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인용 저널리즘
지난 7월 기자협회보 분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언론에 가장 많이 인용된 인물 18위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다. 진중권 밑엔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있었다. 진 교수는 상위 50위 중 봉준호 감독과 유이하게 정부나 정당 소속이 아닌 인물이다. 그야말로 ‘진중권 (인용) 저널리즘’ 전성시대다. 언론은 올 초부터 ‘진중권 신드롬’에 대해 분석을 해왔다. ‘정부를 비판하는 거의 유일한 진보지식인’ ‘진영논리에서 자유롭다’ ‘진보의 탄광 속 카나리아’ ‘조선일보를 능가하는 강력한 B급 언론’ 등의 수식어가 붙
검언유착과 권언유착
검사들끼리의 육탄전과 방통위원장의 전화 논란 이후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의 화제성은 반감된 것 같다. 그러나 이 사건과 언론의 문제를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보수세력은 ‘검언유착’이 아니라 ‘권언유착’이라고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쫓아내기 위한 권력의 기획이란 것이다. KBS의 전직 채널A 기자 구속사유에 대한 부정확한 보도가 의혹을 키웠다. 조선일보 등은 서울중앙지검 핵심 인사를 진원지로 지목했다. 이 문제는 하루만에 진위가 판별됐다는 점에서 공작(?)으로 보기 어렵다. 보수세력 주장을 받아들여도 ‘검찰발 보도’ 문제 이
'쿠키'와 언론사의 광고 실험
미국의 IT전문 잡지 와이어드는 최근 온라인에 “쿠키를 죽이는 것이 저널리즘을 구원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이 기사는 네덜란드의 공영방송인 NPO(Nederlandse Publieke Omroep)의 온라인 광고 실험 사례를 다루고 있다.NPO는 2018년 EU에서 개인정보보호 규정(GDPR)을 시행하자 자사 웹사이트의 이용자들에게 쿠키의 수집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쿠키는 이용자가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자동적으로 생성되는 임시 파일로 이용자가 본 목록, 아이디, 비밀번호, 구매 기록, IP 주소 등의 정보를
탈 저널리즘이 무너뜨리는 것
인천공항 보안검색요원의 연봉은 어느 정도일까? 소위 ‘인국공 사태’ 초기 5000만원이라는 말이 퍼졌지만, 사실은 3000만원대인 것으로 확인됐다. 5000만원이라는 거짓정보는 인천공항 근무 직원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대화에서 익명의 이용자가 한 말인데, 한 민영통신사가 검증 없이 처음 보도하고, 이후 다수 언론사가 검증 없이 받아쓰면서 널리 퍼졌다. 정규직 전환 발표 다음 날 나왔던 최초 보도와 이 보도를 따라 쓴 수십 개의 기사들은 잘못된 사실정보를 확인 없이 전함으로써 청년들의 분노를 부채질하는 효과를 낳았다. 보도가 낳은 파
의지로 공감하고, 합리로 취재해야
어떤 사안에 부딪힐 때 모든 것을 사실(fact)과 주장, 그리고 허위로 나누는 게 직업병처럼 자리잡았다. 취재할 때도, 데스크로 발제를 체킹할 때도 그러하다. 일상까지. 아내가 집안의 화나는 일을 하소연하는데, 나도 모르게 “언제?”라고 묻는다. 맥이 탁 잘린 아내가 그래도 답을 하면, “어디서?”라고 또 짚는다. “언제, 어디서가 뭐가 중요해? 말 안해”라는 아내의 짜증으로, 부부의 대화는 끊긴다. 예전에는 나도 “아니, 정확하게 말해야지”라고 맞서곤 했다.‘박원순 사건’에도 이런 사고방식이 작동한다. 사실과 주장, 허위가 있다
기자 직업 위협하는 AI
1970년대에는 택시 기사 월수입이 10~15만원이었다. 이는 당시 대기업 신입사원 월급에 버금가는 돈이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개인택시는 중산층의 상징이기도 했다. 택시 자체가 큰 자산이었다. 1976년 처음 나온 ‘포니’는 200만원이었다. 당시 잠실주공 15평 아파트가 400만원이었다. 상당한 직업적 숙련도 필요했다. 운전을 할 줄 알아야 했다. 1972년 운전면허 소지자는 60만명으로 전체 인구(3350만명)의 1.8%만이 운전을 할 줄 알았다. 길을 잘 알아야 했고, 기본적인 자동차 정비도 할 수 있어야 했다. 영업력
어느 나라 언론은 문제가 없을까
올해 4월에 발행된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이슈 ‘인포데믹 탐색하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은 영국, 미국, 독일, 스페인, 아르헨티나 등 6개국 중에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언론사로부터 가장 많이 얻었다. 코로나19 출처로서 언론사를 신뢰하다는 비율은 한국(67%)이 6개국 중 최고였다(영국 60%, 미국 52%, 독일 58%, 스페인 51%, 아르헨티나 63%). ‘뉴스미디어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한국(65%)이 아르헨티나(6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으며 ‘뉴스미디어가 코로나19 판
기성 언론과 인천공항 비정규직
신문만 보면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로 온 나라가 들썩이는 듯하다. 알바를 하다가 연봉 5000만원이 됐다는 ‘가짜뉴스’가 사태를 키웠다는 관점도 있지만, 이 현상이 ‘청년’ 일반에 퍼져 있는 어떤 인식의 반영이라는 점을 외면하기는 어렵다.이른바 ‘취준생’들의 세계관은 설명하자면 이런 거다. 직업은 신분이다. 연봉의 액수와 함께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 직무의 성격이 남에게 자랑할만한 것이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계층화 돼있다. 이 신분은 일단 한 번 득하면 이직에 성공하는 특별한 경우가 아
'논란' 저널리즘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에서 ‘논란’을 키워드로 기사를 검색했다. 올해 1월1일부터 6월20일까지 제목에 ‘논란’이라는 단어를 포함한 기사의 수는 총 1만2207개였다. 이 중 사회로 분류된 것이 3746개, 정치로 분류된 것이 3702개로 전체의 61% 가량을 차지했다. 언론사별로는 세계일보가 970개로 가장 많았고 매일경제 964개, YTN 769개, 조선일보 667개, 머니투데이 629개 순이었다. 전체적으로 경제지가 논란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많이 포함시키고 있었으며 중앙지, 방송사, 지역지가…
'악의'를 감별하라?
팔을 휘두르다 다른 사람의 코를 쳐서 체포된 사람이 “자유국가에서 나는 팔을 자유롭게 휘두를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판사는 “당신 팔을 휘두를 권리는 다른 사람의 코가 시작되는 곳에서 멈춘다”고 답한다. 법 철학자 챠피(Chafee)가 충돌하는 권리 간 경계를 짓는 법의 역할, 이익형량의 원칙을 보여주기 위해 소개한 일화다. 최근 발의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사가 “악의적”으로 인격권을 침해한 경우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토록 한다. 언론의 자유를 팔을 휘두를 자유로, 인격권 침해를 그 팔에 맞아서 다친 코에 비유하면, 흉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