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돌봄 환자 100만 시대’ 시리즈
‘저희 아버지는 27년째 누워계시는 중증장애인이십니다.’ 지난 5월 중앙일보 복지팀에 한 통의 메일이 왔다. 신성식 팀장이 가족 요양보호사 제도를 둘러싼 논란을 분석하는 기사를 쓴 직후였다. 교통사고로 전신이 마비된 환자의 딸은 “27년째 간호 중인 어머니는 연세가 있으셔서 많이 힘들어하신다”고 했다. 가정 돌봄 제도의 사각지대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호소였다.지난해 ‘사회적 입원’ 기획 시리즈를 보도하면서 집에서 돌볼 수 밖에 없는 환자와 그 가족들의 실태를 조금이나마 확인한 터였다. ‘이참에 이들에 대해서 깊숙이 취재해보자.’ 중앙
요양병원 포화상태… 중앙, 개별 가정 ‘극빈 고령자’ 돌봄 실상 파고들어
2018년 6월(제334회) ‘이달의 기자상’도 치열한 경쟁 끝에 중앙일보의 ‘가정돌봄 환자 100만 시대 시리즈’ 등 총 3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중앙일보의 ‘가정돌봄 환자 100만 시대’ 기획은 가정돌봄을 사회적 의제로 부각시킨 의미 있는 작품이다. 그간 언론들이 청년 실업문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 기획은 사실상 ‘극빈 장수’가 우리 사회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요양병원이 포화상태에 처한 상황에서 각 가정에서 고령자를 보살펴야 하는 문제점과 실상을 파고들었다. 이제는 사회가 이 문제를 책임져야 한
‘원자력연구원, 핵 폐기물 불법 매각’
#핵폐기물이 사라졌다.우려는 현실이었습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측은 최근 서울의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와 대전의 원자력연구원 시설들을 해체하면서 나온 핵폐기물이 없어졌다는 대전MBC 보도 내용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실종 핵폐기물은 납 27t과 구리 5.2t, 금 300g 등으로 알려졌는데 충격적인 사실은 이 핵 폐기물의 행방을 여전히 모른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누가 그랬나?범인은 원자력 마피아였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과거 연구원 직원 일부가 핵폐기물을 관행적으로 협력 업체 등을 통해 팔아온 것으로 안다는 한 통의 제보를
‘우리 동네 의회살림’ 시리즈
‘풀뿌리 민주주의의 위기’, ‘기초의회 이대로 좋은가’, ‘유권자들의 무관심’…. 4년마다 부르던 그 노래를 또 부르긴 싫었다. 거꾸로 접근했다. 유권자 탓하지 말자. 정보를 더 주자. ‘Money Talks’ 명제를 따랐다. 기초의회 4년간 가계부를 독자에게 공개했다.어쩌면 이것은 기자의 취재가 아니다. ‘중앙일보 기자’라서 받은 데이터가 없다. 도와주는 내부자(공무원)도 없었다. 가진 건 지방재정법에 명시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사용을 알’ 국민으로서의 권리뿐이다. 우직하게 전국 226곳 기초의회 예산서 보고, 정보공개 청구하
‘3대 걸친 사학 적폐 서울예대의 민낯’
대한민국 문화예술계의 요람, 한국의 버클리음대, 연예인을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 서울예술대학교에 붙는 수식들이죠.우리나라 문화예술분야 최고의 대학으로 꼽히는 서울예대라 하지만 화려한 ‘풀메이크업’ 뒤에 숨겨진 민낯은 썩을 대로 썩어 있었어요. 설립자에서 현 총장, 또 그의 아들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쳐 세습되는 사학구조의 폐단 때문이었죠. 총장과 그 일가가 저질러 온 온갖 비리는 당연시 됐고, 내부 비판자는 학교 밖으로 쫓겨나기 일쑤였어요.뒷돈으로 챙긴 입시수당, 각종 서류 위조, 부적정 특성화사업비 집행, 장기 해외출장, 친일
