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 (명사) 교사로서 지니는 권위나 권력’. 교권이 추락했다고들 합니다. 추락할 만큼 높은 곳에 있었는지 묻기에 앞서, 그런 권위와 권력이 존재는 했었을까요?
타인의 삶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 죽음을 되짚어가는 건 더 어렵습니다. 꿈꿔왔던 교단에서 죽음을 결심했을 두 초임교사의 고통을,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기자의 일은 동시대를 기록으로 남기는 겁니다. 단순 추락사로 묻혀있던 두 선생님의 죽음을 드러내고 기록했습니다. 가치 판단을 배제하고, 팩트만을 담담하게 기록하려 했습니다.
동시대의 분노는 뜨거웠습니다. 일부 학부모의 신상을 털어낸 뒤,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특정인을 악마화하면서, 분노를 자극적으로 소진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슬픔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릅니다. 분노로써 무엇을 바꿔야 할지 모르고 있습니다.
김은지 선생님은 ‘살고 싶다’라는 간절한 바람을 일기 곳곳에 남겼습니다. 하지만 이 죽음에는 특정 가해자가 없습니다. 교권 침해 사실도 확인된 바 없다고 합니다.
또다시 학교는, 선생님을 외면하려 합니다. 선생님의 죽음이 개인적 죽음으로 치부되는 이상, 앞으로도 바뀔 건 없습니다.
‘교사로서 지니는 권위나 권력’을 바라는 선생님은 없었습니다. 몸과 마음을 다치지 않고 일할 권리,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권리. 그들이 바라는 교권은 ‘교사로서 지니는 권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