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현안질의엔 각자 자신이 현재 EBS 사장이라고 주장하는 두 명이 참석했다. 한 명은 직무를 이어가고 있는 김유열 EBS 사장, 또 한 명은 이진숙 체제 방송통신위원회가 ‘2인 의결’로 선임했으나 최근 법원이 임명을 효력 정지시킨 신동호 전 EBS 이사다.
이날 현안질의에서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진숙 방통위원장에게 “참고인 김유열 사장, 증인 신동호 사장 이 중 누가 사장이냐”고 물었다. 이 위원장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선임한 사장은 신동호 사장”이라고 말했다. 신동호 전 이사도 “저는 적법하게 임명된 EBS의 사장이라고 생각하고 이 자리에 와 있다”고 답했다.
방통위 2인 체제 의결 적법성 문제를 두고 이날 과방위 현안질의에선 끊임없이 설전이 벌어졌다. 앞서 3월26일 이 위원장은 김태규 부위원장과 2인만으로 신동호 EBS 사장을 임명했다. 약 2주 뒤인 4월7일, 서울행정법원은 방통위의 ‘2인 체제 의결’ 적법성에 대해 “법률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며 김유열 전 사장이 제기한 EBS 사장 임명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신동호 사장은 취임도 하지 못했고, 김유열 사장이 다시 직무에 복귀했다. 앞서 3월엔 2인 체제 방통위가 임명한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의 선임 효력을 정지한 대법원 확정 판결도 있었다.
하지만 이날 과방위에서 이 위원장과 신 전 이사,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같은 법원 판결에도 방통위 2인 의결이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본안 소송이 아닌 가처분 인용 판결”이고 “KBS 전임 이사, 감사가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임명 집행정지 신청은 기각”됐기 때문이라는 주장이었다. 심지어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법원에서 2인 체제의 불법성을 인정했다는 건 사실 가짜 뉴스”라는 발언도 했다.
곧바로 민주당 의원들은 본안 소송에서도 반복적으로 2인 체제가 위법하다는 판결들이 나왔다고 반박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방송사에 법정 제재를 가하고 (방통위가) 의결한 것들”이라며 “지난해 12월10일 MBC ‘PD수첩’ 제재 취소에 대해 본안 소송 판결이 나왔고, 4월10일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제재도 본안에서 방통위가 패소했다”고 설명했다. 또 “결정적으로 KBS 이사 임명은 대통령이 하고 MBC(방문진)는 방통위가 한다”며 “판결이 임명 구조의 차이 때문에 갈리는 건데 일률적으로 가짜 뉴스라는 건 매우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최민희 위원장은 그러면서 “신동호씨가 한 ‘내가 적법하게 뽑혔다’라는 얘기는 틀린 말임을 밝혀둔다. 그게 증명되려면 2심 판결에서 이기거나 본안 소송에서 이겨야 한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그러자 신 전 이사가 “발언 기회를 달라”고 이의를 제기하며 둘 사이에선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최 위원장이 “나가달라. 그런 행동이 자격이 없으신 것”이라고 하자 신 전 이사는 “자격이 없다면 왜 불렀냐. 여기가 민의의 전당 맞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이진숙 위원장은 방통위 2인 체제 의결을 멈추라는 민주당 의원들의 질타에도 현재 진행 중인 지상파 재허가 심사 절차 강행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방통위는 2024년 12월31일 재허가 기간이 만료된 MBC와 KBS(1TV) 등 재허가 대상 방송사 사업자 의견 청취를 3일 시행했고, 17일엔 서면으로 EBS에 대한 의견 청취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재허가 심사위의 의견청취 이후엔 심사 의견서 작성, 최종 심사 평가표 제출, 방통위 전체회의 의결 절차만이 남아있다.
과방위 현안질의에서 이훈기 민주당 의원은 “지금 방송사 재허가 심사를 하고 있는데 왜 그렇게 서둘러서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서두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늦어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방송법 18조5항을 보면 재허가·재승인을 받지 않고 방송할 수 있는 기간을 최대 1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금 2인 체제에서 굳이 할 필요가 없는데 왜 무리해서 이렇게 재허가를 하느냐”고 따지자 이 위원장은 “전혀 무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