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예방가능외상사망률’ 분석 발표회를 취재하러 갔습니다. 30%가 넘던 예방가능사망률이 19.9%까지 떨어졌습니다. 숫자는 우리나라 외상치료체계가 많이 발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발표하는 교수들의 목소리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10명 중 2명은 살 수 있었던 죽음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외상환자 최후의 보루인 권역외상센터를 취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국종 교수도 어렵게 만났습니다. 병원 내부의 욕설과 비아냥거림도 충격이었지만 더 한 건 ‘바이패스’였습니다. ‘외상센터에 병상이 없어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야 한다’고 중앙응급의료센터와 소방청 등에 통보하는 조치입니다. 중앙응급의료센터,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자료와 산업재해조사의견서, 119 구급활동일지들을 취합해 ‘바이패스’ 시간대에 어떤 일과 어떤 피해가 있었는지 찾아 나섰습니다. 지난해 최소 100명 이상의 외상환자들이 아주대병원 외상센터의 ‘바이패스’ 때문에 외상센터가 아닌 다른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배경에는 ‘외상센터에 병상을 추가 배정하지 말라’는 병원 수뇌부의 지시가 있었습니다. 병원 입장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닙니다. 한정된 병상, 비현실적인 수가, 의료진을 갈아 넣어 버티는 병원들 등이 현실입니다. 무작정 외상센터에 자원을 쏟아부을 수 없다는 현실론이 나옵니다. 정의와 현실의 이분법. 이런 분위기가 매년 억울하게 죽는 1600명의 외상 사망자를 바라보는 시선을 반영한다고 생각합니다.
외상 사망자는 현장 노동자나 어린이, 노약자 같은 사회적 약자들입니다. 죽음이 이 현실을 묵인하는 거래의 대가라면 그냥 이대로 가면 됩니다. 죽음이 거래의 대상이 아니라면 다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