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타워> 2부가 방영된 지난달 3일, 공교롭게도 101층, 국내에서 2번째로 높은 엘시티에 입주가 시작됐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던 해운대 미포, 엘시티 입주민들은 호사스런 바다 조망을 누리게 됐지만 이제 이곳을 찾는 시민들은 더 이상 하늘도, 바다도 볼 수 없다.
정책으로 규제해야 할 공공은 토건 마피아와 유착했다. 개발업자의 전방위적 로비는 전문가의 입을 막았다. 대다수 언론도 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초고층이 4번째로 많은 나라다. 국내 초고층 건물 3곳 중 한 곳은 부산에 있다. 부산은 초고층 광풍 한가운데 서 있다. 더 늦기 전에 누군가는 고삐 풀린 질주에 제동을 걸어야 했다.
‘초고층은 누가 어떻게 왜 만드는 것인가?’ 이 질문에서부터 취재가 시작됐다. 지난 10년간 부산의 용도지역변경 현황에 따른 종상향과 용적률의 변화추이, 그리고 개발허가 자문과 심의위원회 회의록 등을 전수 조사하며 초고층의 특혜 의혹을 객관적으로 따졌다. 빅데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초고층이 어떤 식으로 ‘탐욕의 상징’으로 변질됐는가도 조사했다.
‘초고층이 도시 개발의 바람직한 대안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미국, 중국, 뉴질랜드, 일본 4개국 10여개 도시를 돌면서 각 국가의 초고층 개발과 이를 둘러싼 갈등, 빛과 그늘을 들여다봤다.
초고층이 안전하지 않다고는 흔히들 말하지만, 객관적인 데이터는 전무했다. 화재, 바람, 에너지, 건강 등 네 분야에 걸쳐 마천루가 인간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따져봤다. 연구소와 대학교의 협조를 받아 하나하나 실험을 통해 검증했고, 새로운 팩트들을 발굴했다. 건설업계와의 불편한 관계를 우려해 연구소에서 계획했던 실험을 갑자기 취소하는 등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지난 10개월여간 ‘초고층의 불편한 진실’을 끝까지 다룰 수 있도록 옆에서 힘이 됐던 보도국 선후배, 그리고 작가와 편집자 등 <슈퍼타워> 제작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