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지키는 방역전선인데…
간호사 10명 중 7명, 코로나19로 부당 처우 당했다. 취재는 간호협회가 낸 이 보도자료 한 장에서 시작됐습니다. ‘덕분에 챌린지’ 이면이었습니다. ‘코로나 영웅’으로 칭송하면서 이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은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습니다. 취재팀은 코로나19 전담병원, 선별 진료소의 간호사들을 찾았습니다. 서울, 인천, 대구, 거제 등 전국을 누볐습니다. 곳곳엔 ‘영웅’ 대신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지 못한 평범한 노동자가 있었습니다. 간호사들은 “다시 나서긴 솔직히 망설여진다”고 했습니다. 최전선에서 싸운 대구시 간호사들은 ‘코로나 수
대한민국 데프블라인드 리포트
눈과 귀가 닫힌 ‘데프블라인드’(De af-Blind)는 저마다의 우주에 산다. 보고 들을 수 없으니 바깥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타고난 지능에 문제가 없더라도 시청각장애로 인해 언어를 학습하지 못했다면 그의 우주는 세상에서 고립된다.취재팀은 한 달여간 한국 사회와 단절된 국내 데프블라인드 133명의 존재를 확인해 26명의 당사자를 대전과 원주, 제주 등지에서 직접 만났다. 극소수의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자조 모임이나 복지관 등을 찾았고, 누가 어디에 사는 것 같다는 한마디를 단서 삼아 접촉을 시도했다. 구체적 신원이 파악되면 보
여행용 가방 학대 사망 9살 아동
천안 여행용 가방 아동학대 사망 사건부터 아이가 학대 부모에게서 탈출한 경남 창녕 사건까지. 취재팀은 코로나19로 감춰진 아동학대가 우려됐습니다. 주위에서 소리 없이 이뤄지는 아동학대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지켜주고 도와줄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고민의 결과 13차례 보도를 할 수 있었고 아동학대 기획 보도는 SBS를 통해 방송돼 전국적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을 형성했습니다. 보도 이후 국회에선 아동 체벌을 정당화할 수 있는 빌미인 민법의 징계권 삭제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변화지만, 법안이 통과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농민 없는' 농업법인
“우리는 등외 국민이에요.” 취재하며 만난 농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농민이 피해를 보고 이용당해도 공무원이나 관계자들은 관심을 두지 않는다며 넋두리를 이어갔다. 광주전남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농업 분야를 6년이나 출입했지만, ‘나는 그동안 무슨 취재를 했던가’ 자괴감이 밀려왔다. 본사 탐사보도부 생활을 마치고 올 초 광주 탐사팀에 복귀하며 다짐했다. ‘농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보도를 하겠다.’ 자본금 90억원. 광주전남에서 가장 큰 농업법인의 실태부터 살펴봤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중견 건설사가 주도한 곳이었다.
폭파된 남북화해의 상징
북한이 개성공단에 위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공표했다. 처음 취재를 시작하게 된 이유다. 폭파를 언제 할지는 몰랐지만, 폭파 장소는 알아서 기다릴 수 있었다. 3일간 강화도와 파주 등 접경지역을 돌아다니며 개성공단이 보이는 장소를 찾아다녔다. 20km 떨어진 거리이고, 시계가 안 좋아 개성공단의 위치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 그러던 중 북한이 실제 폭파를 감행해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고, 그 장면을 카메라로 담았다. 지난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남북 두 정상이 만나 평화의 상징으로 설치한 연락사무소였기에 충격이 더 컸다. 남
YTN '주민 갑질에 경비원 극단적 선택'… 탐사보도로 사회 양극화 입체적으로 알려
한국기자협회 제357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9개 부문 61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13편이 2차 평가를 통과했고, 최종적으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10대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14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 부문에서는 YTN의 주민 갑질에 경비원 극단적 선택이 단독 선정됐다. 가지지 못한 자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것이 기자 본연의 임무임을 제대로 보여준, 의미 있는 기사였다는 데 심사위원들이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첫 발생 보도에 머물지 않고 끈질긴 취재로 음성 유서 등의 후속 보도를 이어간 점이, 사회부 탐사보도의 전형
'주민 갑질'에 경비원 극단적 선택
“제가 얼마나 공포에 떨었겠습니까… ○○○ 엄마, 도와줘서 고마워요.” 아파트 경비원 고 최희석씨의 음성 유서를 들으면서 흐르는 눈물을 참기 힘들었습니다. 웬만해선 잘 울지 않는 편인데 눈시울이 계속 뜨겁게 타올랐습니다. 리포트를 쓰기 위해선 음성 유서를 반복해 들어야 했습니다. 참았던 눈물이 또 쏟아졌습니다. 기사 쓰는 내내 울었던 기억입니다.슬픔, 그리고 분노. 경비원 사건에 매달린 보름 동안 눈물만 흘렸던 건 아닙니다. 때론 너무 화가 나 마음속에 참을 인(忍)을 새겨가며 기사 쓴 적도 수차례. 기자는 냉정해야 했지만, 저도…
정신질환자 장기수용 실태 추적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장 먼저 목숨을 잃은 이는 20년 넘게 정신병원 폐쇄 병동에서 사회와 격리돼 지내온 정신질환자였다.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라는 의문이 취재의 출발점이었다. 사회와 완전히 격리된 이들의 목소리는 어디서도 들을 수가 없었다.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었다.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조명된 적이 없는 정신질환자 장기 수용의 실태를 추적하기로 했다. 의료진과 시설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아 정신병원이나 시설에 장기 수용된 환자 37명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이가 된 환자들은 취재진에게 생각보
'n번방 밖으로' 시리즈
지난해 6월 말, ‘추적단 불꽃’(불꽃)에게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일상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해야 할 일이 분명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갓갓’에서 시작한 텔레그램의 거대한 성착취 카르텔을 눈으로 직접 본 순간 ‘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주어진 선택지는 많지 않았습니다. 그들을 쫓고, 알려야 했습니다. 지난 3월9일 ‘n번방 추적기’ 첫 보도 이후 일주일여 만에 ‘박사’가 잡혔습니다. 이후 여러 핵심 공범 검거 소식이 알려졌지만, 창시자 ‘갓갓’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습니다. 지난 5월11일 오전 8시,…
죽지 않고 일할 권리… 현대중공업 산재 사망
사고는 반복돼 왔습니다. 지난 5월21일 울산 현대중공업 하청 업체 노동자 한 명이 숨졌습니다. 선박 내 배관 안에서 작업을 하다가 아르곤 가스에 질식했습니다. 올해 들어 현대중공업 내 4번째 사망사고였습니다. 앞서 4월에는 노동자 두 명이 잇달아 문에 사고를 당해 숨졌고, 2월에는 노동자 한 명이 고층에서 추락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살기 위해 나온 일터에서 맞은 죽음이었습니다.죽음의 원인을 따라가 봤습니다. 이번 사고는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일어났습니다. 한 노동자는 ‘민낯을 보여주지 않는데 감독이 제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