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 처음으로 구속된 사태를 다룬 조선일보 20일자 1면 기사 제목은 ‘15字 사유로 현직 대통령 구속’이다. 다른 신문들은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법원이 영장을 발부했다고 썼는데, 조선일보는 ‘15자’를 콕 짚어 강조한 것이다. 1면만 아니라 3면 머리기사, 사설에도 등장한다.
조선일보는 3면에 ‘15자 구속영장 발부 사유 논란’이라는 머리기사를 올렸다. “위헌·위법한 비상계엄령 선포, 계엄 포고령 발령 등을 고려하면 구속영장 발부가 예상됐다는 법조계의 중론”이라면서도 “일각에서 도주 우려가 없는 현직 대통령을 구속까지 해야 하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3면 기사에서 차은경 부장판사가 증거인멸 요인으로 “윤 대통령이 체포된 지난 15일을 제외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조사에 불응하고, 범죄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점 등을 봤을 것”이라고 짚었다. 조선일보는 그러나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현직 대통령을 꼭 구속 수사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과거 공개된 주요 인사들의 구속 영장 심사 결과도 이번처럼 짧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기사에 등장하는 취재원은 ‘법조계 한 인사’ ‘법조계 한 원로’다. 법조계 한 원로는 조선일보에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현직 대통령을 굳이 구속 수사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윤 대통령도 사법 절차에 따라 수사에 협조했다면 이 같은 혼란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차 부장판사가 윤 대통령을 구속하면서 밝힌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음’이라고 한 15글자짜리 사유도 논란”이라며 법조계 한 인사의 말을 실었다. 그는 “짤막한 영장 발부 사유만 보면 거의 잡범 수준이다. 혐의 소명 정도 등을 좀 더 자세히 밝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 한 인사’의 이 말은 ‘법조계’로 대표되어 3면 머리기사 제목에 박혔다. ‘법조계 “잡범 수준 사유로 대통령 구속”’이다.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음” 15자에 대한 비판은 사설에서도 드러난다. 조선일보는 사설 ‘“야 대표라서” 불구속한다던 법원, 대통령에겐 “증거인멸 염려”’에서 “현직 대통령을 구속하며 법원이 밝힌 ‘15자 구속 사유’는 공정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증거인멸이 걱정되는 이유도 밝히지 않았고, 도주 우려나 범죄 수명 여부는 설명되지 않았고, 법원이 유력 정치인 등 다른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 또는 기각했을 때와 비교해보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는 게 사설 논지다.
조선일보 사설은 영장전담 판사가 아닌 주말 근무 당직법관이 영장심사를 맡았다며 “과거 대형사건의 경우 주말이라도 영장판사들이 했던 전례와 비교해도 납득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영장 심사는 평일에는 전담 판사가 하지만 주말엔 민·형사부 판사들이 돌아가며 대신 담당한다.
조선일보 사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사건 등을 거론하면서 ‘만약’이라는 단서를 달아 “공정하지 못한 재판 지연으로 논란 속에 대선을 치르게 된다면 그때는 사법부도 감당 못할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위협적인 뉘앙스로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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