‘북한 식당 종업원 집단탈북 의혹’
지난해 7월, 광화문 술자리 얘기입니다. 뒤늦게 합석한 분이 테이블에 앉자마자 “통일부가 정말 너무했네. 그저 국정원이 시킨대로 발표한 거였어요”라는 겁니다. “뭘 발표해요?” “2016년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탈북 사건요. 그때 발표는 정말 말이 안 되는 거였어요. 이것 좀 취재해보세요.” 취재는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12명의 종업원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2016년 민변을 찾아갔던 지배인 허강일도 잠적한 상태. 새터민 집단을 수소문해봤지만 허사였습니다. 그런데 올해 초, 뜻밖의 전화를 받습니다. “허강일 찾고 계시죠? 한
‘음이온 침대서 라돈 검출’
라돈 관련 기획 기사를 준비하다가 “침대에서 라돈이 나왔다더라”는 말을 들은 게 취재의 발단이었다. 관련 보고서와 정밀 측정 자료를 구하고 전문가들에게 전화를 돌려가며 퍼즐을 한 조각씩 맞춰갔다. 원인물질을 찾기 위해 돌침대업체 직원과 서울시내 매장을 하루 종일 돌았고 엄한 돌덩이를 들고 끙끙대며 석재상을 찾아갔다. 과학적 사실이 중요한 보도였던 만큼 날마다 활자와 씨름했고 확인에 확인을 거듭하려 노력했다. 대형 게이트 보도 등 드문 경우를 제외하면, 보통 취재를 마치고 기사를 내보낸 뒤 기자의 일은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
SBS ‘라돈 침대’ 반론까지 치밀하게 기사화… JTBC ‘탈북 의혹’ 당사자 검증 좋았지만 유도성 질문 아쉬워
제333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는 모두 66편의 작품이 출품돼, 5편이 최종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의 취재와 기획보도 부문에 내공이 만만치 않은 다양한 작품들이 추천됐다는 점에서, 현장에서 시민의 편에 서서 땀 흘리며 열정적으로 취재하는 기자정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SBS 정책사회부가 출품한 ‘음이온 침대서 라돈 검출 연속보도’가 선정됐다. 시민 일상생활의 핵심공간인 침대에서 방사능이 검출됐다는 내용을 제보로부터 시작해 탄탄한 취재로 차분하게 끌고 간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대
형제복지원 ‘절규의 기록’
취재를 하다보면 당사자들의 기억과 진술이 서로 엇갈릴 때가 많다. 관련자가 많고 사건이 오래될수록 그런 경향이 짙다. 형제복지원 사건을 취재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취재진이 만났던 수십 명의 생존 피해자들은 물론이고 당시 복무했던 경찰관과 공무원들의 기억과 진술이 하나 같았다는 점이다. 31년 전 그들의 삶을 무참히 짓밟았던 형제복지원이란 이름의 지옥은 규명돼야 할 실체적 진실로써 살아 숨쉬고 있던 것이다.126명의 신상기록카드와 2000여 명에 육박하는 입소자 명단, 호주 골프장 운영 자료 등을 단독 입수하는 등 성과가 있었으나
‘신한은행 임원 자녀 채용비리 의혹’
지금까지 신한은행은 4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채용비리 수사선상에서 벗어나 있었다. 금융업계에서는 신한은행 등 신한금융지주 계열사에 어떤 금융기관보다도 많은 임직원 자녀가 근무하고 있는데도 금융당국이 부실 조사,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검찰의 2010년 신한은행 남산 3억원 사건 부실 수사 의혹을 취재하던 중 이 같은 의혹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지난 2월부터 신한금융지주 전·현직 관계자를 다수 접하는 과정에서 본부장급 이상 전·현직 임원 23명의 자녀 24명이 신한은행 등에 합격해 현재 17명이 근무 중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