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조선인 강제노역' 사도광산 세계유산 후보 유력
조선인 강제노역 사도광산 세계유산 일본 후보로 유력이라는 기사를 송고하면서 마음 한구석에는 오보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후기를 작성하기 불과 몇 시간 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사도(佐渡) 광산을 세계문화유산 후보로 유네스코(UNESCO)에 추천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기사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됐지만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습니다.2015년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이후 일본의 행태에 거듭 실망했습니다. 사토 구니(佐藤地) 당시 유네스코 주재 일본…
[이달의 기자상] 시세차익 노린 한일간 암호화폐 환치기 실태
공공이든 민간이든 내부 비리는 꼭꼭 숨긴다. 내부 제보가 없는 한 외부에서 알 길이 없다. 한일 간 암호화폐 환치기 창구로 전락한 NH농협은행이 딱 그랬다.농협은 지난해 5월14일 체크카드 해외 현금자동지급기(ATM) 인출 한도를 카드당 월 2만달러에서 1만달러(약 1197만원)로 제한한다고 공언했다. 김치 프리미엄(한국 시세가 해외 시세보다 높은 현상)을 노린 암호화폐 환치기 우려가 제기돼서다.하지만 한도 축소를 발표한 해당 달부터 농협 체크카드의 일본 ATM 현금인출액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카드당 월평균 인출액이 1억6700만
[이달의 기자상] 김건희 허위 이력 확인 및 인터뷰
김건희 허위 이력 취재는 예상치 못한 취재원과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시작됐습니다. 얼떨결에 얻게 된 김씨의 수원여대 겸임교원 채용 지원서와 한국게임산업협회 재직증명서.허위란 게 명확했기에 사실 관계 취재는 막힘 없었습니다. 하지만 김씨 입장 확인은 온종일 진척이 없었습니다. 기사 말미에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를 남겼지만 답변하지 않았습니다란 문장을 습관적으로 적고 나니, 딱 한 번만 더 전화해보자는 생각이 문뜩 들었습니다. 김씨의 컬러링을 들으며 이 음악 제목은 뭘까 딴생각까지 하던 그 순간,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제가 문자…
[이달의 기자상] 제로웨이스트 실험실
폐기물 문제는 기후환경 이슈 중에서도 언론에서 가장 자주 다룬 주제입니다. 하지만 이만큼 평면적으로 다뤄진 주제도 드뭅니다. 폐기물 증가로 쓰레기 산이 생겼다는 이슈의 결말은 배달에 의존하는 소비자들을 탓하는 방향으로 흘렀습니다. 분리배출한 폐기물도 재활용이 어렵다는 보도 역시 줄곧 시민들에게 올바른 재활용 방법을 소개하는 것으로 끝났지요.이 많은 쓰레기가 어디서 올까라는 질문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안전과 브랜드이미지를 핑계로 과대포장을 정당화하는 기업들이 보였습니다. 잘 깨지지 않는 과자에 굳이 플라스틱 트레이를…
[이달의 기자상] 2021년 청소년 트렌스젠더 보고서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전하려 했을 때 가장 어려웠던 건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었다. 막막하던 와중에 처음 연락을 준 사람이 바로 수민(가명)씨였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며 메일을 보내온 그를 반갑게 만나러 간 날 우리는 그가 가족과 학교 어느 곳에서도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오랜 시간 묵묵히 삶의 무게와 어려움에 대해 토로한 수민씨는 저와 같은 트랜스젠더 청소년을 위해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수민씨를 시작으로 여러 청소년들을 만났고 4개월 뒤 본격적으로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수민씨
[이달의 기자상] 2030 지구의 미래 글래스고를 가다
한국에서 기후변화 기사는 비중이 크지 않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눈앞에 보이지만 온실가스 하면 여전히 뜬구름처럼 느껴져서일 겁니다. 기후변화 문제가 단순히 환경 영역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국제정치과학경제산업 등 여러 영역에 걸친 복잡한 이슈라 더 어렵게 느껴집니다. 기자로서 기후위기 문제를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늘 고민했습니다. 깊이있는 기사를 쉽게 쓰고 싶었습니다. 이런 고민을 이어가다 2021년 초 올해의 기후변화 주요 뉴스를 예상해 봤습니다. 11월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
[이달의 기자상] 탐사보고서 기록 - 3D프린터와 암
한여름 납골당에서 시작했던 취재는 한겨울 산자락에서 끝났습니다. 처음 취재에 나섰던 건 같은 학교에서 같은 3D프린터 업무를 한 선생님 두 분이 같은 희귀암에 걸렸다는 제보였습니다.3D프린터와 암의 연관성을 확인하기가 쉽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갈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추가 피해자 찾기, 실험, 해외 인터뷰, 정부 매뉴얼 초안 확보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었습니다. 하지만 추가 피해자들이 있었고, 선생님들이 쓴 제품에선 1군 발암 물질이 나왔습니다. 해외에선 수년 전부터 경고가 있었고 정부 매뉴얼 초안에
SBS '잇단 경찰 부실대응' 보도, 문제 파고들어 후속책 이끌어낸 점 높이 평가
제375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서는 총 9개 부문 62편의 출품작 중 5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이번 달에는 최종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인 작품이 다른 달에 비해 많지 않았다. 다만 일부 출품작은 신선한 접근 방식이나 좋은 메시지를 보여주었다.취재보도1부문에서는 8편의 출품작 중 SBS의 잇단 경찰 부실 대응 사건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과 신변보호 여성 피살 사건의 안타까운 내막을 전하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경찰의 부실 대응 문제를 끝까지 파고들어 후속 대책까지 이끌어 낸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기
[이달의 기자상] 잇단 경찰 부실대응 사건
상을 받아 기뻐야 마땅한데, 카메라 앞에 마주 앉았던 두 피해가족 분들의 눈빛과 표정이 떠올라 송구한 마음만 듭니다. 믿어주셔서 목소리를 전할 수 있었고, 이렇게 상도 타게 됐다고 연락드려볼 엄두는 도무지 낼 수 없습니다. 그분들이 겪고 계실 연말은 어떨지 감히 상상도 되지 않습니다. 미처 다 전하지 못한 가족분들의 목소리로 취재후기를 대신하고 싶습니다.2021년 11월15일 층간소음 흉기난동 경찰 부실대응 사건 피해가족: 사건의 절반 이상은 경찰이 키운 것 같단 생각을 해요. 항상 이런 식으로 그냥 넘어가 버리면 늘 이렇게 할 거
[이달의 기자상] 절반의 한국
지방 소멸은 너무 뻔한 주제 아닌가? 절반의 한국은 지난해 6월 말 신설된 기획취재부서 스포트라이트부의 첫 기획이었습니다. 주제를 두고 회사 안팎에선 많이 나온 얘기 아니냐는 반응들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기획팀은 수도권 부동산 가격 폭등을 비롯해 일자리와 산업, 교육의료 불평등 등 한국 사회 전반 문제들이 불균형 발전과 이어져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이를테면 서울 집값이 오른다고 계속 집을 짓는 게 해법일까, 땅은 한정적인데 사람이 몰려서는 아닐까. 그렇다면 왜 서울로 몰려드는가. 국토 면적의 12.1%에 불과한 수도권이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