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 미군기지 부실정화 파문

[제357회 이달의 기자상] 이무헌 강원일보 사회부 기자 / 지역 취재보도부문

이무헌 강원일보 기자 어린이날인 5월5일. 오전 데스크 회의를 마친 뒤 “반환미군기지에서 유전이 발견됐다던데? 빨리 취재해 봐”라는 오석기 문화체육부장의 농담 섞인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춘천의 반환미군기지인 캠프페이지에서 문화재 발굴 도중 지하 2~3미터 안에서 석유 냄새가 진동하는 토양층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은 걸 돌려 말한 것입니다. 웃음도잠시…. 회사는 곧바로 사회부장을 중심으로 한 전담 취재팀을 구성했습니다. 관련 자료 확보와 전문가의 조언, 지속적인 현장확인과 관련자의 충분한 인터뷰에 집중하기 위해서입니다.


취재팀은 부실정화 의혹에 초점을 맞춰 현장을 찾았습니다. 50여곳의 발굴터 가운데 15곳의 지하 토양층 색깔이 달랐습니다. 일부에서는 침출수 위로 기름띠가 떠다니기도 했습니다. 정화 완료 및 검증보고를 마친 뒤 8년…. 꿈에도 예상 못 했던 이러한 부실정화 흔적 및 관련된 여러 의혹들은 이튿날 1면과 사회면에 단독으로 게재됐습니다.


춘천시는 즉각 시료를 채취해 도보건환경연구원에 성분 분석을 의뢰했고 그 결과 법정 석유계총탄화수소(TPH) 기준치의 최대 6배가 넘게 나왔습니다. 이어 아스콘 포장재, 유기성 폐기물 오염 흔적, 건설폐기물 매립 흔적 등 추가적으로 부실정화 근거가 속속 드러나면서 정부와 지자체, 시민사회단체는 반환미군기지 정화책임을 둘러싼 논의를 활발하게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취재보도 내용은 강원도 수부도시의 한복판에서 일어난 데다, 서울 용산 미군기지의 반환을 앞두고 시사하는 바가 워낙 크다 보니 중앙언론에서의 관심이 특히 높았습니다. 실제 강원일보의 첫 보도 이후 한 달간 중앙지와 지방지, 연합뉴스와 노컷뉴스, 뉴시스 등 통신사 등에서 총 100건이 넘는 관련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이젠 이러한 관심이 미군기지의 정화 주체였던 국방부의 완벽한 재정화뿐만 아니라, 한미 방위비 협상 테이블에서도 오염의 원 주체인 미국에게 그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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