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를 하다보면 당사자들의 기억과 진술이 서로 엇갈릴 때가 많다. 관련자가 많고 사건이 오래될수록 그런 경향이 짙다. 형제복지원 사건을 취재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취재진이 만났던 수십 명의 생존 피해자들은 물론이고 당시 복무했던 경찰관과 공무원들의 기억과 진술이 하나 같았다는 점이다. 31년 전 그들의 삶을 무참히 짓밟았던 형제복지원이란 이름의 지옥은 규명돼야 할 실체적 진실로써 살아 숨쉬고 있던 것이다.
126명의 신상기록카드와 2000여 명에 육박하는 입소자 명단, 호주 골프장 운영 자료 등을 단독 입수하는 등 성과가 있었으나 형제복지원 사건의 실타래를 푸는 일은 지금부터다. 공식 입소기록만 따져도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입소했고, 숱하게 많은 사람들이 힘없고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이곳에서 죽어 나갔다.
하지만 누구도 학살에 가까운 인권유린 범죄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았다. 우리는 힘없고 가난하다는 이유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그러나 기회는 남아있다. 아직도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자료들이 수두룩하다. 지옥에서 몸부림치던 이들이 남긴 ‘절규의 기록’들을 한 장 한 장 복원하는 일은 우리 세대의 숙명이다. 잊힌 기록에 숨결을 불어 넣어 다시금 기록하는 일은 기자의 숙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