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시세차익 노린 한일간 암호화폐 환치기 실태

[제376회 이달의 기자상] 김승훈 서울신문 경제부 차장 / 경제보도부문

김승훈 서울신문 경제부 차장

공공이든 민간이든 내부 비리는 꼭꼭 숨긴다. 내부 제보가 없는 한 외부에서 알 길이 없다. 한일 간 암호화폐 환치기 창구로 전락한 NH농협은행이 딱 그랬다.


농협은 지난해 5월14일 체크카드 해외 현금자동지급기(ATM) 인출 한도를 카드당 월 2만달러에서 1만달러(약 1197만원)로 제한한다고 공언했다. ‘김치 프리미엄’(한국 시세가 해외 시세보다 높은 현상)을 노린 암호화폐 환치기 우려가 제기돼서다.


하지만 한도 축소를 발표한 해당 달부터 농협 체크카드의 일본 ATM 현금인출액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카드당 월평균 인출액이 1억6700만원을 넘었다. 1만달러보다 13배 이상이나 많았다. 겉으론 한도를 축소해서 관리하겠다고 해놓고선 내부적으론 한도를 무제한으로 열어놓고 수수료를 두둑이 챙겼던 것이다. 비상식적인 이런 행태는 내부의 소수만 알고 있는 대외비였을 것임은 불문가지다.


이번 보도는 외부 취재를 토대로 내부에서 쉬쉬하고 있는 부분을 파헤쳐야 했다. “한일 간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암호화폐 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다른 은행과 달리 농협은행 체크카드만 인출 한도를 무제한으로 열어놔 암호화폐 환치기에 이용되고 있다”는 제보 내용을 입증하기 위해 2개월 가까이 ‘발품·손품·머리품’을 팔았다.


이번 보도를 통해 일본에서 활개 치던 암호화폐 환치기 세력들의 자금 마련 창구가 ‘일단은’ 차단됐다. 일단이라고 하는 이유는 농협은행이 새해 1월3일부터 체크카드 해외 ATM 인출 한도를 1인당 1만달러로 제한하겠다고 했는데, 아직까진 지켜지고 있기 때문이다. 계속 주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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