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내 가족이 맞는 주사는 안전할까’, ‘왜 다나의원 같은 사고가 반복될까’ 취재의 출발은 이 단순하고도 근본적인 물음에서 시작됐다.
두 가지 문제의식을 공통적으로 가진 두 기자가 만난 건 지난 3월이었다. 이미 우한울 선배는 지난해 11월부터 주사제와 경구제 부작용으로 환자가 숨지는 ‘약화사고’ 취재에 착수한 상태였다. 나는 신생아 4명이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숨졌지만, 의료진에 무죄를 선고한 이대목동병원 1심 판결에 의문을 가진 채 올해 3월 합류했다.
의료분야의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취재는 더뎠다. 영점(零點)을 잡기 위한 논의는 지난했다. 이 과정에서 취재진은 약화사고와 감염사고에 관한 다수의 논문과 민·형사 사건 판결문은 물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영점은 ‘약화사고’에서 ‘감염사고’로 다시 ‘환자안전’으로 마침내 ‘통증주사’로 바뀌고 좁혀졌다.
이처럼 굴곡 많았던 취재와 제작 과정에서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많은 양심 있는 의료인들의 도움 덕분이다. 신경외과 전문의인 윤일규 의원과 감염내과 전문의인 이재갑 교수, 재활의학과 전문의인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 등이 도움을 주셨다.
이렇게 모은 구슬이 보배가 됐다. 사내 기자 대다수가 걱정했던 토요일 프라임 타임에 의료분야를 다룬 난해한 다큐멘터리를 들고 두려움과 걱정 속에 타사 메인뉴스와 맞붙었다. 다음날 아침에 성적표를 받았을 때는 정말 전율을 느꼈다.
구슬을 잘 꿸 수 있었던 이유는 어느 때보다 강했던 팀워크 덕분이었다. 우한울 선배는 고비 때마다 길을 만들어내며 팀을 이끌었다. 안용습 선배는 어렵고 무거운 주제를 영상으로 표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박혜숙 작가는 출산을 앞두고도 녹화장을 누비며 프로그램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고, 김준석 PD는 프로그램 편집과 데일리뉴스 편집이 겹치는 어려움 속에도 영상을 한땀 한땀 수놓아 이번 작품을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