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 가려진 사람들'

[제354회 이달의 기자상] 이태권 서울신문 탐사기획부 기자 /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이태권 서울신문 기자. ‘3만5320명’. 지난해 벌금형을 선고받고 돈이 없어 노역장에 유치된 사람들의 숫자입니다. 가난한 이들에게는 벌금형도 감옥에 가는 징역형만큼이나 무거운 처벌이었습니다. 약식명령이라는 이름도 생소한 사법 절차를 들여다보기로 한 것은 그래서였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이 사법적 약자로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더 이상 우리 사회가 이들을 외면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자녀와 생계를 걱정하는 한부모 가장, 제도 사각권에서 기초수급도 못 받고 폐지를 줍는 노인은 소액의 벌금에도 지명수배로 불안에 떨었습니다. 지난 3개월간의 취재는 이런 모습들을 객관적이되 구체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고민한 시간이었습니다.


보도가 나가고 많은 독자들은 후원 문의를 해왔습니다. 검찰에서도 취재원들을 돕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습니다. 경찰청장은 ‘회복적 사법’ 실현을 위해 취약계층에 대한 조력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번 보도가 조금씩이나마 사법기관과 제도를 바꿀 마중물이 되길 바랍니다. 기사가 나오기까지 취재에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히 어려운 취재에도 함께 분투한 팀원들이 없었다면 ‘법에 가려진 사람들’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이야기입니다. 이제는 우리 곁을 떠난 같은 팀의 조용철 선배에게도 깊은 슬픔과 감사를 표합니다. 마지막까지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았던 선배가 그곳에서 편히 쉬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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