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버지는 27년째 누워계시는 중증장애인이십니다.’ 지난 5월 중앙일보 복지팀에 한 통의 메일이 왔다. 신성식 팀장이 가족 요양보호사 제도를 둘러싼 논란을 분석하는 기사를 쓴 직후였다. 교통사고로 전신이 마비된 환자의 딸은 “27년째 간호 중인 어머니는 연세가 있으셔서 많이 힘들어하신다”고 했다. 가정 돌봄 제도의 사각지대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호소였다.
지난해 ‘사회적 입원’ 기획 시리즈를 보도하면서 집에서 돌볼 수 밖에 없는 환자와 그 가족들의 실태를 조금이나마 확인한 터였다. ‘이참에 이들에 대해서 깊숙이 취재해보자.’ 중앙일보 복지팀은 묵은 숙제를 풀어내듯 가정 돌봄 취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기초 취재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병원에 갈 수 없고, 온전히 가정에서 챙겨야하는 환자들의 규모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사각지대에 내몰린 환자와 그 가족 사례도 ‘맨 땅에 헤딩’하듯 찾아야 했다.
하지만 한 달에 걸쳐 20명의 환자와 가족들을 인터뷰할수록 물음표는 느낌표로 변해갔다. 대부분의 취재원은 기자가 집에 오는 걸 꺼리지 않았다. 사진 촬영도 마찬가지였다. 길게는 수십년간 그늘 속에 가려져 있던 이들은 하고 싶은 말을 너나없이 쏟아냈다. 아픈 아이와 24시간 함께 하는 부모들은 눈물이 그치지 않았고, 기자들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관련 통계도 처음 확인했다. 정부와 산하기관 등에 요청한 자료를 바탕으로 국내 가정 돌봄 환자가 100만명 안팎이라는 사실을 공개할 수 있었다.
“이렇게라도 저희 목소리를 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상중하로 이어지는 기획 시리즈가 보도된 뒤 한 재가 환자 가족이 중앙일보 복지팀에 보내온 메시지다. 기사가 나간 뒤 가정 돌봄 가족들을 돕겠다는 문의가 쇄도했다. 하지만 이들은 ‘더 힘든 이들을 지원해달라’며 정중히 거절했다. 다만 정부가 제도적 허점을 메우고 자신과 비슷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줄여주길 원했다.
가정 돌봄 가족들에게 제일 필요한 건 사회적 관심이다. 이번 보도가 이들의 간절한 바람을 조금이나마 이뤄주는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