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라는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볼 때

[언론 다시보기] 김원상 기후솔루션 국내 언론 커뮤니케이션 담당

김원상 기후솔루션 국내 언론 커뮤니케이션 담당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보고 듣는 세상사 수많은 사건·사고는 기후 문제와 얼마나 연관성이 있을까? 국내 언론 보도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면, 일견 기후 문제는 우리 일상과 그렇게 거리가 가까운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이대로라도 삼라만상을 이해하는 데 문제없어 보이지만, 기후환경적인 관점이 없이는 문제의 본질과 원인을 놓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기후변화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 핵심이 보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우리 일상이 기후변화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건 최근 뉴스에서 쉽게 발견된다. 최근 식료품과 생필품 등 거의 모든 소비재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보도가 있었다. 대부분의 언론사가 이 소식을 중요하게 전했다. 커피와 술값 인상이 일상에 적잖게 파장을 준 대표적 사례다.


물가 상승 원인은 누구나 쉽게 코로나19를 주범으로 가리킬 수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가 근본적인 원인임을 중점 있게 보도한 곳은 매우 드물었다. 실제로 커피 값 상승의 원인은 이상기상 발생으로 인한 베트남, 브라질 등 주요 산지에서의 커피 흉작이다.


술값 인상의 원인은 모든 주류 제조에 들어가는 주정(酒精)이다. 주정 가격이 평균 7.8% 오르면서 모든 주류 값이 오른 것. 주정의 원재료는 쌀, 보리, 타피오카 등 곡물이다. 곡물 수확량 감소는 대표적인 기후변화의 피해 사례다. 기후학자들은 작황 부진으로 대부분의 농산물 가격 인상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언론 보도에서 기후변화와 술값 인상의 연결고리를 발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물가 이슈에서 기후 담론이 이탈되면서 물가 상승은 예측하고 예방 가능한 일이 아니라 그저 감내해야 하는 일로 전락했다.


지구촌에서 가장 뜨거운 사건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어떨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23일 기후 문제의 관점에서 보도를 전했다. 뉴욕타임스 기사는 유럽에 막대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러시아가 전쟁에 들어서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요동침으로 각국의 기후변화 대응 기조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천연가스를 비롯한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 에너지 자립을 이루고 기후변화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주된 골자였다. 더 나아가 뉴욕타임스는 “러시아의 위협이 기후변화의 위협보다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의 말을 인용했다. 기후변화 문제가 전쟁보다 더 큰 문제일 수 있다는 논조였다.


뉴스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례는 더 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올라오는 전국의 산불 소식이다. 올겨울 끊임 없이 산불이 나고 있지만 다른 뉴스에 가려져 잘 들리지 않는다. 올해 산불은 작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 2배 정도 늘었다. 기후변화로 겨울이 더 따뜻해지고 건조해지면서 산불 발생 건수와 피해 면적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지만, 기후변화라는 렌즈를 끼지 않으면 산불 문제에 대한 관심과 경각심은 피해에 비례하지 못한다.


불과 일주일 남은 제20대 대선은 ‘기후 선거’라고 불린다. 2027년까지 임기인 제20대 대통령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2030년까지의 중단기 목표 설정과 달성이 핵심인데 이는 차기 대통령이 짊어진 숙제다. 시간은 남았다. 기후 문제에 대한 색안경을 끼고 다음 정권이 기후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모두가 관심을 두고 목소리를 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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