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장 먼저 목숨을 잃은 이는 20년 넘게 정신병원 폐쇄 병동에서 사회와 격리돼 지내온 정신질환자였다.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라는 의문이 취재의 출발점이었다. 사회와 완전히 격리된 이들의 목소리는 어디서도 들을 수가 없었다.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조명된 적이 없는 정신질환자 장기 수용의 실태를 추적하기로 했다. 의료진과 시설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아 정신병원이나 시설에 장기 수용된 환자 37명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이가 된 환자들은 취재진에게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환자들은 인터뷰를 하며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고, 자신의 삶을 덤덤한 어조로 설명하기도 했다.
정신질환 당사자, 의료진, 사회복지계, 장애인 인권 단체, 가족 단체까지 모든 주체를 두루 만났다. 환자는 집에 가고 싶은데 가족은 이미 탈진해 있었다. 무조건 병원이나 시설 밖으로 내보낼 수도, 그렇다고 계속 격리해둘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누구의 편에도 쉽게 설 수가 없었다. 환자 당사자만 희생되면 가족과 의료진, 정부 모두가 편할 수 있는 잔인한 구조였다.
팀이 내린 결론은 ‘사회의 유폐’다. 가족에게만 모든 책임을 떠넘긴 채, 격리 외에 다양한 실험과 고민을 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책임이 크다. “소외된 자들을 어떻게 대하는 지가 우리 사회의 수준을 보여준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편견이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이 사회적 낙인과 편견을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때다. 차별과 배제, 격리는 결코 답이 될 수 없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당사자를 비롯하여 정신요양시설 관계자, 국립 정신건강센터,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실 등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