실증해보기로 했다. 서울 내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노원구와 고가 아파트 지역으로 대표되는 강남구의 임대주택등록 현황을 살펴봤고, 매물 1100여개의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분석했다. 세무사의 도움으로 절세효과도 따져봤다.


데이터를 눈으로 확인해보니 민간임대주택사업자 비중과 영향력은 상당했다. 주변 공인중개사들이 “임대사업자들이 다 쓸어갔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억대의 양도세 절세효과도 누릴 수 있었다. 부자들이 더 부자가 되는 창구였던 셈이다. 보도 이후 정부의 22번째 부동산 대책에 임대주택사업자의 단기임대와 아파트 장기임대를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책 의도가 어땠든 실수를 인정하고 고쳐나가는 모습이었다. 처음으로 부동산 취재를 하며 그간 몰랐던 제도에 대해 알게 됐고, 경각심을 갖게 됐다. 함께 공부하고 취재하며 올바른 방향을 논의해온 팀원들, 기획 취지에 공감해 도움 주신 한국도시연구소, 참여연대, 세무사, 공인중개사, 교수 등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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