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 이름 정쟁에 거론되는 것 싫어"... 故오요안나 모친 절규

18일 국회 과방위 현안질의서 유족 증언
MBC, 진상조사 마쳤지만 결과 공개는 미정

“저희 딸이 최선을 다해 살았음에도 해결이 안 된다고 생각하니 죽음을 선택한 거잖아요.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당 싸움으로 인해 제 딸의 이름이 안 좋게 거론되는 건 전 싫고요. 그냥 있는 그대로 사실만 밝혀진다면 부모로서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진실을 규명해 주시기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의원들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고 오요안나 MBC 프리랜서 기상캐스터의 모친 장연미씨는 18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현안질의에서 눈물을 흘리며 이 같이 말했다. 장씨는 “우리 딸 좀 편하게 쉴 수 있게 도와달라”며 “사실만 밝혀지면 안나가 편하게 쉴 수 있을 것 같다. 국민들도 다 그걸 원하고 계신다”고 읍소했다.

1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고 오요안나 MBC 기상캐스터 사망 사건 관련 현안질의 등을 위해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 오요안나 어머니 장연미 씨가 눈물을 흘리며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박미나 MBC 경영본부장,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고 오요안나 어머니 장연미씨. /뉴시스

과방위는 이날 오전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다 숨진 오요안나씨 사건과 관련해 현안질의를 진행했다. 다만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진상을 규명하기보다 이 사건을 정쟁으로 몰고 가며 유족 앞에서 고성을 주고받는 촌극을 벌였고,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2차 가해를 이유로 관련 질의를 하지 않았다. 증인과 참고인으로 채택된 MBC 보도국장과 기상팀장, 기상캐스터 4명 역시 불출석하면서 제대로 진상을 규명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한민수 민주당 의원은 “오늘 이 자리가 유족들과 함께 진실도 밝혀내고 제도 개선 모색도 해보자는 자리 아니냐”며 “그런데 국회의원들이 모여서 이걸 정쟁화 한다는 게 참 부끄럽다. 유족 분들께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도 “오전에 한 차례 돌아가는 질의 시간에 정쟁의 장을 만드는 것에 대해 너무 안타깝다”며 “유족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MBC 진상조사 끝냈지만... "민감한 사안, 공개는 적절치 않다 판단"

이날 현안질의에선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녹취록과 오요안나씨의 정신과 진료 기록 등이 공개됐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2022년 10월18일, 또 같은 해 11월24일 박 모 MBC 기상캐스터가 오씨를 질책하는 내용, 또 오씨가 모친과 통화하며 울부짖는 내용 및 정신과 진료 기록 등을 공개하면서 “오씨가 선배와의 문제로 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고 있었다. 이런 문제가 즉흥적인 게 아니고 상당 기간 누적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오씨 유족 측 전상범 변호사는 “여러 자료를 종합해봤을 때 고인이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라 판단했다”며 “그것이 극단적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씨 유족들은 앞서 지난해 12월 동료 기상캐스터 한 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날 현안질의에선 오씨 사건과 관련한 MBC 진상조사가 끝났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박미나 MBC 경영본부장은 “4월 초까지 진상조사를 했고, 4월8일 방문진 이사회에 참석해 보고했다”며 “간략한 내용은 사장이 브리핑했고 나머지 부분, 질의응답에 대해선 저와 기획본부장이 했다”고 말했다. 다만 진상조사 결과 공개와 관련해선 “지금 소송도 걸려있고 민감한 사안인 데다 2차 가해의 위험도 있기 때문에 공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법적인 검토를 거쳐 어느 정도까지 (공개)할 수 있을지 판단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1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민희 위원장이 안건을 상정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현안질의에선 오씨 사건을 계기로 방송계에 만연한 비정규직 문제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프리랜서는 이름만 그럴듯하지 젊은이들을 싼 값에 절대적인 을의 지위로 내모는, 방송계 전반에 퍼져 있는 매우 기형적인 계약 구조”라며 “과거에도 일부 있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관통하면서 여러 과정에서 확장 고착화된 구시대의 유물이다. 제도와 관행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만연해 있는 부조리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도 “언제부턴가 방송사가 기상캐스터를 프리랜서라는 이름으로, 사실은 회사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비인간적 고용 구조로 바꿨다”며 “MBC는 유족의 말씀을 유념해 부조리한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제도를 개선하고, MBC와 오씨의 명예를 회복하라”고 당부했다. 또 “문재인 정부 당시 방송사 재허가 조건에 비정규직 처우개선 방안 마련 조항을 추가했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 이걸 삭제했다”며 “방송통신위원회가 조항을 다시 살려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마지막 발언에서 장연미씨는 “진실을 규명해 우리 안나가 편하게 눈 감고 저도 우리 안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 도우면서 마지막 생을 마치려 다짐한다”며 “열심히 살겠다. 많이 도와달라”고 말했다. 오씨의 삼촌 장영재씨도 “MBC의 처음 태도엔 실망했지만 두 달 전 노동전문기자께서 그 어떤 언론사보다 더 꼼꼼히, 장기간에 걸쳐 저희 가족을 다 취재해가셨다”며 “어떤 이유인지 아직 보도가 되고 있진 않지만 MBC가 조속히 그걸 보도해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YTN 등 방송통신 분야 청문회' 30일 개최... 김건희 증인 채택

한편 과방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YTN 등 방송통신 분야 청문회’를 오는 30일 오전 10시에 개최하기로 의결했다. 청문회에선 YTN 사영화 문제와 방통위 언론탄압 시도 등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과방위는 이날 청문회에 이진숙 방통위원장, 박장범 KBS 사장,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김백 YTN 사장 등 증인 총 54명과 참고인 3명을 부르기로 했다. 또 극우 유튜버를 통한 여론조작 의혹을 묻는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도 증인으로 채택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오늘 저희가 통과시킨 증인 중에는 김건희씨가 포함돼 있다”며 “이분은 언론사 폐간에 목숨을 걸었다는 말뿐만 아니라 극우 유튜버를 통한 여론조작 의혹을 받고 있다. 반드시 참석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과방위는 또 이날 현안질의에 불출석한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을 국회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키로 했다. 류 위원장은 일명 ‘민원사주’ 의혹으로 이날 현안질의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휴가를 떠났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