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조선인 강제노역' 사도광산 세계유산 후보 유력

[제376회 이달의 기자상] 이세원 연합뉴스 국제뉴스2부 도쿄특파원 / 취재보도2부문

이세원 연합뉴스 도쿄특파원

<‘조선인 강제노역’ 사도광산 세계유산 일본 후보로 유력>이라는 기사를 송고하면서 마음 한구석에는 오보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후기를 작성하기 불과 몇 시간 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사도(佐渡) 광산을 세계문화유산 후보로 유네스코(UNESCO)에 추천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기사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됐지만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습니다.


2015년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이후 일본의 행태에 거듭 실망했습니다. 사토 구니(佐藤地) 당시 유네스코 주재 일본 대사가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강제 노역의 역사를 인정하는 발언을 한 것이 일본 측에서 논란이 제기되자 기시다 당시 외무상은 사토가 언급한 ‘포스트 투 워크’(forced to work)가 “강제 노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고 억지를 부렸습니다.


일본이 이후 설치한 산업유산정보센터 전시물은 강제 동원의 역사를 부정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드러났습니다. 일본은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쳤고 역사 왜곡은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그런 일본이 조선인이 강제 동원된 현장인 사도(佐渡) 광산까지 세계유산으로 추천한다고 합니다. ‘낯짝이 두껍다’는 표현에 아주 적합한 사례입니다. 그럼에도 한국은 물론 일본에도 역사 왜곡에 반대하는 양식 있는 시민이 많이 있다는 점은 얘기하고 싶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구성원들이 약속을 위반한 일본에 단호한 태도를 유지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참고로 일본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2020년 기준, 일본 외무성 발표) 유네스코 분담금을 많이 내는 국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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