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광화문 술자리 얘기입니다. 뒤늦게 합석한 분이 테이블에 앉자마자 “통일부가 정말 너무했네. 그저 국정원이 시킨대로 발표한 거였어요”라는 겁니다. “뭘 발표해요?” “2016년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탈북 사건요. 그때 발표는 정말 말이 안 되는 거였어요. 이것 좀 취재해보세요.”
취재는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12명의 종업원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2016년 민변을 찾아갔던 지배인 허강일도 잠적한 상태. 새터민 집단을 수소문해봤지만 허사였습니다. 그런데 올해 초, 뜻밖의 전화를 받습니다. “허강일 찾고 계시죠? 한번 만나보시렵니까?”
허강일의 얼굴은 사진과는 달랐습니다. 30대 후반에 거침없는 이북 말투. 허 씨는 “종업원들은 한국행을 몰랐고, 기획의 배후는 국정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입증이 필요했습니다. 중국 연길과 닝보에서의 추적으로 증언과 증거를 확보했습니다.
남은 건 ‘종업원’이었습니다. 지난 2년간 언론에 등장하지 않은 그들. 어렵게 만났지만 한사코 “나는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어떤 이는 “나는 그 종업원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나중에 알았습니다. 확인 없이 정부 발표를 받아쓴 언론에 대한 불신이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종업원 4명이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그들은 “자유의사로 온 것이 아니며, 부모님이 너무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한국인도 아닌 새터민도 아닌 어정쩡한 경계인의 삶을 사는 그들. 최인훈의 소설 ‘광장’의 주인공과 꼭 닮았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와 검찰 수사로 반드시 진실이 밝혀지길 바랍니다. 저 또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