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윤리위원회가 12·3 비상계엄 당시 선거관리위원회 연수원에서 중국인 간첩 99명이 체포됐다고 보도한 스카이데일리에 제재 이행을 촉구했다. 이 보도의 정보원인 이른바 ‘캡틴아메리카’ 복장의 안병희씨는 KBS에 모두 거짓말이었다고 했지만 스카이데일리는 안씨가 일부러 허위자백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3일 신문윤리위는 스카이데일리에 ‘자사게재 경고’를 이행하라고 통보했다. 앞서 2월12일 신문윤리위는 중국 간첩이 부정선거에 개입했다고 한 보도 6건에 ‘경고’를 주고 징계 사실을 홈페이지 첫 화면에 48시간 동안 공개하라고 의결했다. 스카이데일리는 제재에 따르지 않았는데 이달까지 이행하지 않으면 신문윤리위 서약사에서 제명할 수 있다.
1월16일 스카이데일리는 12·3 비상계엄 때 계엄군과 미군이 선거연수원에서 간첩 99명을 체포했고 이들이 선거 개입을 자백했다고 보도했다. ‘미군 소식통’이라던 취재원은 극우 남성 안병희씨로 드러나면서 더욱 신빙성을 잃었다. 안씨는 2월17일 스카이데일리 기자와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는데 아무런 물증 없이 안씨가 불러주는 대로 기사를 받아쓴 정황이 담겼다.
안씨는 2월22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난입해 구속됐고 이틀 뒤 서울경찰청은 안씨가 육군 병장 출신에 미국 출입 기록도 없었다고 발표했다. 미군 정보요원 신분증도 위조된 것이었다. 7일 방송된 KBS ‘추적60분’에서 안씨는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속았고 흑색선전으로 우파에게 희망을 심어주려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조정진 스카이데일리 대표는 14일 기자협회보에 간첩 체포는 여전히 사실이고 신문윤리위 제재는 따를 수 없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신문윤리위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하거나 반론 기회를 전혀 보장하지 않았다”며 “공산화가 진행 중인데 공산당 검열위원회처럼 특정 정치 세력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조 대표는 안씨가 추적60분에 허위자백을 했다고 주장했다. KBS 인터뷰 전 자신과 만나 대응 방향을 논의했고 KBS에는 ‘이중전술’, ‘미치광이 전략’으로 혼란을 줬다고 주장했다. 안씨의 구속도 신변 위협을 느껴 보호받기 위한 전략의 하나였고 안씨가 미국에 가지 않은 건 미국 정보당국의 한국 현지 정보원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KBS는 내란을 설계한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까지 취재해 그가 간첩 체포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노 전 사령관이 내란죄 처벌을 크게 받을까 봐 두려워 스카이데일리에 해준 진술을 번복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간첩 체포가 사실이라면 노 전 사령관에게는 오히려 유리한 정황이다.
간첩 체포가 사실이라면 윤석열 대통령도 이를 적극적으로 주장했어야 한다. 탄핵 심판 중 윤 대통령 측은 안씨의 정체가 탄로 나자 스카이데일리 보도를 근거로 계엄 정당성을 피력한 주장을 거둬들였다. 조 대표는 이에 대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비밀을 지켜 달라고 했고 윤 대통령이 자기 이익을 포기하고 따랐기 때문에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스카이데일리는 안씨가 구속된 이후로는 후속 보도를 내지 않고 있다. 스카이데일리는 간첩 체포 작전의 배후인 트럼프 행정부가 머지 않아 스스로 사실을 밝힐 것이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인 1월20일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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