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요양기관… '폐업의 비밀'

[제350회 이달의 기자상] 곽선정 KBS광주 탐사기획팀 기자 /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곽선정 KBS광주 기자.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60대 여성 노동자. 그녀는 요양보호사다. 어엿한 노동자지만, 취재를 위해 만난 그녀는 평범한 이웃 주민, 또는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생계를 위해 늦은 나이에 요양보호사가 돼 노동권이니 뭐니 하는 것은 다른 세계 일이었다. 장기요양기관에 취업해 그저 묵묵히 일하고 주어진 임금을 받으면 된다는 소박한 마음이었다. 어느 날 마땅히 받아야 할 임금(장기근속수당 및 연차수당)이 사라졌다. 기관장에게 왜인지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근무처가 ‘새로운 기관’으로 바뀌었다는 알 수 없는 답변이었다. 분명 매일 같은 직원들과 시설에서 일하고 있는데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취재의 시작은 노동권 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만난 한 요양보호사의 하소연 섞인 의문이었다. 저에게는 그 의문을 풀어줘야 할 책임이 생겼다. 일단 이런 문제가 이곳만의 문제인지 업계 전반적인 문제인지 확인해야 했다. 요양보호사들과 집단, 개별 인터뷰를 진행하며 여러 기관에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나머지는 왜 그래야만 했는지, 얼마나 이런 문제가 있었는지 입증하기 위해 퍼즐을 맞춰나가야 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 장기요양보험 공시 자료, 지자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연도별로 폐업과 신설이 반복되는 사례들을 하나하나 분석했다. 또 요양기관 컨설팅 업체와 관계자들을 어렵게 만나 속 얘기를 들었다. 한 기관에서 2~3년꼴로 신설과 폐업을 반복한 사실들이 자료 분석을 통해 드러나고, 일부 기관은 평가가 공고된 해에 폐업하고 다시 신설한 사실이 밝혀졌을 때는 모든 퍼즐 조각들이 맞춰진 것 같은 짜릿함을 느꼈다. 동시에 제도적 허점을 피해가며 수년 동안 직원들과 수급자에게 물질적인, 보이지 않은 피해를 입혔을 것을 생각하니 한숨도 나왔다. 보도 이후 관계기관은 다음 달부터 개정 시행되는 관련법 규칙안에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할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알려왔다. 이번 보도로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관행처럼 이어졌고 용납돼왔던 편법 행위에 대해 공론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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