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국회’ 혹은 ‘동물 국회’. 20대 국회를 수식하는 말이다. 20대 국회는 정말 엉망이었을까? KBS 탐사보도부에 총선 특별팀이 생기게 된 출발점이었다. 무엇보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입법부에 대한 감시 결과를 내놓는 일은 언론의 책무라고 생각했다.
‘의정 보고서’ ‘비례대표’ ‘공약’ 세 부분으로 나뉘어 취재는 진행됐다. 시작은 조각나있는 국회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일이었다. 의정 보고서 619건, 예산확보내역 1만6759건, 비례대표가 대표 발의한 법안 3475건 등을 전수 조사했다. 현장이 아닌 문서 더미를 누비는 건 기자들에게 지난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유의미했다. 부풀려 쓴 의정 보고서와 남의 법안을 베껴 낸 비례 의원들이 속속 나왔다. 정당들의 핵심 공약 이행률은 10%대였다. 20대 국회가 의정 활동할 때는 ‘식물’처럼, 싸울 때는 ‘동물’처럼 굴었다는 게 데이터로 증명됐다. 다음은 의원들의 반론을 듣는 일이었다. 총선이 임박했단 이유로 대부분 반론조차 꺼렸다. “선거 끝나고 보자”는 의원실도 있었다. 당락이 나오면, 결과는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팀원 모두 알고 있었다. 5명의 기자가 총선 직전 마지막 본회의장을 찾아 의원들의 말을 담았다.
방송 이후 21대 총선 결과는 나왔고, 20대 국회는 마무리됐다. 하지만 입법부를 ‘감시하는 일’은 끝나지 않았다. 21대 국회의 시작과 함께, 그 일도 다시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